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선 공론화위 구성’ 추진
대화 대신 갈등 부추겨

▲ 광주시의 일방적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반발한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 16일 광주시청 앞 기자회견 후 기자회견문을 이용섭 광주시장에 직접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광주시청 직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시장은 몸싸움이 벌어지고 나서야 밖으로 나와 시민모임 측 입장을 들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후보시절부터 약속했던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가 최대 고비를 맞았다. 광주시가 사실상 공론화 준비 논의를 접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우선 추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이러한 과정이 이 시장이 제시한 “찬바람 불기 전”이란 결정 시한과 맞물려 ‘형식적인 공론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광주시,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공론화 의제선정, 공론화 방식 등을 논의하는 준비모임 성격의 회의가 세 차례 진행돼 왔다.

가장 쟁점이 된 것은 공론화위원회 구성이었다. 시는 공론화위원회를 먼저 구성해 여기에서 공론화 방식, 기간, 의제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을 냈다.

반면, 시민모임은 어떻게 공론화를 할 것인지 ‘큰 틀’을 만든 후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공론화위에 ‘모든 것’을 넘길 경우 자칫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시민모임은 “‘선 공론화위 구성’은 형식적인 공론화기구 구성 후 속전속결 여론조사를 통해 ‘지하철 2호선’을 강행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 “숙의 필요” 강조에도 이용섭 시장 “꼭 그렇진 않다”

시민모임 측은 “그동안 준비회의에서 시가 직접적으로 여론조사를 주장하진 않았지만 여론조사도 공론화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가 말하는 공론화는 숙의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기본인데, 시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사실상 숙의를 배제한 단순 여론조사로 상황을 정리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론화 방식과 관련, 시민모임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모델을 토대로 250여 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3개월 이상 5개월 내외의 숙의과정 및 4차 조사를 통해 도시철 2호선에 대한 정책권고를 내놓는 ‘시민참여형 숙의조사’ 방식을 광주시에 제안한 상태다.

주시의 일방적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반발한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 16일 광주시청 앞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섭 광주시장에 도시철 2호선 공론화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 왔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안심번호(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 불가, 3개월 이상의 긴 기간 등이 이유였다.

무엇보다 이용섭 시장은 도시철 2호선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찬바람 불기 전 마무리하겠다”고 밝혀왔다. 시민권익위원회 출범 후에는 9월말 10월초를 ‘결정 시한’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은 “광주시가 충분한 논의 대신 ‘빠른 결정’만 앞세우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4일 시민모임 측에 공문을 보내 “준비모임에서 양측(광주시, 시민모임)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절차를 진행코자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공문에는 시민권익위에서 추천한 공론화위원 후보자에 대한 동의여부, 시민모임 측 위원 추천 등에 대해 이날 오후까지 답을 달라는 내용도 포함도 돼있었다.

이날 시민모임이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용섭 시장에 ‘공론화 약속 이행’을 촉구한 배경이다.

시민모임은 “시민권익위가 일방적으로 준비모임을 파행시키고 대화중단을 선언했다”면서 특히 최영태 위원장에 대해 “광주시 입장만 강요하는 ‘시 대변인’에 그쳐 시민소통과 거리가 멀었다”고 비판했다.

이후 시민모임은 기자회견문을 이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시장실을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광주시청 직원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양측간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도 오갔다. 약 30분이 넘어 시장실이 시끄러워지자 이 시장은 밖으로 나왔지만,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찬바람 불기 전” 결정 시한 등 형식적 공론화 우려 커져

“시장이 시민을 잠깐 만나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는 시민모임 일부 회원들의 불만에 이 시장도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하고 와서 만나달라고 하면 만나줘야 하나?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겨우겨우 대화 자리가 마련돼 시민모임은 “TV토론 1~2번, 세미나, 여론조사만으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충분한 정보를 시민참여단에 제공하고 숙의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기자회견문 전달 과정에서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과 시청 직원들간 몸싸움이 벌어진 이후에야 밖으로 나온 이용섭 광주시장이 시민모임 측 대표단과 잠깐의 대화를 갖고 입장을 전해듣고 있다.

이어 “공론화위를 우선 구성할 경우 만일 공론화 방식을 단순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이 시장에 물으며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시민모임 측 요구대로 공론화를 하겠다고 했고, 행정절차도 중단했다”면서 “객관적인 공론화위에서 방식 등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단순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모임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공론화엔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건 시민모임 주장일뿐 꼭 그렇진 않다”며 “공론화는 상황, 시기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일단 “시민모임 측 입장을 살펴보겠다”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시민모임 변원섭 대표는 앞서 “오늘(16일)이라도 광주시가 당장 (공론화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한)대화에 나서야 한다. 시민모임은 대화 준비가 돼 있다”며 “그렇지 않고 시가 일방적인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밀어부칠 경우 모든 것을 결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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