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도 홍콩시위 지지 현수막·대자보
중국인 유학생회 반발…실랑이 벌어져
현수막 훼손, 광주시민들 규탄행동 예고

▲ 찢겨진 전남대 홍콩시위 지지 현수막.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 제공>
“홍콩은 광주입니다. 홍콩시위를 지지합니다”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광주시민들이 현수막과 대자보를 붙였지만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시민들이 의견을 쓸 수 있도록 한 현수막 앞에선 이를 방해하는 중국 유학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에 따르면, 지난 14일 광주 전남대와 조선대, 옛 도청 앞 등에 홍콩시위 지지를 밝히는 현수막이 게재됐다.

같은 날 전남대 인문대학교 쪽문 쪽 벽면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는 한 전남대 인문대 재학생이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자보는 이날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찢겨진 채로 발견됐다.

15일 대자보가 찢긴 전남대 인문대 쪽문 벽면 자리엔 ‘레논 월’이 붙었다.

전남대 인문대 쪽문 담벼락에 게재된 레논월.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 제공>

전지 크기의 하얀 종이로, 지나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대자보다.

레논 월은 1980년 옛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벽에 추모 메시지를 붙인 사례로,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불린다.

홍콩 현지에서도 레논 월을 통해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붙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에 따르면, 15일 레논 월이 붙여진 건 오후 3시쯤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인 유학생회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벽보를 둘러싸고 접근을 차단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레논월을 놓고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다.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 제공>

여기에 참여한 홍콩시위 지지자들과 시민 등은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을 결성했다.

시민모임에 참여하는 한 시민은 “실랑이 끝에 중국인 유학생회실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죽이면 천당에 간다고 생각하니 죽일 수 있다’, ‘밤길 조심해라’ 등의 협박을 들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전남대에 게재된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은 찢겨진 채 발견됐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황법량 활동가는 “전남대는 민주화 성지로 꼽히고, 특히 전남대 인문대 쪽문 담장같은 경우 민주화운동 시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자보를 통해 할 말을 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보면 매우 중요한 곳인데, 이를 깡그리 무시한 중국인 유학생들의 처사에 대해서 용납하기 어렵다”며 “대한민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어느 곳에서든 표현할 수 있다. 중국인들도 반대의견이 있다면 민주적 평화적 방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에 게재된 현수막.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 제공>

‘벽보를 지키는 시민 일동’은 18일 전남대와 경찰, 중국인 유학생회 등을 규탄하는 성명을 낼 계획이다.

이들은 학교, 경찰 등이 시민들의 정당한 활동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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