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내년 청년금융복지 예산 전진 아닌 후퇴?
‘부채 해소’ 별도 예산없이 ‘13통장’ 일부로 계획
체계화·발전 방안 필요한 시점 “시 되레 소극적”

▲ 동구 구시청 사거리에 위치한 광주청년드림은행. 지난 11월 발생한 사고로 현재는 광주청년센터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지역 청년들의 부채문제 해소를 위한 광주시의 ‘청년금융복지’ 지원 사업이 사실상 1년여 만에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내년 청년부채 해소 사업 관련 예산을 일하는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13(일+삶)통장드림’ 사업의 ‘일부 사업’으로 집어넣은 것이 이런 해석의 발단이 됐다.

 청년금융복지 사업의 폭을 넓히고 더욱 체계화해야 할 상황에서 도리어 “광주시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16일 광주시·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광주시 본예산에 ‘청년13통장드림’ 사업을 위한 11억 원이 편성됐다.

 광주시는 당초 국비 5억 원과 시비 5억 원 등 10억 원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지난 11~12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1억 원이 증액됐다.

 늘어난 1억 원은 내년 광주시의 청년부채 해소 지원 사업을 고려한 것이다.
 
▲운영기간 만료…사업자·공간 안갯속
 
 광주시는 지난해 ‘청년부채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역 청년들을 위한 금융복지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동구 구시청 사거리에 ‘광주청년드림은행’을 열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위탁 운영하는 청년드림은행은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연체해소 사업을 진행, 1인당 최대 80만 원의 신용회복 및 연체예방 지원금을 지원해 왔다. 경제·금융교육 및 상담도 진행, 200여 명이 넘는 청년들이 청년드림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시는 올해 7월부턴 청년 금융복지지원 2단계 사업으로 일하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비상금 통장 지원’ 사업도 진행했다. 일정 기간 일정액을 저축하면 광주시가 저축한만큼 액수를 얹어주는 방식으로, 올해 하반기 ‘청년13통장드림사업’으로 사업명이 변경됐다.

 이처럼 다양한 청년금융복지 사업이 한창 시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는 내년 본예산에 청년부채 해소와 관련한 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대신 ‘청년드림13통장드림’ 사업 예산 10억 원 중 2억 원을 청년들의 채무조정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입장’만 제시했다.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최영환 광주시의원이 이 부분을 문제삼자 광주시는 “기존에 진행되는 청년부채 관련 사업들은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청년드림은행의 위탁 운영기간이 12월로 종료되는 가운데, 내년 운영기관은 언제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또 지난 11월 화재가 난 청년드림은행 공간을 계속 이용할지 등은 ‘안갯속’이다.

지난해 12월 광주청년드림은행 개소식. 청년드림은행은 (주)보해양조의 협조로 동구 구시청 사거리에 공간을 마련해 운영해 오다 지난 11월 화재 사고로 현재는 광주청년센터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광주드림 자료사진>
 
▲“명확한 계획 없어 언제든 흔들릴 가능성”
 
 특히, 광주시가 청년 채무조정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한 2억 원은 올해 청년금융복지 사업에 투입된 3억 원보다 줄어든 것이었다.

 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고, 예산 규모도 줄어들면서 “광주시 청년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청년13통장드림’ 사업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형성 프로그램’이다. 노동 여부와 상관 없이 채무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돕기 위한 청년금융복지 사업을 ‘청년13통장드림’ 사업의 하위 사업으로 진행하겠다는 것 자체가 광주시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월 ‘광주청년드림은행 운영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광주 청년 부채 해법 찾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생활 중 겪는 다양한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광주청년드림생활경제지원센터’로 현재 사업 방식을 넓힐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채무조정과 연체 해소, 다양한 청년드림사업을 연게하는 원스톱지원체계 구축, 프리랜서 상담사 상근 고용, 심리 지원 프로그램 도입 등도 제시했다.

 청년드림은행과 비상금통장 운영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금융복지 지원 사업을 더 확대하자는 것이었지만 이 토론회를 함께 진행했던 광주시의 행정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비 5억 원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청년13통장드림’ 사업 예산에서 청년금융복지에 쓸 수 있는 예산 비중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결위가 심사 과정에서 ‘청년부채 사업’ 몫으로 1억 원을 늘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월12일 광주시청 1층에서 ‘광주청년드림은행 운영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청년 부채 해법 찾기 토론회.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청년 부채를 단순히 빚의 문제로 보지 않고, 청년들의 삶의 문제로 인식해 더욱 폭넓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시 “기존 진행 사업 계속 할 것”
 
 그럼에도 청년금융복지 지원 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계획이 세워지지 않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최영환 의원은 “청년부채 해소 지원 사업은 계속 진행하는 게 맞다”며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사업 내용과 상주하는 상담사 고용 등의 요구사항을 집행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광주시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별도 예산을 세우진 않았지만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청년 대상 채무조정 사업들은 계속해서 운영할 것이다”며 “조만간 청년드림은행 공간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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