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노동센터 ‘배달대행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
1일 평균 40~50회 배달…
과열경쟁·장시간 고강도 노동

▲ 13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배달대행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
 오토바이로 배달대행을 하는 노동자들 중 10명 중 7명 정도가 20~30대 청년노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2명 중 1명은 소비자로부터 폭언이나 인격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광주시 노동센터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배달대행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를 열고 ‘배달대행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노동센터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광주지역 배달대행 노동자 23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대행 종사자 67%이상이 20~30대 청년 노동자였다. 40대는 24%, 10대는 4%를 차지했다.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인 주요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된 현실에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종이 배달대행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배달대행 1년 미만인 노동자는 28%를 차지했다. 1년 이상 2년 미만인 경우도 17%를 차지해 2년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이직이 그만큼 잦으며 신규업종인 배달대행으로 진입하는 노동자들도 많은 것은 ㅇ것으로 보고서는 해석했다.

 배달대행 이전직업에 대한 물음에는 자영업이라는 대답이 23%로 가장 많았고 생산직, 영업직, 사무직이 뒤를 이었다. 최근 년간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배달대행업으로 전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대부분 배달대행업을 전직으로 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88%가 배달대행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달대행이 사회적으로 공인되고 완결된 직종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라는 게 센터의 분석이다.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고객 갑질과 고액 보험료를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1개월 평균 고객 갑질(폭언·폭행·인격무시 등)에 대한 조사에서 25%가 4회 이상 경험한다고 답했다. 배달대행 노동자의 총수입에서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오토바이 보험료에 대한 하소연도 많았다. 1년간 보험료가 50만 원 이상인 경우가 65%를 차지했다. 20대 초반의 배달노동자의 경우 수백만 원의 보험료를 지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1일 평균 배달횟수에 대한 조사에서 40회 미만이 40%, 40~50회가 37%였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배달이 폭증하고 사고위험도 높았다. 또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대기시간 포함)이었고 월 평균 근무일수는 25.4일이었다.

 보고서는 과열경쟁과 장시간·고강도 노동 가능성도 지적했다. 현지 한 지역에 수개의 배달업체가 난립돼 업체 간 배달노동자 간 경쟁이 과열돼 있는데 향후에는 자본력과 브랜드가 있는 업체가 배달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자본을 앞세운 영업활동과 배달노동자 확보를 위한 과열경쟁은 필연적으로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의 댓가가 줄어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배달시장으로 노동자들이 쉽게 진입해 배달요청 발생보다 노동 공급 속도가 더 빠른 편으로 생계를 위해 1건이라도 더 하려고 휴게시간을 줄이고 배달시간을 늘리는, 즉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 휴게시간 보장, 적정한 오토바이 보험제도 마련,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노동조합 설립 등이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으로 제시됐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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