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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투자 암초 ‘단체 유예조항’ 왜 나왔나
독소조항 지적에 ‘5년 유예’ 삭제 합의했다
적정임금 정리후 ‘35만대까지 유예’로 부활
경영안정 취지 불구 노동권 논란, 좌초 불러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8-12-07 06:05:01
▲ 지난 5일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이후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는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광주시와 현대차간 투자협상 실패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딱 하나의 쟁점을 풀지 못해 벌어진 결과였다. 누적 생산물량이 35만 대가 될 때까지 신설법인 상생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유지한다는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의 1조 2항이다.

 사실상 임금·단체협약 유예조항으로 해석되는 해당 조항은 당초 ‘5년 유예’ 조항으로 논의되다가 삭제됐던 것이다.

 그런데 막판 협상 과정에서 5년이 아닌 ‘35만 대 생산까지’로 조건만 바뀌어 협상안에 다시 포함됐다. 그리고 이는 타결 직전까지 간 협상이 틀어지는 결정타가 됐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했던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의 1조 2항은 “각 사업장별 상생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 상의 원칙과 기능에 근거하여 운영되도록 하고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하여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 대 달성시까지로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전날 협상안 내용을 받아보고 이 조항이 임금·단체협약 등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판단, 삭제를 요구했다.

 광주시는 해당 조항이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이라고 해석하지만,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임금·단체협약 유예조항’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사실 협상 초반부터 꾸준히 노동계의 문제제기가 있던 내용이다.
 
▲경영안정 취지 불구 노동권 침해 논란

 상생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최소 5년 보장한다는 내용을 놓고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산 것이다.

 여기다 5년간 노조 설립을 금지하고 임금도 동결한다는 조항까지 담기면서 논란을 키웠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등 지역 노동계와 광주시가 원탁회의를 꾸려 투자협상체계를 정비하면서 ‘5년 유예조항’으로 불린 해당 내용은 협상안에서 삭제됐다.

 이 내용이 분기별로 노사협의를 하도록 한 ‘근참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노동법 등을 위반하는 것이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후 협상 과정에선 현대차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잠정 합의안에 35만 대 누적 생산물량을 조건으로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에 유효기간을 두는 조항이 다시 반영된 것이다.

 반영 시점은 광주시가 지난달 27일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로부터 포괄적인 협상 전권을 위임 받은 이후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지난 5일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결과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임금·단체협약 유예조항이 다시 포함된 것에 대해 “사실 제일 컸던 게 적정임금과 적정 근로시간이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되고 나서 이 문제가 나온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10월26일 열린 광주형 일자리 원탁회의. 광주시와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등은 원탁회의를 통해 협상안의 5년 유예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 부시장은 “당초에는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한다였다가 이를 다른 문안으로 바꿨는데, 다시 최종 합의 과정에서 35만 대 달성으로 됐다”며 “현대차는 신설법인이기 때문에 초기 경영안정, 투자자 확보 차원에서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관계개선, 노사 공동책임 경영) 중 하나인 적정임금도 논란이 많았다.

 광주시는 그간 기존 자동차공장 직원들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인 ‘연봉 4000만 원’을 제시해왔는데, 정작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 초반에는 기본급 2100만 원(기본급 1800만 원에 통상임금 300만 원을 더한 것)을 토대로 잔업수당, 연월차, 특근수당 등을 더해 ‘3000만 원’을 만드는 임금 구조를 논의했던 것.
 
▲연 3500만 원 묶기 고육지책?
 
 시는 “현대차에 최종 제시한 것은 주 44시간 노동시간 기준 연 3500만 원 정도였다”고 해명했으나 광주시에 대한 불신은 가라 앉지 않았다.

 적정임금 등이 정리된 이후 유예조항 문제가 다시 나왔다는 이 부시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결국 당초보다 상향된 적정 임금을 가지고 논의를 벌이면서 이에 대한 조건부로 다시 단체협약을 유예하는 조항을 받아들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광주형 일자리가 흔히 ‘반값 일자리’로도 인식되는 상황에서 연 3500만 원 수준의 임금 수준을 일정기간 고정시켜 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 요인을 없애고, 노사 관계에 따른 변수를 차단하는 ‘장치’로 누적 생산물량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 유예하는 조항을 뒀다는 것이다.

 다만, 뻔히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항을 너무나 쉽게 현대차와 합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노동계 인사는 “광주시와 현대차의 가장 큰 착각은 임금 등 노동조건의 유지를 위해 단체협약을 원천 차단하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협약을 하거나 상생협의회를 하더라도 반드시 임금이 인상되거나 변화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사 협의 채널을 열어 놓으면서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좀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문제가 된 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는 조건으로 협상안을 의결했으나 현대차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6일 예정된 투자협약 조인식은 취소됐다.

 광주시가 연내 재협상 의지를 밝힌 가운데,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유예조항과 관련해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앞으로 광주시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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