70년대 강요된 ‘구조조정 프로그램’
미성숙 제품들 노출…제조업 붕괴

▲ 방글라데시 마을 부족 하종 풍경. 사진=길충민
 우리는 지난 두 편에 걸쳐 16세기 자본주의 발생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까지 세계 경제사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인류가 살아온 경제사는 하나의 경제구조를 구축했다. 그 구조는 삐뚤어진 세상을 만들었다. 그 세상 속에서 약자는 착취당했고, 강자는 누렸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경제구조가 오늘날 아프리카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이는 꼭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제3세계’라 불리는 나라들이 부자나라들이 만든 경제 구조 속에서 어떻게 피해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현재 보이고 있는 저조한 경제 성장률은 만성적인 것이 아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1인당 소득 성장률은 1.6퍼센트 정도였다. 오늘날 부자 나라들이 산업 혁명기를 거칠 때 기록했던 성장률 1~1.5퍼센트보다 나은 수치이다.

 제국주의 상처를 딛고 1960년대와 1970년대 성장하고 있던 아프리카 경제가 1980년대에 와서 갑자기 멈춘 이유는 무엇인가.
 
▲아프리카 성장세 1980년대 멈춘 이유

 197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은 세계은행과 IMF가 제시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강제적으로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정책을 수행했다.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아프리카의 성숙하지 않은 제품들이 국제 경쟁 무대에 갑자기 노출됐다. 이는 그나마 60년대와 70년대에 가까스로 성장시켜 놓은 일부 제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낳았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다시 1차 상품 수출에만 의존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극심한 국제가격 변동에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더해 부자나라들로 부터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당장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요받았다. 이에 아프리카 각국은 높은 차원의 산업 분야에 뛰어들 여유가 없었다. 당장 자신들이 할 수 있는 1차 상품 수출에 주력했다. 국제시장에는 갑자기 비슷한 상품들이 넘쳐났다. 늘어나는 공급량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수출량이 늘어나도 총수입은 줄어드는 상황이 벌여졌다.

 그리고 부자나라들은 정부 지출을 줄이라는 압력을 가했다. 이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구축 기회를 잃었다.

 이 결과 아프리카 경제는 30년 동안 성장을 하지 않은 정체기를 맞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해마다 0.7퍼센트 떨어졌다.

 하지만 부자나라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정책 때문에 아프리카가 빈곤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양한 원인들을 만들어냈다. ‘광주에서 국제개발하기’에서는 그동안 절대빈곤에 대한 오해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이번에는 아프리카로 그 대상을 좁히고, 경제적 관점에서 그 원인의 허구성을 잠깐 살펴보자. 역시 꼭 아프리카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절대빈곤에도 포함되는 내용이다.
 
▲아프리카 빈곤, 그릇된 오해들

 먼저 풍부한 ‘지하자원’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는 부잣집에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물려받은 재산 때문에 버릇이 나빠져서 인생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는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훨씬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 제외) 하지만 경제 성장을 이루어 냈다. 부자나라는 가능했던 일을 왜 아프리카 국가들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다음은 ‘기후조건’이다. 아프리카의 열대성 기후는 말라리아와 같은 열대병 때문에 의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적도 한 가운데에 있는 싱가포르, 이탈리아 남부, 미국 남부, 한국, 일본 등은 말라리아와 같은 열대병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일부 등은 기계가 얼고, 연료비가 폭등하고, 눈과 얼음으로 교통이 마비되는 등 열대 기후 만큼이나 경제적 부담을 주는 극지 기후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나쁜 기후가 저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저성장 결과로 나쁜 기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민족적 구성’이 너무 다양한 것도 절대빈곤을 겪는 원인으로 꼽힌다. 다양한 민족 구성은 경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을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민자들로 이루어졌다. 유럽의 여러 나라도 언어, 종교, 이데올로기적 분열, 무력충돌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우리나라처럼 단일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에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는 영호남의 지역 갈등이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제도’도 발전을 막고 있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선진국들도 현재 아프리카 수준의 경제 발전 단계를 거칠 시기에는 훨씬 더 열악한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양질의 제도는 경제 성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장의 결과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낙후된 제도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성장 실패 요인으로 거론될 수가 없다.
 
▲당신이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허상

 우리는 ‘광주에서 국제개발하기’의 여섯 번째 글부터 빈곤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여섯 번째 글부터 아홉 번째 글 까지는 세계 역사를 되짚어 보았다. 열 번째 글부터 이번 열세 번째 글 까지는 경제 역사를 보며 경제 구조적 원인에 대해 파악하였다.

 세계사를 살펴보며, 많은 나라들이 겪고 있는 절대빈곤은 역사적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경제구조에 대한 인식을 통해 최근 아프리카 빈곤의 주된 원인은 경제 정책, 즉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강요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조금 보이길 바란다. 그동안 가볍게 생각했던 절대빈곤의 원인들은 사실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미 많은 부자나라들이 극복하였다. 그들도 했으니 이들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국제개발 실천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도 그저 일대일 아동 결연에 집착할 것인가. “플레이 펌프” 같은 실패를 또 반복할 것인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빈곤의 원인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그 해결 방법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광주에서 국제개발하기’는 앞으로 당신이 이 분야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당신이 국제개발사업에 후원을 한다면 어느 지역에 후원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대부분은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아프리카를 아는가. 아프리카 대륙의 거대함, 민족의 다채로움, 그들의 평화로움. 혹시 몇몇 단체에서 후원자 모집을 위해 만든 포스터의 굶어죽는 흑인 아이의 모습만 아프리카라고 오해하고 있는가. 이제 보자. 아프리카의 모습을. 진짜 아프리카 모습을 보자. 그래서 ‘아프리카’ 라는 허구적인 대상을 빛바랜 ‘동정심’으로 돕는 것을 멈추자. 이제는 아프리카 대륙, 어느 나라의 한 지역에 사는 ‘사람’과 함께 살아보자. 정말 가치 있는 국제개발실천을 준비해보자.
 
▲빛바랜 동정심 후원 강요 멈추길…

 “유럽 사람들이 오기 전에 이 대륙에는 1만 가지가 넘는 인종 그룹, 작은 국가, 왕국, 술탄 국가, 부족 등이 있었다. 모두가 서로 평화롭게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인정받았다. 식민 지배는 아프리카를 나누었다기보다 오히려 잔혹하게 통합하였다. 1만 가지의 독립적인 개체들이 합쳐져 50개의 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파티마 S.(Fatima S., 1970년~, 이집트 역사학자)

 “외부 세력의 영향이 시작되기 이전 아프리카에 분명히 존재했던 방식, 곧 국가를 이루지 않고 작은 사회로 나뉘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생활방식이야말로 아프리카가 인류 역사에 공헌한 부분이다.”- 존 리더(John Reader, 1937년~, 영국 인류학자) -

이대호 <광주 국제개발협력 & 사회복지 스터디 모임, 이유커피>

▶이대호를 만나는 방법 : biggerworld.blog.me(블로그), biggerworld@naver.com(이메일), www.facebook.com/deaho.lee.522(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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