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 개당 330만 원 고급형 설치 4일만에 훼손
서구 담당자 일괄 관리 허점 북구는 동별 지정

▲ 12일 광주 서구화정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그늘막이 훼손된 후 묶여 있어 기능을 상실했다.
 폭염 속 보행자들을 위해 광주 서구가 설치한 그늘막이 설치 4일만에 사고로 훼손돼 기능을 상실했다. 새로 제작·교체까진 한 달여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 기간 불편은 보행자들 몫이 될 상황이다.

 이번에 훼손된 그늘막은 서구청이 “더 견고해 오래 쓸 수 있다”며 개당 330만 원을 들여 설치한 고급형이어서 허탈감마저 든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그늘막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화정2동주민센터 인근 횡단보도 앞에 마련된 우산형 그늘막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햇빛을 가리는 용도로 두껍게 제작된 천막이 50cm 가량 찢어진 것. 지난달 22일 그늘막이 처음 설치된 뒤 4일만에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서구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CCTV를 확인해 한 남성이 작업차량 운행 중 후진을 하다 인도를 침입해 그늘막을 훼손한 뒤 도주한 사실을 밝혀냈다.

 곧 남성은 검거됐고, 차량보험 등을 통해 수리비 130만 원을 들여 새 그늘막 우산이 제작되고 있는 중이다.

 훼손된 그늘막은 현재 끈으로 꽁꽁 싸매진 채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오히려 횡단보도 앞 한 구석을 차지하며 보행자들의 통행만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는 올해 광주 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200만 원 짜리 일반형 그늘막이 아닌 330만 원 상당의 ‘고급형 그늘막’ 11개를 주요 교차로에 설치했다.

 서구에 따르면, 고급형 그늘막은 비용은 더 들지만 방수·차광력이 강하고 4계절 내내 운용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구조상 더욱 견고하다’는 것도 고급형 그늘막 선택의 중요한 이유였다. 고급형 그늘막은 일반형 그늘막보다 튼튼해 5년~10년까지 지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화정2동주민센터 앞 그늘막은 24~25일쯤 수리를 마친 뒤 우산을 펴고 보행자들을 맞을 예정이다. 훼손된 지 딱 한 달 만이다.

 설치한 지 4일만에 그늘막이 훼손되면서 시설물 관리 대책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화정2동주민센터 앞에 설치된 그늘막이 훼손돼 있다.|||||

 기존 천막형·캐노피형에서 고정형·우산형으로 그늘막이 ‘고급화’됐지만, 도로에 설치된 값비싼 시설물 관리 대책은 소홀했다는 것이다.

 여름에만 설치했다 우산을 철거하는 타 자치구와 달리, 서구는 4계절 내내 우산을 부착해둔다는 방침이어서 관리는 더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설치된 11개 그늘막은 서구청 안전관리과에서 일괄 관리하고 있다.

 북구는 각 동 주민센터에서 동별 관리책임자를 지정해 안전관리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책임자는 1일 2회 이상 순찰하고, 고장 및 안전사고 위험 시 구청에 통보하고, 그늘막 주변 환경정리, 방해 시설물 제거 등도 수행하고 있다. 또 통장과 지역자율방재단도 1일 1회 이상 순찰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구청 담당자가 전체 그늘막을 총괄하는 서구의 관리 대책보다 더 강화된 대책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 서구청 담당자는 “현재 11개 그늘막 중 9개가 치평동에 집중돼 있어 동별 담당자 지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6개 그늘막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인데, 다른 동까지 그늘막 설치가 확대되면 동별 관리자 지정 등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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