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산재은폐·불법파견까지 피해 다양
광주·전남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준) 토론회

▲ 광주·전남 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주최로 13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전남 이주노동인권 네트워크(준) 설립을 위한 토론회’.
 #광산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 3월 한 오른쪽 손가락 세 개가 절단되는 산재를 당했다. 사업주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A씨에게 불법이라는 이유로 산재 신청을 막았다. 지역 단체의 도움으로 A씨는 산재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산재로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없었다. 한 회사에서 8년을 일했던 A씨는 퇴직금을 받으려 했지만 알고 보니 A씨는 회사 소속이 아닌 용역회사 소속이었다.

단체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은 제조업임에도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제공받는 불법파견으로 산재 책임회피에 퇴직금 지급 책임도 피하고 있었다. A씨는 한국의 행정에선 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2017년 9월말 기준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만1122명. 이 중 광산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만1792명으로 다수가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퇴직금 미지급, 산재 은폐, 불법파견 등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 수준은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정부의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체류기간을 제한하는 등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장 이동 제한 등 고용허가제가 족쇄

 광주·전남 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 주최로 13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전남 이주노동인권 네트워크(준)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광주지역 노동·인권 단체들이 그 동안 진행했던 이주노동자 관련 상담 사례들이 공유됐다.

광주민중의집·광주외국인복지센터·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아시아밝음공동체 등이 밝힌 이주노동자 상담 사례에 따르면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례가 가장 많았고 사업장 변경과 산재 등도 많았다.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의 경우 올해 총 126건의 법률 상담 중 91건이 임금체불과 퇴직금 미지급이었다. 이주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에 따르면 올해 산재와 질병, 실직 등으로 쉼터를 이용한 이주노동자는 1992명이었고 체불임금 및 퇴직금, 사업장변경, 산재, 출입국관련 상담은 총 175건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요웅(미얀마, 52)씨는 “미얀마 노동자들이 제일 많이 겪는 고충은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어도 변경이 잘 안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임금체불이나 사업장 변경 문제로 관청에 신고를 해도 사업주 편에 서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또 “노동자들은 처음 일을 시작한 날로부터 50일이 지나야 한 달치의 월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용자가 10~20일 월급을 지키는 건데 그 돈은 언제 나올지 모르고 많은 사람들이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이소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비자제도는 이주민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3년이 지나면 강제출국 시킨 뒤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사람의 이주는 상품의 이주와 달리 개인의 삶의 모든 것이 옮겨오는 것으로 현 제도는 이주민들의 불법체류를 양산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며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횟수가 3회로 제한돼 사실상 세 번째 사업장에서 강제근로를 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일하는 사업장에서는 임금 체불, 산업재해 신청 거부, 불법 파견노동, 인권침해 등을 겪더라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8개 단체, 이주노동인권 네트워크 구성

 이 변호사는 현행 고용허가제 입법 개선 방향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국 전에 근로조건을 결정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이주노동자의 열학한 상황을 이용해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가 크고 그 결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면서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일반적인 영주자격제도와 귀화제도 안에 이주노동자를 포섭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도 영주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며 장기체류와 관련해서는 가족 동반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전남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광주전남 지역 이주노동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내기 위한 연대체로 내년 초 공식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인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에는 광주민중의집·광주비정규직센터·광주외국인복지센터·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아시아밝음공동체·금속노조 광주자동차부품사 비정규직지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광주사무소 등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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