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도 적극적인 참여…무관심이 죄악”
창립 1년 안돼 특수활동비 폐지 끌어내

▲ 지난 20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석 사무총장(오른쪽)과 오윤화 간사.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기 전까지 세금을 내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급에서 빠져 나가는 직접세뿐 아니라 먹고 마시고 입는 생의 모든 재화에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혈세를 자기 쌈짓돈쯤으로 생각하는 행정관료, 정치인들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눈먼 돈’이 증발해버리는 현실. 지방 예산도 예외가 아니다. 가까울수록 얽혀있는 지역 특성상 권력 감시망은 더욱 느슨할 수밖에 없다.

 그런 눈먼 돈들의 용처를 추적하고, 다시 뱉어낼 때까지 추궁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창립한지 1년도 안 돼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이끌어낸 ‘세금도둑잡아라(이하 세도잡)’.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듯 보이지만, ‘예산 감시’ 전문가라면 손에 꼽히는 이들로 꾸려진 ‘어벤져스’ 팀이다.

 20년 넘게 광주·전남을 근거지로 활동하며 예산 감시 단위를 전국구로 확장하고 있는 세도잡 이상석 사무총장과 10여 년 간 이 분야 경력을 탄탄하게 쌓아올린 오윤화 간사를 20일 세금도둑잡아라 사무실(광주 서구 군분로 177-2)에서 만났다.

 ‘세도잡’은 이영선 전 천주교 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상선 남시민재단 이사장, 하승수 변호사 등이 공동대표를 맡아 국회활동과 대변인 역할을 하고, 이 총장과 오 간사가 실무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공익재정연구소로 연구·교육 기반

 때문에 세도잡은 장소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광주에 본부를 뒀다. 세도잡 사무실 입구엔 이 사무총장이 소장으로 있는 공익재정연구소 명패도 함께 걸려 있었다.

 “공익재정연구소가 먼저 만들어져서 예산 감시 관련 연구와 교육을 해왔고요. 세금도둑잡아라가 생기면서 실행조직으로서 거듭나게 됐습니다. 이미 쌓여있는 노하우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광주에 본부를 마련하게 됐어요.”

 이 총장이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2월12일 개소식을 열고 창립 소식을 알린 세도잡. 세도잡 창립은 수십년 간 지역에서 활약해 온 이 총장의 역할이 실행조직을 갖추고 전국구로 확장되는 계기였다.

 이 총장은 예산·권력감시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 온 지역 시민단체 ‘시민이만드는밝은세상(밝은세상)’에 몸담았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광주 2013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활동비 중 부적절한 사례를 고발하고, 교육청 BLT 협약서를 공개하도록 하는 소송에서 승소 하는 등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활동해 왔다.

 밝은세상은 해산했지만, 휴식기를 거쳐 공익재정연구소와 세도잡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 셈이다. 특히 세도잡은 창립 이후 국회를 타깃으로 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국회 특수활동비 횡령 혐의로 고발했고, 낭비가 의심되는 각종 국회 예산들을 묶어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다.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공무원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정책연구용역 악습 고발

 또 지난해 언론 뉴스타파와 MBC와 협업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용역 338건을 분석해 공개함으로써 악습처럼 유지되던 세금 낭비 관행을 폭로했다.

 “당시 영수증 이중제출 등 부적절한 의원들의 행태를 고발해 파장이 컸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반납한 건 선례가 없는 일이었죠. 결국 국회가 증빙서류를 공개하기로 하면서 감시의 사각지대가 최초로 뚫리게 됐습니다.”

 이전 국회사무처는 의원의 정책자료집 인쇄비, 정책연구용역 계약서 등 모든 영수증 공개를 거부했었다.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자료를 열람해보니 상당히 심각한 비리들이 발견됐던 것.

 “의원들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잣대 하나가 생긴 겁니다. 의원들이 국민들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돈 씀씀이가 어땠는지, 잘못 사용한 건 없는지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요. 역으로 말하면 지금까지는 의원들을 평가할 때 정량화, 계량화 될 수 있는 분석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2013년 전남 신안 도서개발사업 부정 의혹 검찰 고발 기자회견 모습.<공익재정연구소 제공>

 세도잡의 이름이 언론과 각종 미디어에서 오르내리게 된 이유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역에선 관심이 적었다. 광주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의 소식조차 무관심한 지역의 현실을 접하자 힘이 빠지기도 했다.

 “전라북도에선 지역 국회의원들의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지역의 청년 10여 명이 모였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예산 용처를 분석해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광주·전남 지역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조용합니다.”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을 통해 지역 현안에 침투해 왔기에 지역의 현실 또한 뼈아프게 알고 있는 그다.

▲광주에 본부…그러나 지역 무관심 서운

 그는 광주 2013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게 만들어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지원된 유치활동비는 국가신인도 및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는 부적절한 유치활동비 집행행위를 바로잡는 계기였다.

 또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관련 협약서와 전남교육청 BLT 협약서를 행정소송 승소로 공개하게 이끌어내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의 협약서를 영업상 비밀 대상이 아닌 정보공개 대상임을 확인했다.

 2009년엔 광주광역시 비엔날레재단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통해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자치단체 출연재단도 정보공개 대상기관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게 했고 2013년 정보공개법 개정으로 실현됐다.

2013년 광주U대회 유치활동비 부적정 집행 고발 장면.<공익재정연구소 제공>

 “정보공개청구가 투명한 사회로 가는 완성형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가질 수 있는 상당히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선 동네 일 보다 오히려 중앙 일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우리 안의 주적을 알아야 진짜 변화가 찾아오는데도 말이에요.”

 최근 새마을장학금 광주시 조례가 폐지되기까지의 과정을 예로 들었다.

 “많은 지자체 의원들은 새마을회 쪽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이 누구를 대변하는 걸까요? 세금이 특정 단체에게 주는 특혜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형님, 동생 하며 얽혀 있는 이들 간엔 객관성, 공정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유튜브로 공개되는 ‘비리잡는 세금 판다’.
 
▲감시의 중요성…시민사회부터 달라져야

 이 과정에서 공익재정연구소는 새마을회가 관으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어떻게 사용하는지 빅데이터를 조사해 공개했다.

 예산·권력 감시의 중요성을 방방곡곡에 알려도 아직 투명한 사회는 철옹성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저절로 바뀌는 사회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시민사회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보공개청구는 절대 어렵지 않아요. 법률을 근거로 한 규정, 지침을 안 봐서 그렇지 들여다보면서 현행과 맞춰보면 됩니다. 담벼락에 욕만 해도 잘 사는 세상은 없어요. 하다못해 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와 같은 곳에 글을 올리는 것부터가 시작인 거죠.”

 세도잡 창립 이후 전국구로 뛸 일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두 명의 실무진이 지키고 있는 광주 사무실의 녹록치 않은 살림살이는 그대로. 한 장당 50원이어도 분량이 상당한 정보공개청구에 들어가는 비용조차 버거운 게 당면한 현실이어서다.

 “문제는 재정이죠. 식구라 해도 달랑 두 명이기 때문에 실무일을 하면서 회원을 늘리는 건 사실상 무리에요. 후원금이 정기적으로 들어오기보다 들어올 때 있고 안 들어올 때 들쭉날쭉이고요.”

 그래도 감시가 필요한 곳이라면 두 눈을 부릅뜨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예산 전문가들 포진 어벤저스급 활약

 “최근엔 광주형일자리의 이름이 왜 바뀌었는지,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어떻게 추진돼 왔는지 시로부터 해당되는 업무 목록을 받았습니다. 광주형일자리는 광주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법률적 근거로 움직여지고 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오 간사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예산 감시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하고 있다.

 “요즘 주민참여예산제도 활발해졌고 마을사업도 활성화 되고 있어요. 동네 일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 중에서 생업에 종사하시면서도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산 감시를 쉽고 재미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튜브 ‘비리잡는 세금판다’를 10차례 제작 배포하고, 책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를 펴내기도 했다.

 지역을 넘어 전국구로, 단체를 넘어 시민사회 속으로 깊숙이 스며드려는 이유는 딱 하나.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입니다. 비판도 참여고, 감시도 적극적인 참여에요. 단체가 모든 감시와 견제 역할을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시민 분들도 스스로 권리를 찾고 요구해야 합니다. 저희 또한 저희의 역할이 필요로 하는 한 최선을 다할 거고요.”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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