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올림픽 모니터 자처 배영준 장애인활동가
경기장 입장부터 난관, 광주 현실과 다르지 않아
“반짝 행사 아닌 장애인 이용시설 개선 이어지길”

▲ 평창 패럴림픽 경기장 안팎을 점검중인 장애인 활동가 배영준 씨.<배영준 씨 제공>
 광주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가는 데에만 꼬박 6~7시간이 걸렸다. 휠체어와 함께 차를 오르내리느라 휴게소조차 쉽게 들르지 못했지만, 벅찬 가슴을 누를 길은 없었다. 30년 만에 열리는 축제이자 장애인이 주인공인 ‘패럴림픽’을 두 눈에 담아올 기대감 때문이다.

 장애인활동가 배영준 씨는 2018 동계패럴림픽이 개막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평창을 찾았다. 광주 장애인체육회의 일원으로 100여 명과 단체 경기관람에 나선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행사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전 세계인의 축제잖아요. 더군다나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이니까 기대가 컸어요. 평소에도 체육시설을 이용할 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얼마나 시설이 잘 돼있는지 보고 싶었어요.”
 
▲‘전세계인의 축제’ 부푼 기대감은…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큰 장벽에 가로막혔다. 장애인관람석(휠체어석)의 대부분이 2층 이상에 위치해 있었던 것. 휠체어 장애인이 포함된 단체 관람객들은 2층으로 오르기 위해선 승강기를 찾아 헤매야 했다.

 “제가 갔던 경기장에 엘리베이터는 총 3개가 있었어요. 그런데 안내직원이 계속 다른 엘리베이터로 옮겨가라는 거예요. 정신이 없어서 그 이유를 물어보진 못했지만, 운영본부하고 안내직원들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았어요.”

 패럴림픽 개회식은 예상대로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장애인들의 불편함은 여전했다. 수화통역과 음성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미흡했던 탓이다. 패럴림픽 주최 측에서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실현한다며 시청각 서비스를 지원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배 씨와 동행한 장애인들이 이용할 기회는 없었다.
 
▲수화통역·음성지원 서비스 미흡
 
 특히 컬링 경기장처럼 노후화된 시설에선 장애인 화장실의 너비 폭이 비좁아 휠체어가 들어가면 돌아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 경기장 안과 밖 모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럭을 찾기 힘들었던 것도 그가 찾아낸 불편사항이다.

 “사실 패럴림픽 경기장에서의 불편함은 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들이에요. 광주의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할 때도 다르지 않거든요.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할 뿐 비장애인과 똑같이 스포츠를 즐기고,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요. 비장애인에겐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늘 안고 살지만요.”

 뇌병변장애인인 배 씨는 중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장애인 스포츠 경기 중 하나인 보치아 종목에서 아시아청소년대표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현재는 광주시 장애인 육상선수(포환, 원반)로 등록 돼 있으며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광주장애인육상연맹 추진위원으로도 참여 중이다. 광주에서 육상선수로 등록된 장애인은 56명이다.
 
▲“다음세대엔 물려주고 싶지 않아”
 
 “저는 체육인이면서 동시에 투쟁하는 사람이에요. 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선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게 많더라고요. 불편한 상황 그대로 지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음 세대 장애인들에겐 이런 상황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배 씨는 육상선수이자 장애인 인권활동가로서 투쟁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지난 2월12일 광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행된 ‘이동약자 시외이동권 보장’ 투쟁에서 발언대에 올랐던 그다.

 또 광주시가 평창올림픽 폐막과 동시에 올림픽기를 내려버린 일은 그의 가슴 속에 아쉬움으로 기억될 한 장면이다. 광주시는 지난달 26일 시청 광장 국기게양대에 게양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기와 한반도기의 하강식을 진행하고 깃발을 철수했다.

 “아직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는데, 광주시는 올림픽기와 한반도기를 내렸어요. 장애인 올림픽에서도 북한 장애인 선수가 2명 참가했는데 말이죠. 평화와 인권을 말하는 도시에서조차 장애인을 같은 시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씁쓸했습니다.”
 
▲불편사항·아쉬움 담아 보고서 제출
 
 이번 올림픽에서 그가 포착해낸 불편사항과 아쉬움들은 보고서 형태로 기록해 광주 장애인체육회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패럴림픽 방송 중계가 하루 평균 2~3시간뿐으로 시청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도 포함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9일 개막해 18일까지 열리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올림픽과 함께 4년마다 진행되는 장애인들의 국제경기대회다. 패럴림픽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진행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을 통해 같은 연도, 같은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패럴림픽에선 전 세계 49개 나라, 570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패럴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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