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17일 보안관찰 면제 여부 심의
시민사회 “면제 촉구”…“법 폐지까지”

▲ 지난해 5월 광산구 인권콘서트에 출연한 강용주(왼쪽) 씨와 어머니 조순선 씨. <광주드림 자료사진>
 16년.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굴레를 이제는 벗어날 수 있을까.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인 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의 보안관찰 면제 여부가 조만간 결정된다. 법무부가 보안관찰심의위원회를 여는 17일이 분수령이다.

 이에 맞춰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130여 곳이 공동을 기자회견을 열어 강 씨의 보안 관찰 면제를 주장하는 등 여론을 주도하고 나섰다. 여기에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정부하에서 열리는 법무부 위원회라는 점 등에서 어느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독재정권의 유물로 평가되는 보안관찰법 폐지까지 이어져야 완전한 해방이라는 게 강 씨의 입장이다. 앞서 강 씨는 보안관찰법상 신고 의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놓은 상황이다. 강 씨의 16년 투쟁이 이같은 성과로 이어져 완전히 족쇄를 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사정권의 유물 ‘창살없는 감옥’

 강 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이른바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류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을 복역한 뒤 김대중 대통령 취임 1주년인 1999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2002년부터 보안관찰 처분을 받았고, 2년의 처분기간은 매번 갱신돼 16년 동안 이어졌다. 올초 갱신이 청구되지 않아 피보안관찰자 신분을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 ‘면제’가 된 건 아니다.

 법상 보안관찰은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안녕을 유지한다는 목적 아래 내란·외환·반란·이적·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을 때 취해지는 조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재범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관찰’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보안관찰대상자가 되면, 거주지역 관할경찰서장에게 가족·교우관계·가입단체·종교·직장 소재지·직장연락처 등을 신고해야 한다. 특히 3달에 한 번 씩 주요활동상황, 여행내용, 통신·회합한 다른 보안관찰처분대상자의 인적사항과 그 일시, 장소 및 내용 등까지 세세하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개인적인 활동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것으로, ‘창살 없는 감옥’, ‘징역 후 다시 징역’이라는 의미에서 ‘곱징역’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법조계에선 꾸준하게 기본권을 제약하고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보안관찰에서 벗어나려면,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에서 면제·취소 결정을 해야 한다. 위원회는 변호사들로 채워지며 위원장은 법무부차관이 맡고, 최종 결정은 법무부장관이 한다.
 
▲1심 법원 ‘강 씨 불복종’에 무죄 선고

 면제 요건은 △준법정신 확립 △일정한 주거와 생업 △신원보증 요건을 갖출 것 등이다.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강 씨는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강 씨가 체제를 부인하거나 보안관찰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보안관찰 불복종을 한다 해도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양심의 자유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경찰은 강 씨가 재단법인 ‘진실의힘’ 이사로 활동하면서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을 만나는 점 등을 재범 우려로 들고 있다”며 “하지만 강 씨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강연회 등에 참여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지난해 광산구 인권콘서트에서 보안관찰법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등 내적인 부분까지 감시하려고 한다”며 “이 법은 유례가 없는 법이다. 나치 치하에서 잠깐 존재했고,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들이 출소하면 감시하고 옥죄던 법률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내란죄, 반란죄로 무기징역을 받은 전두환·노태우한텐 신고하란 적 없는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싸운 나한테는…. 제가 전두환보다 더 나쁜 놈이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광주·전남 130여 시민단체들이 지난 14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용주 씨의 보안관찰 면제를 촉구했다.|||||
 
▲ “민주주의 역행 보안관찰법 폐지해야”

 강씨의 불복투쟁에 시민사회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광주전남지역 130여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강용주 의사는 오월 광주의 자랑스런 아들”이라며 “그런 그가 왜 보안관찰의 족쇄에 묶여 신음해야 한단 말인가”라며 보안관찰 면제를 촉구했다.

 보안관찰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민주화운동사업기념회는 “보안관찰제도는 자유권 등 헌법상의 기본권을 법무부장관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유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제도”라며 “법의 유효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면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참여연대도 14일 성명을 통해 “피보안관찰자 대부분은 출소한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난 80세 이상의 고령자”라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보안관찰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강씨는 보안관찰법 신고의무 조항인 제18조 제2항과 제4항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을 신청한 상태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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