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재미 공동체를 지향함!

▲ 에포케와 뮤지션들. 앞줄 오른쪽서 세번째가 김한열 청년.
 청년의 현실과 그에 대한 정책을 이야기 할 때 가장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공간’입니다. 청년의 필요에 맞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청년이 모일 곳이 있다는 것이고, 청년이 무엇인가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아지트가 있다는 의미여서 청년정책의 우선순위로 강조돼 왔습니다. 광주 북구에 이와 같은 청년공간이 있습니다. 에포케라는 문화아지트를 운영하며 청년 뮤지션들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김한열 청년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 제 이름은 김한열입니다. 나이는 이제 만 32세가 되었네요.ㅎㅎ 하는 일은 프리랜서로 문화기획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전국 오월창작가요제 운영팀장으로 활동했고, 가을 기간에는 대구-광주를 있는 포크공연 ‘달빛동맹 콘서트’의 실무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남대 후문 소재 지하공간인 ‘문화아지트 에포케’의 대표이자 운영자로서 청년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를 소개하는 단어는 ‘공연기획’과 ‘축제’ 그리고 ‘글쓰기’ 등 세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공연기획은 제 존재가치를 찾으며 앞으로 활동하고 싶은 분야이고, 축제는 예술가가 활동하는 가장 큰 기회이자 문화기획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글쓰기는 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꼽아 봤습니다. 요새는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일상의 ‘판단 중지’…열정을 펼쳐라

 -‘에포케’라는 청년공간에 대해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 에포케를 청년공간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전남대 후문 부근에 있고, 아직까진 청년인 제가 운영하기에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어느 정도 맞을지는 모르나 이곳은 그보다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포케’라는 이름은 철학전공인 친구가 지어준 이름으로 ‘판단중지’ 라는 속뜻을 품고 있습니다. 지하 공간인 이곳에서는 지상(일상)의 판단을 잠시 중지하고 자신의 기획과 열정을 맘껏 펼치는 아지트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미였습니다. 이곳에서 생일파티나 개강파티를 여는 청년들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재즈 음악감상회를 개최하는 청년, 여러 분야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 매달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함께 토론하는 동아리 등 대관과 또는 기획활동을 통하여 본인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공연기획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RTIST 라는 공연기획동아리를 만들어 에포케에서 매달 정기음악공연을 진행했던 행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앞으로 저도 에포케의 운영자이자 사용자로서 공연기획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갈 생각이고, 음악감상회·영화감상회 등 콘텐츠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청년들끼리 재미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공간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청년들이 서로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무르익어가는 뿌리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우리지역 또 다른 청년 공간에 대한 정보와 이런 청년 공간에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이런 공간을 운영하면서 비로소 광주지역에 비슷한 공간이 많이 있는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조선대 부근의 ‘동네줌인’과 동명동의 ‘코끼리’, 예술의 거리 ‘삐리빠라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단지 제가 그 공간 대표자들과 친해서(?)가 아니라 각 터의 개성이 묻어나오는 여러 공간이지 싶어서입니다. 이상의 공간들은 전부 지상 2, 3층 등에 위치하고 있는데, 에포케가 청년들의 은밀한 음지공간을 맡고 있다면 이곳은 밝고 명랑한 양지공간을 담당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이런 청년 공간을 운영하며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주지하다시피 운영비 마련과 세부적인 관리의 어려움입니다. 후자의 원인이 상시 근무자의 부재라고 할 때, 결국 모든 원인은 전자로 모아지게 되는데, 청년운영 공간 자체가 전문적인 상업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고 또 운영에 서툰 모양새가 많습니다. 이런 공간을 키우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컨설팅과 더불어 각 공간의 용도에 따른 홍보 지원과 시설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공간이 이제 막 씨앗을 심은 2~3년 내이기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행인 것은 올해 들어 광주청년센터the숲에서 청년운영공간 지원사업인 ‘공간잇기 프로젝트’사업을 시로부터 위탁받아 에포케와 같은 청년 공간들에 대한 대관비 지원과 프로그램비 지원을 시작해서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점입니다.
 
▲“공간 잇기 프로젝트 도움 톡톡”

 - 청년 뮤지션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본인이 주로 하는 역할은?

 △ 광주 인디 뮤지션들과 더불어 공연기획을 하다보니깐 그들의 생활과 음악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형기획사의 전문기획처럼 잘 다듬어진 음악콘텐츠는 아닐지라도 각자의 감성을 풀어내는 그들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또 그들이 계속 자신의 음악을 자신 있게 지속하기 위하여 정기적인 수입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제가 직접 마련하지 못하기에, 공연자들이 필요한 행사나 경사 자리에 이들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단순히 소개하기보다는 각 행사 성격에 맞게 제가 직접 추천하고 또 공연자에게 상세히 설명하며 최대한 원활한 연결이 되도록 진행하다보니 작년부터 ‘1930양림쌀롱’의 공연자 관리 PD로 발탁돼 매달 10여개의 카페 공연자를 섭외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점점 제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 밑천이 떨어져가는 것을 느끼는 중인데, 게으른 저를 다잡아서 더 자주 공연을 보고 새로운 공연자들과 그들의 공연을 보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혹시 12월까지 우리 지역에서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 바닥프로젝트의 공연도 추천드립니다. 겨울은 공연의 비수기라 야외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공연자도 관객들도 고역이 될 것 같네요. 사실 저는 에포케에서 기획하는 몇몇의 공연 때문에 다른 공연 정보들을 애써 차단하고 있는 중입니다. 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에포케에서 광주에서 활동하는 ‘오래못갈밴드’가 자신과 게스트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또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하는 공연 및 음악감상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제목 또한 ‘오래못갈밴드의 플레이리스’로 곧 에포케 SNS를 통해서 소개 받으실 수 있습니다.

 12월 8일(금)에는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신나는 섬’이라는 아이리쉬 밴드가 김해 투어를 마치고 광주로 와 음반발매 투어를 하는데 그 장소가 마침 또 에포케입니다. 귀한 손님들이라 정성 다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아이리쉬 음악이 꽉찰 소굴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 참, 그리고 에포케에서 열리는 모든 공연은 유료입니다. 공연료를 지불하는 문화를 만들고, 공연의 가치를 재고하기 위해서입니다.
 
▲“논의 논리아닌, 꿈의 논리로 살겠다”

 - 본인의 인생여정에서 지금이 어느 정도 시점이고, 이후 계획은?

 △ 30살을 ‘이립’이라고 하는데, 저는 지금 확고한 뜻을 세웠는지가 이후로 계속 의문입니다. 자신의 삶을 운영하다보면 여러 고민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가치를 까먹고 살아가는 순간이 허다합니다. 저에게는 먹고 살 고민, 지속적인 수입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체성을 찾고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면 돈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게 평소 신념인데, 몇 년간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돈의 논리보다 꿈의 논리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 습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계속 여러 일을 하고 바쁘게 살겠지만, 앞으로의 서른을 위해서 또 그 다음의 서른을 위해서 깃발을 꽂고 지난 깃발들을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김한열 청년을 만나는 방법

문화아지트 에포케 : 북구 호동로43번길 64 카페page24 건물 지하 에포케

이메일 : hanyuryya@hanmail.net

블로그 : blog.naver.com/epocheboss

인스타그램 : @our_epoche

서일권_옹달샘<광주청년센터the숲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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