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85년 작성 보고서
‘LMG 기관총 사망자 47명’ 기록
전두환 주장 ‘거짓’ 입증 증거
국방부 국회엔 ‘기타 사망자’ 보고

▲ 국방부가 1985년 작성한 보고서. 5·18 당시 민간인 사망자 현황을 총기별로 구분해 기록한 가운데, 5·18 당시 광주에 출동한 500MD헬기의 M134미니건 또는 UH-1H헬기의 M60기관총에 의한 사망자로 추정되는 ‘LMG 기관총 사망자 47명’(빨간색 표시)이 적혀 있다.<전남대 5·18연구소 김희송 교수 제공>
5·18민중항쟁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으로 인한 사망자 현황을 기록한 국방부 보고서가 확인됐다. “헬기사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없다”는 전두환의 주장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보고서가 당시 국회에 보고될 때는 헬기사격으로 인한 사망자를 ‘기타 사망자’로 분류해 정부 차원의 사실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22일 전남대 5·18연구소 김희송 교수에 따르면, 5·18 당시 헬기기총소사로 인한 사망자 현황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1985년 국방부 보고서가 확인됐다.

김 교수가 최근 입수한 이 보고서에는 민간인 사망자 중 총상에 의한 사망자 현황을 M16 29명, LMG기관총 47명, 칼빈 37명, M1 8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중 김 교수는 ‘LMG 기관총에 의한 사망자 47명’을 주목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군은 기관총에 의한 사망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1985년 작성된 국방부 보고서에는 기관총에 의한 사망자가 실재한다”며 “보고서는 LMG기관총, 칼빈, M1의 구경이 7.62mm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각 총기별로 구분해 사인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LMG기관총의 구경은 5·18 당시 출동한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의 구경과 일치한다”며 “따라서 LMG기관총에 의한 사망자 47명은 500MD헬기의 M134미니건 또는 UH-1H헬기의 M60기관총에 의한 사망자로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임시국회 답변을 위해 작성된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은 보고서 원본과 내용이 달랐다.

LMG기관총에 의한 사망자를 ‘기타’로 분류한 것이다. 기관총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는 것처럼 내용을 조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가 1985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당초 작성한 보고서에 있던 ‘LMG 기관총 사망자 47명’ 기록이 사라진채 ‘기타 48명’이란 내용만 적혀 있다. 국방부가 당시 헬기사격과 관련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전남대 5·18연구소 김희송 교수 제공>|||||

김 교수는 “이러한 내용의 변화는 1985년 언론에 헬기사격이 처음 보도되면서 당시 5·18 대응조직으로 결성된 80위원회가 향후 문제가 될 내용을 미리 없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1985년 작성된 국방부 보고서의 피해상황에 따르면 기관총에 의한 사망자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없는 것으로 은폐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은 지난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5·18 헬기사격 자체를 부정하면서 “헬기의 기관총사격에 의한 사망자는 없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번 국방부 보고서를 통해 5·18 당시 헬기사격으로 인한 사망자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전두환의 주장이 ‘거짓’임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이제 더 이상 헬기사격에 의한 사망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헬기사격도 없었다는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면서 “국방부는 1985년 보고서에서 어떤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M16, 칼빈, M1, LMG기관총에 의한 총상환자를 세세하게 구분했는지 그 근거를 한시바삐 밝혀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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