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등 대피시, 평상시 이동 동선 주목
광주시 “시뮬레이션, 법상기준보다 빨라”

▲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인 저심도 경전철 참고 이미지.<광주시 제공>
 광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구간에 설치되는 정거장의 출입구가 평균 1.9개에 불과해 역당 채 2곳이 되지 않는 상황. 긴급 상황시 대피 등 동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광주시는 “시뮬레이션 결과 대피 시간이 법적 기준보다 빠르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실제 상황에선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 탑승·하차시 이동 동선 혼잡 등 시민 불편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사실상 공사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후 출입구를 늘려달라는 민원이 빗발칠 경우 “후속 조치 비용만 더 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20일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사가 시작될 2호선 1단계 17km에는 정거장 20개소와 차량기지 1개소가 건설된다. 20개 정거장의 출입구는 총 37개. 16개 역사는 출입구가 2개이고, 광주시청 쪽 정거장 두 곳은 출입구가 1개뿐이다. 백운광장 쪽 정거장이 유일하게 출입구가 3개고, 1호선과 환승역인 남광주역으로 예정된 정거장은 출입구가 없다.

 20개 정거장의 출입구가 평균 1.9개다. 최근 광주시의회에선 출입구 부족에 따른 재난 상황 발생시 대피 차질 등의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1호선 환승 2호선 남광주역 출입구 없어
 
 이와 관련, 박남주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전날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 착수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질의응답을 통해 “2호선은 경전철이라 차량 길이가 한정돼 있어 출입구 길이가 짧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혼잡스러운 만차 상황에서도 규정보다 1~2분 정도 더 빨리 대피하는 걸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1단계 정거장 중 가장 이용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거장 피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화재 상황에 따른 대피시간은 국토교통부(국토부)의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상 명시된 기준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의 대상이 된 곳은 BYC사거리, 상무역, 서구문화센터, 백운광장, 남광주역, 광주역 등이다.

 이용객이 가장 많을 때 열차 또는 승강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상황을 가정하고 화재가 난 층에서 빠져나가는 대피시간(승강장 대피시간)과 외부출입구까지 빠져나가는 대피시간(외부출입구 대피시간)을 측정한 것이 시뮬레이션의 뼈대다.

 국토부 지침상으로는 모든 승객이 4분 이내에 승강장에서 벗어나고, 6분 이내에 연기나 유독가스로부터 안전한 외부출입구를 벗어나야 한다.

 출입구가 1개뿐인 BYC사거리 정거장은 열차 화재 시 대피인원 229명을 기준 승강장 대피시간이 1분40초, 외부출입구 대피시간은 2분31초로 나타났다. 같은 역에서 승강장 화재시 123명 대피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승강장 대피시간은 57초, 외부출입구까지 대피시간은 1분46초였다.

 상무역은 열차 화재 시 318명을 가정해 승강장 대피시간이 2분29초, 외부 출입구 시간이 3분12초였고, 승강장 화재 시 204명 대피를 기준으로 승강장 대피는 1분14초, 외부출입구는 2분20초가 걸렸다.
 
 ▲백운광장, 열차화재 시 출입구까지 오래 걸려
 
 서구문화센터는 열차 화재시 211명 대피를 상정할 경우 승강장을 빠져나가기까지 1분16초가 걸리고, 외부출입구까진 2분56초가 걸렸다. 승강장 화재시 63명을 기준으로 승강장 대피는 25초밖에 안 걸렸고, 외부출입구는 1만19초로 나타났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차량디자인 예시.<광주시 제공>|||||


 백운광장은 열차 화재시 397명 대피인원을 가정할 때 승강장까지 2분50초, 외부출입구까지 5분40초가 걸렸고, 승강장 화재시 254명을 기준으로 승강장은 1분43초, 외부출입구는 4분34초가 걸렸다. 열차와 승강장 화재시 모두 외부출입구까지는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린 것.

 남광주역은 열차 화재시 394명을 가정할 때 승강장은 1분57초, 외부출입구 4분22초였고, 승강장 화재시 304명이 대피할 경우 승강장은 1분31초, 외부출입구는 4분01초가 걸렸다.

 광주역은 열차 화재시 278명 대피 기준으로 승강장은 1분53초, 외부출입구는 3분11초가 걸렸고, 승강장 화재시 138명을 기준으로 승강장은 38초, 외부출입구는 1분58초가 걸렸다.

 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법적 기준보다 1~2분 가량 대피시간이 빠르게 나타나 현 계획으로도 만일의 상황에 충분히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남주 본부장은 “시뮬레이션 대상인 6곳을 제외한 나머지 정거장은 ‘피크 시간’ 때도 이용객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2호선은 땅 깊숙히 들어가지 않아 지상에서 보면 바로 승강장이 보인다. 1호선하고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난 상황과 별도로 평상시에도 출입구가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해 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데, 박 본부장은 “출입구가 하나인 시청 쪽이나 BYC사거리 쪽은 별도로 설치되는 피난 계단도 평상시 이용하는 방법으로 출입구를 늘리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김점기 의원 “실제 변수 많아, 뒤늦게 조치 시 더 골치”
 
 이에 대해 2호선 1단계 구간 출입구 문제를 지적했던 김점기 광주시의원은 “시뮬레이션 결과에선 문제가 없다고 나오더라도 실제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위험 장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출입구 1~2개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공사를 다 해버렸는데 출입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거나 불편하다는 민원이 발생할 경우 다시 시비를 들여 출입구를 늘리거나 추가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거나 조치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이제 막 만들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 상황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계속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며 “무엇보다 원천적으로 화재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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