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주시립미술관 ‘여성 혐오’논란 작품 관련

▲ 최근 철거 논란을 부른 광주시립미술관 내 ‘애인의 무게’ .
우선, 저의 여성인권에 대한 관점 등 편견과 오해를 벗고 아래 글을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10월 7일 광주녹색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에 따르면 “시립미술관에 된장녀 작품이 웬 말인가? 광주시립미술관은 잘못된 성별고정관념을 조장하여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전시작품을 당장 철거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재하였고, 그 이후 기자회견 및 SNS 등에 최초 성명서에 관한 입장을 재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유인 즉, 광주시립미술관에에 설치된 김숙빈 작가의 작품인 ‘아빠의 무게’, ‘애인의 무게’가 여성혐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슨 작품인지 알고 싶어 해당 작품을 사진으로 봤는데, 저에겐 매우 익숙한 작품이었습니다. 자녀와 다니는 광주시립미술관 내 어린이 갤러리를 가는 도중 해당 작품을 지나쳐 본 적이 수십 번이고, 자녀가 해당 작품의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며 의자에 올라가 논적이 있는데, 매 번 불편함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광주녹색당이 주장한 고착화된 성별역할(차별) 등 인권적인 관점에서 비판해볼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당 작품을 광주녹색당의 주장대로 철거해야 할 것인가? 아니라고 봅니다.

▲ 풍자·우회 비판 등 다양한 해석 가능

예를 들어, 위안부를 폄훼하는 형태, 작품설명글에 여성혐오를 명확히 명시하거나 뜻하는 등 공공작품으로서 대중적이지 못하거나 상식 이하의 의도를 밝힌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 앞서 타인의 인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니, 해당 작품 철거를 요구하는 것이 대중적인 바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다양한 해석(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풍자, 성별에 대한 고정된 인식 우회비판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이며, 오히려 해당 작품을 매 번 지나치며, 비판적 글쓰기 또는 토론회를 개최해 예술계의 인권적 감수성을 바라는 목소리를 내는 게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사유재산을 소지하여 관심 있는 특정인에게 개방하는 개인 갤러리가 아닌, 공공작품으로서 대중들에게 표시 및 설치된 작품이 특정 누군가의 요구에 의해 철거된다면, 앞으로 정치인, 행정 등 권력과 자본에 의해 예술인들이 공공미술을 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고, 작가가 작품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등 작품을 통해 사회비판을 일삼거나 사회문제를 공론화하는 예술운동의 발전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박근혜 정권 비판), 정유승 작가의 집결지의 낮과 밤(성매매와 여성인권 보장) 등 광주비엔날레 및 광주시립미술관으로부터 이유 없이 작품 배제되거나 취소되는 건이 이러한 우려의 대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술인들 검열로 받아들이면 부작용 커”

참 말이 나왔으니 홍성담 작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해당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예로 2014년 정치적인 이유로 특정예술 작품의 수정을 지시하고 그 수정본 조차 전시를 거부당한 세월오월의 작품을 봅시다.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을 비판한다고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동물(닭)로 표현하는 등 여성 정치인을 향한 혐오적인 풍자를 일삼는 것에 대해 반성차별주의자로서 되게 불쾌감이 들어 여러 지인들에게 이 문제를 알렸는데, 이러한 문제제기는 운동권 선·후배 및 인맥 관계를 떠나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서 얼마든지 비평할 수 있어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이번 성명 내용이 여성주의 또는 성 평등의 비평적 관점에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제가 인권운동가이자 당원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예술인, 관련기관 등 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입니다. 물론 최초 이 사안을 제기한 광주녹색당 페미니즘 의제모임이나 광주지역 여성단체에서 자율성과 조직의 목적성을 바탕으로 해당 작품의 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제가 일하고 있는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입시조장 및 차별적인 상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고, 이후 언론을 통해 논란이 이르자 업체 대표가 해당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 개제 및 해당상품의 판매를 중지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웃자고 하는 풍자인데 죽자고 덤벼든다’며 시민단체를 비판한 사람도 있었지만,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등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할 명백한 차별과 혐오를 인정하는 문구가 존재했기에 문제제기와 시정이 가능했습니다.

▲“예술인 등 다양한 의견 들었으면…”

이처럼 저는 해당 작품이 전시 의도와 작가의 설명이 명확히 문구로 정리되지 않았다면, 그 의도는 대중이 보는 시선에 달려있다고 보며, 해당 작품의 다양한 여론이 있다면 광주시립미술관 작품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하고 설치 적정성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광주녹색당 성명서는 예술인에 입장에서 특정 외부의 압력으로 읽힐 수 있고,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말을 빙빙 돌려 한 거 같아 아래와 같이 제안 드리며 글을 끝내겠습니다. 광주녹색당 등 관련 주체는 해당 성명서에 대해 예술관련 자들과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상반된 의견이 있는 독자께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토론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박고형준 <광주녹색당원>
박고형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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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요청으로 기고를 싣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본보는 이 주제에 대한 어떠한 주장과 반론에도 지면을 할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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