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바르게 살자’ 등
공원·광장서 시민들에 ‘훈계’
특정단체 표지석 “특혜” 지적
점용 무허가 ‘불법’도 버젓이

▲ 공공용지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특정단체 표지석들. 왼쪽부터 운천 호수공원 새마을운동 표지석, 농성광장 로타리클럽 조형물, 농성광장 바르게 살자비.
 서구의 대표적 명소 중 한 곳인 운천 호수공원. 공원 사거리에서 상무지구 방향으로 공원 외곽을 따라 걷다 보면 큰 표지석이 하나 보인다. 여기엔 ‘새마을 운동’이란 글자와 함께 새마을을 상징하는 그림도 새겨져 있다.

 그 아래에는 새마을 운동의 정신이라고 하는 ‘근면·자조·협동’도 적혀 있다.

 지난 15일 공원을 산책 중이던 한 시민은 “새마을 비석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이전부터 의아했다”며 “운천저수지에 새마을이 뭐라도 기여를 한 게 있나”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대체 왜 ‘새마을 운동’ 표지석이 운천 호수공원에 있는 건지 주변엔 어떤 안내도 없는 가운데, 표지석 뒤편에 새겨진 ‘아름다운 생활 터전 떠오르는 서구 주관: 새마을운동 광주광역시 서구지회 후원: 광주광역시 서구청 2002년 2월28일’을 보고 표지석이 세워진 시기만 알 수 있었다.

 이처럼 광주 곳곳을 다니다 보면 특정단체의 이념이나 슬로건 등이 적힌 표지석이 세워진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표지석이나 조형물들이 다름 아닌 공공용지에 세워졌다는 점이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공익적 목적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 곳이 특정단체를 홍보하거나 특정단체의 가치를 알리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

▲ 사유지 아닌 공공용지 점령

 광주에서 전국 최초로 ‘새마을장학금’이 완전 폐지된 가운데, 내용과 형식만 다를뿐 공공용지에 떡 하니 서있는 특정단체들의 표지석 역시 ‘새마을 장학금’과 같은 구시대의 반칙과 특권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운천 호수공원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농성광장에는 돌조형물이 세 개나 있다.

 서구 상록회관을 마주보는 곳에는 로타리 클럽의 돌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超我(초아)의 봉사’라는 로타리클럽의 가치가 크게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이른바 행동 강령격인 로타리클럽의 ‘네 가지 표준-1. 진실한가? 2. 모두에게 공평한가? 3.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4. 모두에게 유익한가?’도 새겨져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방향에는 두 개의 표지석이 보인다.

 JCI광주청년회의소와 대만의 대남청년상회가 1992년에 세운 ‘대남로’ 기념비, 바르게살기운동 광주시 서구협의회의 ‘바르게 살자’비다.

 ‘대남로’ 기념비는 광주시와 대만 대남시의 자매결연에 따른 교류 의지를 다진다는 취지에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게 살자’ 표지석은 2001년에 설치한 것으로 뒤편에 나와있다.

 이 조형물들은 본보가 이미 2005년 ‘제멋대로 표지석 거리 난립’(2005년 11월3일자)이란 보도를 통해 문제를 지적했던 것인데 1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시대적 관제국민운동”

 서구 상록회관에서 임동오거리 방향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교통섬(서구 농성동 33-31)에 있는 라이온스클럽의 석조물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라이온스 거리’와 ‘자연보호’를 의미하는 한자들이 역순으로 표기돼 있고, 그 옆에는 ‘우리는 봉사한다’는 라이온스클럽의 슬로건이 적힌 석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바르게 살자’ 표지석의 경우 광산구 송정고가도로 아래(공항 건너편 대주아파트 쪽)에도 설치돼 있다.

 고가도로 아래 보도와 맞닿은 녹지공간에 세워진 이 ‘바르게 살자’ 표지석 아래에는 ‘바른생각 바른행동이 밝은 미래를 만듭니다’라는 글도 적혀 있다. 표지석 뒤로는 바르게살기 협의회 깃발이 걸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중 운천 호수공원 새마을 운동 표지석이나 농성광장 ‘바르게 살자’비, 라이온스클럽 석조물 등은 관련법상 점용허가 등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단체의 표지석이 그것도 불법으로 공공용지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새마을장학금 폐지 활동을 벌였던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새마을장학금 특혜폐지 시민회의’ 관계자는 공공용지에 난립한 특정단체의 표지석을 두고 “구시대적 관제국민운동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며 “시민들이 써야할 공간을 특정단체의 홍보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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