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협약 무산, 광주시 재협상 의지
유예조항 관건…이 부시장 “조율 시도”

▲ 지난 5일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후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기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이용섭 광주시장(왼쪽)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의결한 협상안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거부로 완성차공장 설립과 광주형 일자리 모두 무산 위기에 놓인 가운데, 광주시가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어느 정도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통해 유일한 쟁점으로 떠오른 이른바 단체협약 유예조항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투자 협상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지난 5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안 협상에 대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일부 내용을 수정, 제시하자 현대차가 이를 거부해 6일 오후 2시30분에 열리려던 투자협약 조인식이 취소됐다. 지난 6월 ‘완성차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이 행사 하루 전 돌연 무기한 연기된데 이어
두 번째다.

 광주시는 이미 청사 1층에 행사장 설치까지 마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대표 등 고위 인사들도 조인식 참석 일정을 잡았지만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국회 정부 예산안 처리 이전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사업이 무산될 위기감으로 뒤바꼈다.
 
▲현대차 추가협상 여지 남겨
 
 그나마 현대차가 추가 협상 여지를 어느 정도 남겼다는 점은 비빌 언덕이다. 현대차는 전날 공식 자료를 통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잠정 합의안이 수정된 것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투자협약 조인식 취소에 따른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행복주택건설 및 임대주택공급건설사업(1324억 원) △공동어린이집 건립(22억 원) △노사동반성장일자리센터 건립(450억 원) △빛그린산단내 개방형체육관 건립(100억 원)등 4개 사업과 인프라구축사업인 △빛그린산단진입도로(광주방면)개설사업 타당성 재조사비(81억 원) 지원 등 ‘광주형 일자리’ 관련 내년 정부 예산 확보는 빨간 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현대차의 사업참여 의향서 제출 이후 가시화되는 듯 했던 완성차공장 설립 사업이 이번 협상 실패로 장기간 표류할 우려가 커졌다. 민선6기부터 4년 넘도록 추진해 온 광주형 일자리의 실현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6일 “광주형 일자리 협상을 12월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협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숨고르기는 불가피해 당장 나설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래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정말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안에 다시 협상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관건은 단체협약 유예조항의 대안 마련이다. 이 부시장은 이에 대해 노사간 입장 조율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 1조 2항엔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하여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 대 달성시까지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막판에 협상이 틀어지게 된 유일한 쟁점이다.
지난 6월4일 현대차 실무자들이 완성차공장 설립 부지가 있는 빛그린산단 현지실사를 진행했다.<광주시 제공>|||||


 광주시는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으로 해당 조항을 해석했지만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최대 5년 가까이 임금·단체협약을 유예하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삭제를 요구했다.
 
▲이용섭 시장 “성공 위해 다시 뛰겠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도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 자체를 삭제하거나 노동권 침해 및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수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현대차가 “광주시가 노사민정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부 뜻을 밝히면서 투자협약 체결이 무산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계와 현대차간의 불신, 광주시의 허술한 대응 등 그동안 진행된 협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노사정·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원칙을 앞세웠지만 정작 협상은 광주시와 노동계, 현대차와 광주시가 따로 따로 하는 방식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광주시가 노동계와 합의하면 현대차가 반발하고 현대차와 합의하면 노동계가 반발하는 일이 반복된 배경이다.

 투자협약 체결을 서두르려다 노동계를 배제한 채 ‘5년 단체협약 유예’, ‘기본급 2100만 원’ 등 논란이 뻔한 내용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했던 광주시의 ‘원죄’도 컸다. 이후 협상에서 현대차가 “내용을 뒤집었다” “오락가락 한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빌미를 준 것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빠른 시일 내 다시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광주시가 연내 재협상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이용섭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참으로 아쉽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협상타결’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며 “국민의 뜨거운 염원을 가슴에 담고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해 다시 뛰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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