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법 이후 2차·3차 2심서 원고 승소
강제집행 등 고민, 추가 소송은 신중 검토

▲ 지난 14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3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원고들이 승소한 가운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소송 원고 등이 법원 앞에서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측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며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간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측의 실질적인 사죄·배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후속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3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 대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이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이국언 상임대표는 소송 이후 활동과 관련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29일 박해옥·김성주·양금덕·이동련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 당사자와 일본에 끌려가 지진에 목숨을 잃은 고 김순례 씨의 유족 김중곤 할아버지 등 5명이 참여한 1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김재림·심선애·양영수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일본에 끌려가 지진으로 사망한 고 오길애 씨의 유족 오철석 할아버지 등 4명이 참여한 2차 소송은 지난 5일 2심에서 승소했고,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영옥 할머니와 일본에 끌려갔다 지진으로 사망한 고 최정례 씨 유족 이경자 할머니 2명이 참여한 3차 소송은 14일 2심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를 통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는 1억~1억5000만 원, 유족들에게는 325만~1억 원을 지급하라는 배상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미쯔비시 국외재산 강제 집행 고민”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판결 이후에도 ‘꿈쩍’ 않고 있다.
 미쓰비시 측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지만, 일본 정부가 피고가 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대응하지 말라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때문에 오랜 싸움 끝에 얻어낸 법정투쟁의 승리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국언 대표는 “자친 오랜 고생 끝에 얻어낸 결실이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며 “일본 정부가 피고 기업들에게 대응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압박하고 있어 (일본 기업들이)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우선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외에 있는 미쓰비시의 재산을 찾아내 강제집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와 관련해선 내년 1월 초 일본 나고야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일본 재판을 지원했던 일본 변호인단과 만나 판결 불이행과 관련한 실무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과도 이후 활동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단과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소송 대리인단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판결 이후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차, 3차 소송에서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멸시효 기산점을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난 10월30일로 판단한 가운데, 추가 소송 제기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일 정부간 전체적인 해결책 모색해야”
 
 이국언 대표는 “신일철(신일철주금) 대법원 판결 이후 근로정신대뿐 아니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소송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중에는 생존해 있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도 있다”고 밝혔다.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들의 변호를 맡았던 이상갑 변호사는 “추가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 사무실로도 상당히 많은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모임은 추가 소송 제기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남은 피해자가 몇 만 명, 몇 십만 명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일일이 소장을 써서 법원에 달려가야 하냐는 생각이 있다”며 “소송은 상당 부분 시간이 소요되고 피해자 대부분이 90대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소송을 통해 나머지 피해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단 추가 소송을 문의해 오는 피해자, 유족들과는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피해 사실관계 등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되 실제 추가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피해자 본인들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이상갑 변호사도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제는 판결이 문제가 아니다”며 “지금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은 판결 이후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자발적 사과와 배상이 안 된다면 강제집행이 문제가 될 것이다”면서 “무엇보다 외교적인 힘을 발휘해서 한일 정부간 전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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