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수영대회 경기장·대회장서 대활약
거리 곳곳에도…식사 등 홀대는 불만

▲ 남부대 수영경기장에서 시민서포터즈들이 응원에 열중하고 있다.
 그들은 대회가 열리는 곳 어디에서나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대회장 밖 광주시내 곳곳 거리 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국제대회면 항상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는 자원봉사자들과 서포터즈들. 하지만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숨은 주역이 아니라 ‘주인공’이라 할 만 하다.

 “헝가리팀 이겨라”, “캐나다팀 넘버 원!”

 16일 헝가리와 캐나다 대표팀의 수구 경기가 열린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 함성이 울려퍼졌다.
 
▲경기장 분위기메이커 ‘시민서포터즈’

 관람객들은 스포츠타올, 응원 문구가 새겨진 포스터, 부채 등 다양한 도구를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 경기가 아닌데도 응원전이 뜨거운 이유는 ‘시민서포터즈’들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장엔 시민서포터즈 700여 명이 자리를 잡았다.

 ‘노쇼’와 대중성 부족, 무더위 등으로 인해 관람석이 비어있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는 이번 대회에서, 시민서포터즈들은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에 따르면, 시민서포터즈는 선수단 환영·환송, 국가별 경기장 응원, 외국인 관광·쇼핑 안내 등의 활동을 하기 위해 모집된 광주시민, 단체들로 이뤄진 일종의 ‘민간 외교사절’이다.

 모집된 시민서포터즈 총 204개팀 1만1600명은 지난 4월부터 참가국 현황, 에티켓, 응원방법 등 기본적인 교육을 하고 동·단체·기관별로 30∼100명 단위로 팀을 구성해 국가·경기장별로 배치됐다.

 이날 점심시간, 수구경기장에는 풍암동 바르게살기위원회 회원 80여 명이 경기장 우측 관람석을 가득 메웠다.

 팀장을 맡고 있다는 이경숙 씨는 가장 앞장서서 댄스로 경기장 흥을 띄웠다. 그는 “분위기좀 띄워 보려고 나왔다”면서 “우리나라, 광주에서 큰 대회를 하는데, 호응도 좀 해주고 해야 분위기가 살 것 아니겠나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3시간 참여에 1만 원 정도 지급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돈 보고 하는 게 아니고, 봉사로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시민서포터즈는 대회 첫날인 12일, 다이빙과 아티스틱 수영 등 4종목에 총 1900여 명, 13일에는 5종목에 1900여명, 14일에는 9종목 2600여명이 각각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대회 전인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시민서포터즈 2000여 명이 무안공항, 광주공항, 송정역 등 외국 선수들이 들어오는 광주의 관문 곳곳에서 환영 행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없으면 대회 안돌아가 ‘자원봉사자’

 자원봉사자는 국제대회의 ‘꽃’으로 불린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는 자원봉사자 3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기장, 선수촌, 문화행사장, 공항, 역 등 곳곳에서 통역, 의전, 안내, 시상, 수송, 경기보조, 의료, 보도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 주부, 노인, 군인, 외국인 등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대회장 내 곳곳에서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수구경기장에는 축구·야구·테니스처럼 ‘볼 보이’가 활동하고 있다. 수영장 양쪽 끝에 1명씩 2명의 볼 보이가 경기 내내 공이 선 밖으로 아웃될 때마다 물속에 뛰어들어 공을 가져오는 것.

 이번 대회에는 서울체고 수구팀이 자원봉사로 ‘볼 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체고 조성우 씨는 “경기 중 제가 대기하는 곳 반대편으로 공이 떨어지면 왔다 갔다 40m를 수영해야 한다 선수들보다 더 많이 수영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평소 영상으로만 봤던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보면 힘든 점이 모두 잊힌다”면서 “수구는 함께하는 즐거움이 커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신가동에서 활동 중인 도심 자원봉사자들.

 경기장 내 물품이나 홍보물, 시설물 등을 관리하는 데도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는다.

 광주시 지방행정동우회 회원 30여 명은 남부대 경영다이빙 국제수영장에서 물품보충·배너관리 등 활동을 하고 있다.

 퇴직공무원인 이들은 “은퇴 후에도 계속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퇴직공무원 변주봉 씨는 “광주의 국제대회 성공개최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 자부심과, 우리 활동이 세계 속의 광주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베테랑’들도 상당수 포진돼있다. 지난 2015년 개최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첫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인연을 시작으로 자원봉사 경력을 이어온 이들이다.

 운전학원 강사 민도경 씨는 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수송인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수송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그러다 최근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수영대회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다.
자원봉사자 민도경 씨.

 이번 대회에선 주차장 인근에서 대회장까지 안내를 맡고 있는 민 씨는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영어좀 공부해둘 걸’ 하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자원봉사 참가 이유에 대한 질문엔 “더운 날씨에서 교통비 1만 원, 식대 8000원 받고 하루 종일 봉사하는데, 다른 이유로는 하기 힘들다”면서 “사람들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 오로지 그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 배치 자원봉사 텐트

 경기장 밖 거리에서도 회색 티셔츠를 입은 ‘도심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광산구자원봉사센터는 대회 기간 동안 광주송정역 광장, 수완동 국민은행 사거리, 신가동 미니스톱 사거리, 첨단 LC타워 앞, 월곡동 일신아파트 앞 등 5곳에 부스를 설치하고 ‘도심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광주 관광안내, 수영대회 안내, 경기장 안내 등을 담은 팜플렛을 비치하고 지나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대회를 홍보하고, 주변 정화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자원봉사자 총 40명을 모집해, 4명 씩 격일제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양선미 씨는 “2015년 유대회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아주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에 신청하고 있고, 만나면 참여방법을 문의하는 등 달라진 자원봉사의 위상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여기에도 U대회 때부터 활동해온 분들이 많은데, 시켜서 온 게 아니라 마음이 우러나서 왔기 때문에 재밌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만난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대회 운영에 아쉬운 목소리도 남겼다.

 길안내 역할을 맡은 한 자원봉사자는 “U대회보다 규모가 적어서 그런가? 안내가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주차장이나 경기장, 식당 등에 대해 안내가 부족해 일일이 안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자원봉사자는 “대회 초반에는 외부인들 이용하는 대회장 내 식당을 이용했는데, 언젠가부터 자원봉사자들은 이용 못하도록 바뀌었다”며 “비싼 푸드트럭 이용하기도 애매해서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점심시간마다 멀리 대회장 밖까지 나가 식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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