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사업 백지화…주차시설 사업 전환
민간사업자·코레일 협상 진척 없자 결정

▲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추진됐던 광주송정역 주차장 일대.
 광주시가 ‘연내 착공’을 약속했던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이하 환승센터) 사업을 돌연 백지화했다. 민간사업자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간 주차장 임대료 등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대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는 사업 자체도 주차타워 등 주차 관련 시설을 늘리는 쪽으로 전환할 계획까지 세운 상태다.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나 민간사업자와의 법적 다툼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광주시는 11일 “장기간 표류로 시민들의 극심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의 추진방식을 광주시·국토부·코레일간 직접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차장 임대료 문제 협상 난항
 
 시는 당초 광주송정역 일대 1만7000㎡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연면적 18만8000㎡)의 환승주차장, 환승터미널, 대규모 자동차매매단지, 업무·근린·문화생활 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총 사업비는 25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지난 2013년 사업자 공모를 통해 서희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암초를 만났다.

 사업부지 임차를 약속했던 코레일이 ‘매각’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특히, 매각 주체를 놓고 코레일은 서희 측 수의계약 요구를 거절, 경쟁입찰을 고집했다.

 여기서 한 차례 막힌 사업은 2016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광주시에 매각이 가능하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여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광주시는 “부지 문제가 해결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고, 윤장현 시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환승센터 사업의 연내 착공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 진행상황은 ‘산 넘어 산’이었다.

 현 광주송정역 주차장 부지에 환승센터를 건립함에 따라 발생하는 주차 문제가 대두된 것이었다.
 
▲광주시 복합시설 대신 편의시설 염두
 
 이에 서희 측과 코레일은 환승센터(환승주차장) 임대 협상을 벌였다. 주차시설 일부를 코레일이 운영할 수 있도록 임대해주려는 것이었는데, 임대료 문제로 또다시 협상이 벽에 부딪혔다.

 코레일은 서희 측에 연간 6억 원을 제시했으나 환승센터 조성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서희 측은 “턱 없이 적다”고 맞선 것이다.

 서희 측은 절충안으로 연 9억 원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광주시는 지난 8일 서희 측에 공문을 보내 협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서희 측이 2월1일까지 진척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의견이 없어 사업 추진 의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 관계자는 “환승주차장 임대료 협상이 길어지는 가운데, 양측 다 나름의 주장이 있겠지만 계속 이 상태론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서희 컨소시엄과 당초 맺은 협약 상 환승센터 사업은 2017년 12월까지 완료하기로 돼 있었다.

 시는 “이미 협약에 명시된 사업 기간을 넘긴데다 사업이 늦어지면서 교통 혼잡 등 광주송정역 이용객들의 불편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다른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존 사업을 백지화하고, 국토부, 코레일과 ‘직접사업’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업자측 “광주시 일방 해지” 소송 가능성
 
 사업 내용 역시 대규모 복합시설 대신 주차타워와 일부 편의시설을 짓는 것으로 대폭 손 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사업비도 30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시는 “2018년 내에 설계착수 등 사업에 착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며 “국토부는 광주송정역 선상역사 증축설계비 20억 원을 올해 본예산에 편성했고, 코레일도 이용객 편의시설 개선을 위해 자체 개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장현 시장은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광주송정역이 광주의 관문으로 변모했으나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역사가 협소하고, 이용객 편의시설이 대단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며 “국토부, 코레일간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조만간 사업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희 측은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했다”고 반발하고 있어, 광주시의 이번 결정이 민간사업자와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광주송정역은 2015년 4월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이 평일엔 1만8000여 명, 주말엔 2만3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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