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낭송협회 제작 ‘옥중 아들 중근에게’
안중근 의사 향한 조마리아 여사 편지 각색

▲ 광주시낭송협회 시극 ‘옥중 아들 중근에게’ 공연 모습.
 “내 아들 중근아, 니가 한 일은 장한 일이다. 항소를 한다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일. 대의에 따라 죽는 것이 어미를 향한 효도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무대에 선 네 명의 조마리아 여사는 사형선고를 받은 아들을 향한 편지를 시로 만들어 낭송한다. 하얀 소복을 입고 태극기를 든 출연자들 뒤론 안중근 의사의 초상과 태극기가 화면으로 띄워진다.

 조마리아 여사의 낭송이 끝나면, 안중근 의사가 등장한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까지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을 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오”, “다함께 외칩시다 대한독립 만세!” 시낭송공연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광주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역사시극이 있어 주목된다.

 ‘옥중 아들 중근에게’라는 제목으로 광주시낭송협회가 제작해 지난해부터 중·고등학교와 음악회, 축제 등에서 공연하고 있다.
 

▲시와 연극 접목, 극적 요소 배가

 시극이란 시의 형식으로 쓰인 희곡인 ‘운문곡’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시에 연극을 접목해 관객들에게 펼치는 공연이다. 낭송자 한 명이 나와 단조롭게 진행되는 시낭송과 달리, 시극은 여러 명이 등장해 대화 형태가 더해지고 영상이나 음악, 소품 등을 활용해 극적 요소를 배가한다.

 시극 ‘옥중 아들 중근에게’는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뤼순 감옥에 갇혀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죽음을 앞둔 아들에게 수의를 지어보내며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시극은 이 편지를 각색했다. 등장인물은 총 5명. 여성 4인이 조마리아 여사 역할을 맡고 남성 1인이 안중근 의사 역할을 한다. 청소년들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역사를 설명하는 나레이션도 등장한다.

 광주시낭송협회는 지금까지 광주시내 40여 중·고등학교에서 시극을 공연했다. 공연을 관람한 청소년만 1만5000여 명에 달한다고. 양림동에 자리잡은 남구 평화의소녀상 음악회나 민족문제연구소 행사, 통일음악회, 광주빛고을노인건강타운, 전국실버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들에서도 공연을 선보였다.

 시극은 광주시낭송협회 박진찬 회장의 기획·각색해 제작됐다. 박 회장은 2014년 전국시낭송대회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광주시낭송아카데미를 통해 시민들에게 무료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광주시낭송협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중·고등생 1만5000여 명 대상 공연

 박 회장은 “안중근 의사 시극은 입시위주 교육만 받는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자 기획한 것”이라면서 “시극은 ‘시의 뮤지컬’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 가지 연출을 통한 극적인 요소로 인해 시를 통해 훨씬 더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또 “공연을 할 때면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만세삼창’ 대목에서 관객들이 함께 만세를 외치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이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시의 매력을 알리고 시낭송 문화를 확산시켜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활동들을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안중근 의사 시극 외에도 윤동주 시인 시극, 아리랑 시극 등을 공연하고 있다. 향후에는 님의침묵, 별헤는밤, 서시, 광야 등 민족시인들의 시와 함께 님을위한행진곡 등 5·18민중항쟁을 다루는 시극까지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