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건립비 70만 원 마련 모금 활동
학생들 자발적 동참 이어져 달성 청신호

▲ 등교시간에 학생회·플리스·하이스토리 학생들이 소녀상 건립 모금의 참여를 권유하기 위한 피켓을 이용해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광주 운남고등학교 학생들이 남달리 분주하다.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해 아침과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모금 활동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녀상 건립 운동은 이민정(18) 학생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학생회장은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 소녀상 건립을 생각해 왔지만 마땅히 실현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고등학교 때는 꼭 해보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현재 추진중인 소녀상 모형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작품으로, 가로·세로 각각 30cm 크기의 ‘작은 소녀상’이다. 모금 목표액은 70만 원으로, 60만 원은 소녀상을 건립하는데 사용되고 나머지 10만 원은 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한 아크릴판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다. 소녀상 건립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 학생들의 자발적인 모금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소녀상이 설치될 장소는 향후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될 예정이다.

 학생회가 주관하는 이번 소녀상 건립운동은 경찰동아리 플리스, 역사동아리 하이스토리가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를 위해 세 단체는 지난 14일부터 함께 만든 홍보피켓과 모금함으로 매일 아침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 급식실 앞에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플리스에서는 현재 위안부 뱃지 제작을 하고 있는데, 뱃지 판매로 얻는 수입금 10만 원은 소녀상 건립에 기부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플리스 회장 이다인(18) 학생은 “동아리 내에서 기부활동을 생각하다가 소녀상 건립 추진 소식을 듣고 다 같이 참여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함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관심도 눈에 띄었다. 어떤 학생은 모금 캠페인을 미처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 지폐를 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깜빡 잊고 돈을 두고 왔다며 교실에 다시 갔다 와서 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은 없고 카드만 있는데, 계좌이체로 보내도 되느냐”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학생이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모금에 참여한 노은서(17) 학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기억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참여 배경을 밝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인도에서 살다가 온 전지선(17) 학생은 “해외에서 지내다보니 모금 같은 걸 안 해봤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소녀상 모금에 참여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소녀상 건립을 제안한 이민정 학생회장은 “소녀상 건립은 우리가 진심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같다“면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라는 말이 있듯이, 소녀상이라는 상징물을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인 의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추후 이와 연계된 활동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생회와 희망하는 친구들과 함께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일본군 성노예 생존자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모임인 ‘광주나비’ 주최로 열리는 광주 수요 집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편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 1000회를 맞은 2011년 12월 14일, 시민들의 모금으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이후 국내외로 확산됐다. 특히 2015년 12월 28일 한·일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계기가 되어 위안부 소녀상의 열기는 거세졌다.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앞에 소녀상을 세운 이화고등학교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에서는 ‘100개를 넘어 대한민국 239개 학교의 참여로 239개의 소녀상 건립(자신을 밝히신 할머니 숫자)’을 목표로 제시하며 소녀상 건립에 함께 동참해달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용인의 태성고등학교에서 1호를 건립했으며, 현재 광주에서는 성덕고, 상무고, 보문고 등 7개의 학교에 소녀상이 설치되었다.

 한편, 지난 달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덕례 할머니가 향년 97세로 별세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들 중 생존자는 28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수영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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