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광산구·서구 활성화 조례 비교적 준수
동구는 유명무실…북구·남구는 조례조차 없어

▲ 광주광역시와 광산구·동구·서구에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가 있지만, 시립·구립 공공도서관에서 도서 구입 시 지역서점 이용률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광역시와 광산구·동구·서구에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가 있지만, 시립·구립 공공도서관에서 도서 구입 시 지역서점 이용률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구는 관련 조례가 있음에도 관내 도서관에서 서적 구입 시 다른 자치구 소재 유통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구와 남구는 아예 조례조차 없는데, ‘광주광역시 소재 서적 취급 업체’를 대상으로 계약과 수의계약, 공개입찰 등을 통해 도서를 구입하고 있다.

 26일 광주광역시와 5개 구청, 광주서점조합 등에 따르면, 광주광역시는 지난 1월1일 ‘광주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서구는 6월, 광산구는 7월, 동구는 9월에 각각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광주시·자치구의 도서 구매 시, 지역서점 우선 구매를 뼈대로 하고 있다. 또 조례는 지역 서점의 정의를 ‘광주광역시·5개구에 주소와 방문매장 사업장을 두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서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와 서구는 광주서점조합을 통해 지역 서점 목록을 입수, 공공도서관의 장서 구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서점 활로, 구청이 뚫어준다”

 광주시의 경우 관내 무등도서관, 산수도서관, 사직도서관 등 3곳에서 구입하는 정기도서와 희망도서 구입 예산만 연 5억여 원으로, 3만4200여 권을 지역 서점을 중심으로 한 순번제를 통해 공급받았다. 서구 역시 조례 제정 이후인 올 하반기부터 상록도서관, 어린이생태학습도서관, 서구공공도서관에 필요한 2500여권을 서구 소재 서점 매장 10개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공급받았다. 이렇게 지역 서점 활성화 차원으로 투입된 비용은 약 3000만 원이다. 서구 관계자는 “여러 서점과 계약을 맺다보니 구청으로선 업무상 번거로움은 있지만, 지역 서점들을 위해 구청이 나선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관련 조례가 올 7월 제정됐다. 구청 관계자는 “조례 제정 전부터 광산구내 업체를 중심으로 계약을 체결해왔다”고 말했다. 광산구엔 장덕도서관, 이야기꽃도서관, 첨단 도서관, 신가도서관, 운남어린이도서관 등 대형 도서관이 많아 1년에만 2억5000만 원, 권수로는 약 1만2500권~1만5000권까지 구입하고 있다. 광산구 회계과 관계자는 “점자책 등 광주에서 공급받기 어려운 책을 제외하고는 광산구 소재 서적 취급 업체를 중심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특히 단순 서적 유통 업체가 아닌 책방 ‘숨’이나 삼복서점, 첨단종합서점 등 지역 서점을 중심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동구는 지난 9월 관련 조례가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이 해당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구 관내엔 계림꿈나무도서관과 학운동 작은도서관, 지원2동 작은도서관, 지산동 작은도서관 등 구립도서관이 4~5곳에 달한다.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계림꿈나무도서관은 지난 8일 1200만 원 가량의 예산으로 도서를 구입했는데, 서구 소재 ‘서적 유통 업체’를 통해 진행했다. 동구는 관련 조례 제정 전인 9월에도 해당 업체와 같은 내용으로 1300만 원 상당의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동구 회계정보과 관계자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와 관련한 내용을 몰랐으며, 2018년 수의계약 시에는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조례를 발의한 전영원 동구의원은 “공공기관을 통한 지역서점 활성화 차원에서 관내 서점 점주들과의 회의 끝에 세운 조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그저 ‘몰랐다’며 유통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은 구민과 의회를 우롱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5개구·교육청까지 확대 희망”

 관련 조례가 없는 북구와 남구는 광주광역시 소재 서적 취급 업체라면 계약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운암도서관과 일곡도서관이 있는 북구에선 올해 7차례의 정기도서 구입 계약이 이뤄졌지만 북구 소재 지역서점은 ‘남도서적’ 2차례 뿐이었다. 이밖에는 광산구 소재 지역 서점이 2차례 참여했고, 나머지 3개 업체는 광주 소재 유통업체와 인쇄업체 등이었다.

 ‘도서관 활성화’를 목표로 푸른길도서관과 정보문화도서관, 청소년도서관, 14개 공공 작은도서관이 있는 남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만 6차례 책을 구입했지만 광주 남구 소재 지역 서점 중엔 ‘예림문고’가 2차례 선정됐을 뿐이었다. 그 밖에 동구 소재 서점 2차례, 도서 유통 업체가 나머지 2차례 계약을 맺었다.

 남구가 2017년 세운 ‘청소년 도서관’이 3억 6000만원 예산을 투입한 개관 도서 구입 공개입찰은 총 8차례에 걸쳐 일반 유통업체와 타 구 서적 업체 등을 수탁 업체로 선정했다.

 광주서점조합 조강우 조합장은 “영세 지역 서점의 활로를 찾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 도서관이 지역 서점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 도서관의 예산을 여러 지역 서점 간에 공평히 분배하다보면 큰 수익이 남지는 않지만,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지역서점을 이용하면서 지역민들에게도 이를 권장하는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5개구를 비롯해 교육청과 각 학교의 공공도서관도 지역 서점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