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대학원생노조
‘대학원생119’ 출범

 “저는 연구실에서 연구원 신분으로 근무하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담당 지도교수의 부정부패 및 갑질에 못 이겨 그만 두려고 하는데 후배들을 포함해 앞으로 이러한 피해자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신고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모임인 ‘직장갑질119’ 최근 들어온 제보다. 제보 내용에는 연구비를 갈취하고 기부금을 강요하고 교수 자녀 학습에 대학원생을 동원했다는 등의 심각한 내용도 포함됐다.

 직장갑질 119가 밝힌 제보 내용에에 따르면 A지도교수는 선임 연구원을 방장으로 임명해 연구원과 대학원생의 통장을 관리하게 한 후 통장에 돈이 쌓이면 일정액을 교수의 통장으로 입금시키도록 했다. 한 대학원생은 5년 동안 8000만 원을 빼앗겼고, 또 다른 대학원생도 300만 원 넘게 교수 통장에 입금을 해야 했다. A교수는 대학원생들이 현금으로 돈을 찾아 교수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을 시키는 방식으로 증거인멸을 노렸다. 지도교수 산하 10명의 대학원생이 모두 ‘연구비 갈취’를 당했고, 대학원을 그만 둔 대학원생들에게 통장에 남은 돈 전액을 보내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협박까지 일삼았다. 이밖에도 대학원생에게 자녀 숙제를 대신하게 하는 등 사적인 일에 동원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 같은 A교수의 비위행위를 제보한 대학원생은 결국 지난 10년 공부의 꿈을 접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졸업 빌미로 기부금 받아오라 요구도
 
 이밖에도 직장갑질119가 밝힌 다수의 제보 내용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에게 폭언을 하고 졸업을 빌미로 기부금을 받아 오라는 요구를 한 경우도 있었다. 지도교수가 근로장학금을 빼돌리고, 해고를 협박하고, 괴롭힌다는 제보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연구비 갈취-자녀숙제 갑질 교수의 비위 행위는 최소 15년 이상 계속되어 왔지만 학교와 교육당국은 갑질과 비리 문제를 방치해 왔다”면서 “교수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비리의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대학교수가 진학, 학위, 진로 등 대학원의 인생을 결정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비리 제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대학원생 신원을 보호하면서 익명 제보를 통해 기습적인 감사, 무기명 설문조사 등을 벌였다면 갑질과 비위를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신분은 대학원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연구원, 즉 노동자인 대학원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직장갑질119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대학원생119’를 결성, 활동을 시작한다.
 
▲제보 토대 법률상담 등 권리 보호 활동
 
 “교수들의 갑질을 제보하고 대학원에서 당한 부당한 대우를 공유하고, 대학원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함께 한다. 각종 교수 갑질, 성폭력, 연구저작권 강탈, 노동 착취 등 대학원생들이 처해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나가기 위한 활동을 벌인다. ‘대학원생119’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대학원들에게 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대학원 사회의 갑질과 비리를 알려나가고 대학원의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7년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실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대학원 석ㆍ박사과정생 및 박사 후 과정생 등 연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시한 ‘대학원 연구인력의 권익강화 관련 설문(197명 참여)’에 따르면, 대학원에 갑질이 존재한다고 밝힌 이는 응답자의 74.1%(146명)이었다. 또한 응답자 39%(77명)가 교수의 우월적 지위와 인권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진로변경의 용이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2.4%(123명)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진로변경이 어려운 대학원생들은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갑질 제보 및 해결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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