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후 첫일 업무보고서 의원들 황당 질문 쏟아내
“관사수수료 놓쳐 한스러워” “제 사무실 임대료 높다”
사심·개인 민원 ‘빈축’…이전 쟁점 되풀이 시간 허비도

▲ 지난 17일 장기간 파행에 대해 광주시민들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광주시의원들.<광주시의회 제공>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원구성 갈등으로 장기간 파행을 겪은 제8대 광주시의회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곳곳에서 노출하고 있다. 제8대 의회의 역량을 처음으로 선보인 첫 업무보고에서 일부 의원들이 본질을 비켜가거나 개인적인 궁금증과 욕심이 담긴 질의로 빈축을 산 것.

 광주시정을 견제·감시해야 할 광주시의회가 되려 견제와 감시 대상이 될 판이다.

 우여곡절 끝 지난 17일까지 의장단과 각 상임위 구성을 마친 광주시의회는 지난 20일까지 광주시 각 실·국, 광주시교육청 주요 업무보고 및 청취를 진행했다.

 당초 의사일정 계획은 16일부터 각 상임위별 업무보고가 시작되는 것이었지만 민주당 내 원구성 갈등으로 1~2일 가량 일정이 늦춰졌다.

 가뜩이나 전체 23명의 의원 중 22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3명을 제외한 20명이 초선이어서 “시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컸던 상황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가 현실이 됐다.

 ‘날카로운 지적’은 커녕 되레 엉뚱하고 황당한 질문으로 의회의 위상을 깎아먹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본업’ 밝히며 사심 드러낸 의원들
 
 지난 18일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광주시 감사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임미란 의원은 ‘개인 민원’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임 의원은 윤영렬 시 감사위원장에 공유재산 관리 우수사례 발굴과 관련한 질의 도중 “실은 제가 거기에 연결돼 있다”며 “당황스러워서”라고 했다.

 이어 임대료를 올리면 이게 부담스러워서 사무실을 빼는 경우고 있다는 설명을 어어가더니 임 의원은 “저희 사무실도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높아서 공실이 되고 있다”며 “안타깝다. 세가 2016년 배가 올랐다”고 말했다.

 임 의원 본인도 공유재산에서 사무실 등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임대료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설명을 듣던 윤영렬 감사위원장은 이를 뒤늦게 알아채고 임 의원에 “공유재산에 계십니까? 저한테 자료 주시면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임 의원은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김익주 행정자치위원장은 ‘사심’을 드러낸 질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시 자치행정국 업무보고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의 관사 철회와 관련, 느닷 없이 “관사 계약 체결 당시 부동산 수수료로 얼마를 지급했냐”고 물었다.

 좀 있어 “제가 공인중개사인데 빨리 계산을 못해서”라고 ‘본업’을 밝힌 김 의원은 황봉주 자치행정국장이 “0.4%에 부가세 포함해 148만 원”이라고 답하자, “이거를 놓친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광주시 자치행정국 업무보고에서 김익주 행정자치위원회장(왼쪽)이 이용섭 광주시장 관사 철회에 대해 황봉주 자치행정국장에 질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시장이 관사를 철회한 것에 대해 “3억2000만 원(당초 전세계약 금액)이면 부담스러운 금액도 아닌데 철회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선거직들이 당선이 되면 뭔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다 보니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구시대 산물이라는 관사에 대한 비판과 철회 요구에 정반대되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행정 이해도 낮아 원론적 발언만”
 
 김 위원장은 전날 사회통합추진단 업무보고에선 민선6기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예를 들어 ‘시청 공무원’이 될지 알았으면, 정규직 공무원이 될지 알았으면 저도 (비정규직으로)갔을 것이다. 용역회사니까 안 갔다”며 “일반인 평등원칙에서 그걸 어떻게 보시는지 그 판단을 듣고 싶다”고 본질을 비껴간 발언을 하기도 했다.

 도시철도 2호선,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군공항 이전, 광주형 일자리 등 지역의 현안과 관련해서도 시의회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일 도시철 2호선과 관련해선 지난 7대 의회에서 수도 없이 제기됐던 차량 바퀴 문제를 되풀이하느라 질의 시간을 소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른 광주시의 업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홍보가 필요하다”는 등 당연한 주문을 하는데 그쳤다.

 기존 광주시 행정에서 놓치고 있는 문제 등을 꼬집은 몇몇 소수 의원들만 ‘빛’이 났을뿐, 전반적으론 무기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와 관련, 일부 의원들은 “업무보고를 앞두고 광주시가 제공하는 자료 자체가 매우 원론적이고 부실해 보다 깊이 있는 문제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간 파행으로 제대로 된 준비를 못한 점 역시 부인하진 못하고 있다.

 한편, 시의회는 23일 제270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를 열어 의회 운영위원장을 선출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위를 구성한다. 이후 오후에 일반안건 등을 처리하고 폐회, 제8대 의회의 첫 임시회 일정은 이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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