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야 하는 노동 인식 깨야”
정의당 나경채 대변인 “노동에 대한 태도 문제”

▲ 21일 오전 6시, 환경미화원들이 작업 시작 전 결의를 다지는 모습.
 지난 16일 새벽 청소노동자가 일하던 중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새벽노동 폐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새벽시간대가 어두워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새벽노동이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왜곡된 업무 구조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문제 인식이 깔려있다. 즉, 복잡하고 복합적인 이유들이 얽혀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새벽노동 폐지가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새벽 노동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정의당 광주시당 나경채 대변인은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새벽노동은 전형적인 효율성의 논리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벽노동을 없애야 하는 이유는 청소노동이 꼭 야간, 새벽에 이뤄져야 하느냐는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과 업체간 효율성 이해 맞아”

 예를 들어 경비노동의 경우 24시간 내내 필요하기 때문에 “야간 경비노동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없지만, 청소노동은 “그 성격과 본질을 따져보면 굳이 새벽에 이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 대변인은 “그런데 왜 새벽에 청소노동이 이뤄지는지를 따져보면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행정과 최소 인력만 투입해 이윤을 남겨야 하는 민간업체의 여러 이해관계가 모여진 결과다”고 진단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새벽노동 폐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법주정차가 만연한 도로의 상황, 부족한 인력 등을 고려하면 오전 9시 이후에 일을 할 경우 업무량이나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차라리 새벽에 빨리 끝내는 게 낫다”는 것이다.

 나 대변인은 “이는 새벽노동을 폐지해도 다른 조건이 안 바뀐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꼭 새벽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새벽에 하도록 만드는 열악한 조건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 내버려둘 게 아니라 바로 잡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출발점이 ‘새벽노동 폐지’라는 주장이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대책으로 ‘새벽노동 폐지’를 제시하면서 청소차량 운전시 유도차 배치, 건강관리, 차량에 매달리기 폐지 등 새벽노동 폐지와 함께 뒷받침돼야 할 대책을 주장한 바 있다.

 나 대변인은 무엇보다 청소노동이 ‘보이지 않는’ 또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노동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새벽노동과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시청이나 구청 건물을 청소하는 분들도 새벽에 일을 한다. 과연 광주시장이나 구청장은 자기 방의 쓰레기통을 누가 비우는지 이름을 알까? 모를 것이다. 오기 전에 다 치워놓기 때문에. 그런데 왜 시장이나 구청장이 볼 때 쓰레기를 치우면 안 되는 걸까? 이건 노동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지저분하고 생활을 방해한다”는 인식 또한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청소를 하도록 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생겨나는 또다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근로자건강센터도 “사고위험 높아”

 나 대변인은 “청소 업무 중에선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해 버리라는 분리수거 지도 업무도 있는데, 이런 일은 새벽에 할 수가 없다”며 “새벽에 일을 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에 비닐이 있거나 쓰레기 버리는 곳이 아닌 곳에 쓰레기를 놔둬도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도 없어 청소업무가 단순히 수거하는 일에만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이지 않는 노동을 보이는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도 새벽노동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일출 이후에 일을 했다면 차량운전자는 차 뒤편에 아직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밝을 때 이루어지는 일이었다면 쓰레기차의 뒤편에 위태롭게 매달려 오가는 상황이 진작에 개선됐을 것이고, 이들의 얼굴이 보였다면 외주화된 일이라 구청은 책임이 없다는 뻔뻔한 말을 그리 쉽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밝은 낮에 눈에 담을 수 있었다면 제대로 된 안전장갑도 없이 위험한 쓰레기더미를 만지는 손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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