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불법주정차 막혀 한없이 길어질 것”
환경미화원들 “`새벽근무’ 폐지하면 역효과”
“쓰레기 보기 싫다” “통행 방해” 민원 불보듯

▲ 21일 오전 7시경 광주 광산구 관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생활 쓰레기 수거를 마친 환경미화원 차량이 다음 수거 장소로 이동 중인 모습. 생활쓰레기 수거 차량에는 두 명의 미화원이 차량 뒤 발판에 매달려 작업한다.
 최근 환경미화원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새벽근무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이 감지된다. 새벽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은 그대로 둔 채 시간만 늦추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는 처사라는 것.

 “새벽근무 폐지가 만능인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에 대한 일침이다.  
 최근 남구에서 새벽 근무 중이던 환경미화원이 수거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 이후 ‘해 뜨기 전’ 수거 작업의 위험성이 도마에 올랐다. 동절기 오전 6시부터 작업이 시작되면, 깜깜한 새벽 근무를 피할 수 없는데, 새벽근무로 인해 시야확보 미흡 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직 환경미화원들은 “새벽근무 폐지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작업의 특성 상 새벽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날이 밝을 때 작업이 더 수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오히려 작업을 위해서 ‘새벽근무’가 최선책”이라는 설명이다.

 생활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A씨는 “새벽근무가 아니면, 작업 시간이 한 없이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오전 8시부터 작업을 한다면, 출근 통행 차량들과 부딪혀야 하잖아요. 정차한 차에서 내려서 쓰레기를 싣고 다시 올라타고…. 이 과정을 참고 기다려 줄 차들은 없어요. 지금도 새벽 시간에 마주치는 차주들이 빵빵 거리고, 욕도 하는데요 뭐.”

 특히 불법주정차들로 빽빽한 골목은 최대 난코스다.

 “차도 변에 주차된 차 때문에 5톤 트럭이 정차할 공간이 없어요.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최대한 인도와 가깝게 주차를 해야 하잖아요. 어쩔 때는 불법주정차들 때문에 골목을 빠져나가기도 힘들어요. 출근시간까지 겹치면 어떻게 감당합니까?”

 환경미화원 B씨가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쓰레기 수거 작업에 쏟아지는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가끔 구청으로 민원이 들어간다고 해요. 출근하려고 보니까 집 앞에 쓰레기가 치워져 있지 않았다고요. 작업 시간이 오후 시간까지 지연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사이에 불편함이 신고된 거예요. 그러니 새벽 시간대 빨리, 많은 양을 수거하는 거죠.”

 수거작업 시간이 주간으로 늦어지면, ‘민원’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분들이 일본의 사례를 들어서 주간 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계시던데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화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일의 효율성보다는 미화원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더라고요. 우리는 아직 미화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서 마주치기도 꺼려하시는 것 같아요.”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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