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
한일 갈등에 “위기가 곧 우호 깊게할 기회”

“일본서도 아베 폭정 비판 확산, 더 진실 알릴 것”

▲ 23일 광주시의회 1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나고야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최근 한일 관계 문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고 있다.
“아직도 일본은 가해국이고 한국은 피해국이란 사실을 많은 일본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SNS, 매스미디어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알리고 일본 시민들도 이를 받아들이면 한일 문제를 다시 풀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나고야 미쯔비시 조선연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지원회)’의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는 작금의 한일 관계 상황을 두고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광주를 찾은 다카하시 대표는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랜 기간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워온 일본인의 입장에서 한일 양국간 갈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함께한 기자간담회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로 다카하시 대표와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양금덕 할머니도 자리했다.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도 일본 아베 정권은 이를 거부하고 적반하장식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규제로 양국간 갈등을 키우고 있는 상황.

다카하시 대표는 “과거 역사에 있어 일본이 진정으로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물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최근 아베정권의 잇따른 ‘무리수’가 “일본 시민들의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일본 시민들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의식에 의지해 ‘반전의식’을 가져왔지만 일제 강제동원 관련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아베정권의 대응으로 식민지 지배에 의한 가해의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일본시민들의 역사인식이 사상 처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해 투쟁해 온 변호사와 지원 단체들에 강연 의뢰가 쇄도하고 있는 것을 제시했다.
나고야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23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함께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다카하시 대표는 “일본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그룹은 정말 많았지만 일본의 가해 책임을 기반으로 ‘평화운동’을 하는 그룹은 정말 극소수였다”며 “대다수는 한국, 조선과의 역사에 대해 한 번도 진솔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는 인권파라고 하는 변호사들, 특히 젊은 20~30대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일본의 가해책임을 바탕으로 운동하는 그룹)와 다른 입장이던 사람들이 저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사건 지원 변호사 등에게 강연 의뢰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만 와카야마현, 기후현, 미에현, 전국회의 특별 발언 등 다양한 강연과 발언 요청이 었었던 가운데, 앞으로 10월에 3회, 11월에 8회, 12월 1회 등 일본의 과거 청산을 주제로 한 강연이 예정돼 있다고.

다카하시 대표는 이러한 현상 자체를 “일본의 여론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징조”로 해석했다.

물론 일본의 보수 언론의 ‘한국 때리기’는 여전하다.

다카하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에서 유명한 주간 잡지를 꺼내 보이면서 “여기선 ‘혐한’도 아닌 ‘단한(한국과 단절)’을 주장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반한 감정’이 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건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게 다카하시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월17일자로 발행된 아사히 신문의 한 부분을 복사한 자료도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한국에 대한 시민들의 호불호를 조사한 설문 결과가 그래프로 나와있었다.

이를 보면 50~70세에선 “한국이 싫다”는 답변이 33~41%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18~29세의 경우 “한국이 좋다”는 쪽이 23%로 ‘싫다’ 13%보다 높았다.

30대의 경우도 ‘싫다’는 21%, ‘좋다’가 17%로 큰 차이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르겠다’는 응답 비중이 더 높기도 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반한 감정이 높은 그룹은 20~30대 젊은층이 아닌 장년, 고령층이다”고 강조했다.

K-POP(케이팝), 한국 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접한 일본 젊은층의 인식이 윗세대와는 다르다는 것.
23일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오른쪽)이 ‘단한(한국과 단절)’을 주장한 잡지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실제 한일 관계가 나빠진 이후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에선 ‘한일연대’라는 이름의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한일연대’는 ‘미움보다 우호’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현재의 한일 상황에서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다카하시 대표는 “기존 한류를 뛰어넘는 더 높은 수준의 교류와 우호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전날에는 일본 도쿄에서 일본 청년 20여 명과 광주의 청년 2명이 만나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역사인식, 한일청구권 협정,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벌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보다 도전적인 만남과 대화의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카하시 대표는 “아베정권의 폭정을 더이상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보수파도 분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아베정권의 고집과 억지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일본의 가해책임을 요구해 온 입장에서 더 열심히 ‘진실’을 알리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길고 긴 세월 길에서 마이크를 잡고 진실을 알려왔다”는 다카하시 대표는 “진실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함께 투쟁을 벌여온 나고야 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왼쪽)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와 관련, 나고야 소송지원회는 ‘너희가 조선인이냐’는 비아냥과 무관심 속에서도 매주 금요일이면 나고야와 도쿄를 오가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정부에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는 선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쿄 금요행동이다. 금요행동은 지난 20일로 484회째를 맞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는 ‘금요행동’의 중요성과 역할이 더 커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국을 배워보자’, ‘광주를 방문해보자’는 움직임들이 이전보다 활발해졌다”며 “우리가 계속 활동해 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생각으로 이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SNS, 매스미디어, 강연 등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고 국회의원을 포함해 양심세력을 규합해갈 것이다”며 “지금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정중히 설명하고 이해시킨다면 일본 시민들도 받아들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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