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앞두고
국회 토론회 감정노동자 피해사례 쏟아져

▲ 18일 열린 토론회. <사진제공=감정노동 전국네트워크>
 지난 3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이 10월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비스산업 800만 감정노동자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법이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이행하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는 게 감정노동자들의 우려다.

 지난 18일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등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렸던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과 보호제도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서 감정 노동자들의 다양한 증언들이 쏟아졌다.

 이날 증언에 나선 한 비행기 승무원은 승무원들의 주업무가 항공기가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승객들의 안전임에도 무슨 요구든지 다 들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승객들의 태도를 애로점으로 꼽았다. 이 승무원은 “고객들은 마치 비행기를 구매한 것인 양 어떤 것을 요구해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보다”면서 “조금이라도 응대가 소홀하다고 생각이 들면 곧 바로 컴플레인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또 “밀폐된 공간 안에서는 어떤 수모를 당해도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감정노동자가 바로 승무원들”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에서 회사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오로지 이윤 확대를 위해서 자기 직원들의 인권을 버렸다는 것.

 
 ▲“고객 갑질…회사는 고객편”
 
 백화점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고객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상해를 입히고 있는데도 백화점 측의 누군가가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백화점 측이 아닌 옆의 매장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이 피해자를 피신시켰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일반 시민들이 SNS를 통한 통신이 확대되면서 일반 우편물을 대체하고 있어서 우체국에서 처리하는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보니 국별로 사업 실적을 달성하려는 경쟁이 심화되었고 다량으로 우편물을 접수하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여직원이 술자리까지 가야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노동자는 “어느 날은 다량 접수업체 직원의 갑질로 인해서 욕설과 폭행을 당한 직원은 현재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자주 방문하는 갑질 고객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 마주하게 되면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중이고, 또 어떤 고객은 규정에 위반되는 택배물품 발송을 요구해 규정상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을 하였지만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더니 잠시 후 몸에 문신을 한 다섯 명을 데리고 와서 또 다시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그후 총괄국 간부들이 오히려 문제행동을 한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서 사과를 하고 선물을 전달하면서 민원 제기를 사전에 무마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는 결국 평가제도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결국 우체국 직원들은 자존심은 물론 기본적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결과를 마주하면서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측은 “감정노동자들이 이번에 보호법이 시행되고 나면 정말 맘 편히 일할 수 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의 감정노동자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면서 “기업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라고 밝혔다.
 
 ▲“고객 중심…과도한 친절 강요”
 
 이어 “물론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적절한 수준의 고객응대메뉴얼을 적용하며 상처를 받은 직원들이 정신건강을 위하여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도 고객중심경영, 고객친절경영, 고객만족경영 등의 경영방침을 중심으로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고 비상식적인 고객의 갑질을 수용하고 보상하며 노동자들의 감정을 상품으로 포장·판매하는 것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때문에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다 하여도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이행하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법시행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감정노동을 바라보는 전향적인 사고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오는 10월18일 시행 예정인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을 직접 대면 또는 통신 등으로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등의 괴롭힘으로 건강 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사업주는 업무를 중단시켜야 한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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