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중학생들 3년째 세월호 유가족 초청
“이제 중학생, 우리도 제대로 알고 싶어요”

▲ 12일 산정중학교에 초청된 고 임경빈 군 어머니 전인숙(가운데)씨와 생존자 김성묵 씨(오른쪽). 왼쪽은 광주 세월호 시민상주 장헌권 목사.
 광주 산정중 학생들은 “온 세상이 눈물로 젖었던” 2014년 4월16일을 기억한다. 초등학생이던 그날로부터 4년이 흐르고 중학생이 된 지금. 그러나 세월호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된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산정중은 올해도 세월호 유가족 초청행사를 열고, “진실에 조금 더 다가서기”로 했다. 직접 눈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작년과 재작년의 경험이 뜻깊었기 때문이다.

 12일 산정중 강당에서 진행된 세월호 유가족 초청행사는 올해로 3년째다. 올해는 단원고 고 임경빈 학생 어머니 전인숙씨와 유가족들 곁에서 진상규명 투쟁을 함께하고 있는 생존자 김성묵 씨를 초청했다. 지역에서 세월호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광주 시민상주 활동가 장헌권 목사도 자리에 함께 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 나이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지요. 그때는 그 사건을 명확히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조금 어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중학생이 됐고, 이제는 그 사건을 알아야만 합니다.”
 
▲고 임경빈 학생 어머니 “아프지만 진상규명 위해 싸운다”

 세월호 유가족과의 간담회에 앞서 산정중 이진 학생회장이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강당에 모인 700여 명의 학생들은 어느덧 장난기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김성묵 씨가 무거운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304명의 희생자를 뒤로하고 생존했다는 죄책감에 지난 4년 간 죄인으로 살았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담담하게 ‘그날’의 기억부터 꺼냈다.

 “사고 당시 저는 4층 우현 난간에 있었어요. 선내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할 때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기울기가 심해지고 아이들을 통해 구명조끼를 전해 받았어요. 조금 있다가 헬기가 도착했지만, 그 어떤 구조대원도 내려 보내지 않았습니다.”

 아찔했던 그 순간보다 그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기억은 선내에서 만난 단원고 학생들과 나눈 대화다.

 “이미 바닥이 벽이 될 만큼 선체가 기울어졌을 때 한 친구가 보였어요.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기에 물어보니 ‘(조끼가 모자라서) 친구 줬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지 못했어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 친구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고 했다. 죄책감은 그에게 큰 고통이지만, 그가 유가족들 곁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하지만 함께 산정중 학생들을 만나러 온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는 “생존 자체로 죄가 아니다”며 다음 발언을 이어갔다.

 “저도 자식을 잃고 살아가는 엄마로서 그날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보기가 아직도 힘들어요. 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봐야 하는 것이죠. 지금도 유가족들은 아파하면서도 조사를 위해 현장을 찾고 있어요.”

 그는 학생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누가 만든 것일까?”를 질문했다. 그러자 청중 사이에선 “박근혜” “(최)순실이” 등이 답변으로 튀어 나왔다.

 “여러분,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날 수 있어요. 그런데 사고를 참사로 만든 것은 ‘국가’에요. 사고를 수습하고,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을 밝힐 의무가 있잖아요.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7시간’ 동안 잠을 잤다고 해요. 국민을 져버린 거 아닐까요?”

 이어 “학생들에게 조금 어려운 개념일지 모르겠지만, 이야기하려 한다”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가족들은 어제도 서울을 다녀왔는데요. 자유한국당에서 추천한 특조위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서 삭발식도 했습니다. 황전원 위원은 지난 1기 특조위에서 ‘대통령 사생활을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말한 사람이에요. 진상규명을 방해한 사람이 또 다시 특조위에 들어온다는데 여러분 믿기세요?”
 
▲간담회서 진솔한 대화 오가…“부모님처럼 편안해”

 학생들도 그 사실이 어이가 없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또 한 뼘 세월호의 진실 다가선 학생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이름 대신에 생존자, 유가족이라고 불리는 심정은 어떤지’ ‘그날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행사장에서 만난 산정중 2학년 박건우 군은 “지난해에 이어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는 자리가 뜻깊게 진행된 것 같다”며 “부모님을 만날 때는 우리 부모님이 떠올라 포근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초청행사의 마지막은 산정중 학생들이 유가족과 생존자를 안아드리며, 진심을 전하는 시간이었다. 신청을 받아 준비한 노란색 프리지아 한 송이를 건네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편 산정중 학생회는 유가족 초청 추모행사뿐만 아니라 4월9일부터 20일까지를 세월호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을 쪼개 학생들이 합동분향소를 직접 만들고, 부스를 여러 개 설치해 추모리본을 만들며 노란종이배를 모아 대형배 만들기, 노란리본에 기리는 말 적기, 종이배 모빌 만들기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학생회 간부들은 해마다 추모기간 전에 팽목항을 방문하며 먼저 뜻을 기려왔다. 올해는 지난 3월에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다녀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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