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광주퀴어축제 1000여명 참가 
청소년·장애인·성소수자 가족까지 
“지금, 여기에, 우리가 있어요”

▲ 21일 제 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진행된 금남로 일대 퍼레이드.
 ‘나는 장애인이자 성소수자입니다. 일 년에 딱 하루 우리들 세상이네요.’

 21일 광주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선 그동안 억눌렸던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 거주 중인 이들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감격스러워했다.

 4년 전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이후, 그런 기회를 찾고 있던 A씨도 마찬가지.

 그는 광주퀴어문화축제 측에서 배포한 피켓 인쇄물에 자신을 표현하고,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저는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성소수자입니다. 이렇게 저를 드러낸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고향에서 열리게 돼서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광주 토박이라는 그는 “일년에 딱 하루 우리들 세상인 오늘,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축제를 누리고 싶다”면서 “광주에서 첫 개시가 이뤄진 만큼 앞으로 매년 퀴어축제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자체로 존중받아야”

 이번 퀴어문화축제에선 청소년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를 드레스코드로 맞춰 입고, 음악에 몸을 흔들며 축제 자체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최윤진·정채은 청소년은 “안전하면서도 활기찬 축제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무지개 깃발을 펄럭였다.

 이들은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성소수자도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경찰 병력이 우리를 보호하고, 참가자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을 보면서 축제의 의미를 되새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가장 밝은 무지개’, ‘남친, 여친 아닌 애인’이라는 표어를 피켓에 적었다.

한 성소수자가 직접 적은 손피켓을 들고 축제가 열리는 광장을 누볐다.

 축제 현장 한 켠은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진행한 ‘프리허그’ 행사에서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 가족, 그리고 당사자들의 모임으로서 참가자들을 아무 말 없이 토닥여줬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 중인 ‘나라(활동명)’ 씨는 축제에서 만난 누구라도 두 팔 벌려 안아주면서 눈물을 훔쳤다.

 “성소수자들은 그 누구보다 특히 부모, 가족들에게 그 존재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정을 당하고 삽니다. 말 한 마디 따뜻하게 들은 적 없다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파요. 다른 말은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사랑한다’고,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말 밖엔요.”

 그 역시 성소수자를 가족으로 둔 이로서 다른 가족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 차별과 혐오를 이해하면서도 “결국 부정할 수 없는 일부”로 수용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고민하게 됐다고. 그가 모든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 참석하는 이유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눈물의 프리허그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나쁜 게 아니잖아요.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는 풀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무조건 배척하고 차별하는 건 진실을 보지 않고 눈을 감는 것과 같아요. 성소수자들에게 마음을 열어주세요.”

성소수자 프리허그 행사.

 이날 열린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조직위원회와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 주최로 ‘광주, 무지개로 발光하다’라는 주제로 열려 1000여 명이 참석했고, 광주, 전남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참여했다. 40여 개의 부스가 차려졌고, 퍼레이드, 공연, 연극 등 본행사 등이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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