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사죄, 배상하라”
나고야소송지원회 금요행동 17일로 500회

▲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가 일본 도쿄 외무성 앞에서 금요시위를 통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에 사죄·배상을 촉구하며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리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는 모습.<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미쓰비시중공업은 사죄·배상하라.”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웃음을 찾아주겠노라며 매주 금요일 잊지 않고 도쿄를 찾아 외치는 일본의 양심세력.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이하 나고야소송지원회)’의 도쿄 ‘금요행동’이 17일로 500회째를 맞는다.

 이에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등이 일본을 찾아 500번째 금요행동을 함께하는 한편,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촉구할 계획이다.
 
▲2007년부터 매주 미쓰비시에 촉구
 
 16일 시민모임에 따르면, 나고야소송지원회가 직접 도쿄 원정시위까지 나서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강제노역 피해를 입은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와 유족 8명이 1999년 3월 1일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1심에 이어 2007년 5월 31일 항소심까지 연거푸 패소하게 되면서다.

 재판에선 졌지만 일본 법원이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에 의한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가해 책임을 인정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자발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명예를 되찾아주자는데 뜻을 모은 일본의 시민들은 이때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를 찾아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리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미쓰비시를 향해 사죄·배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서 착안한 것으로, 금요일에 행동에 나선 것은 미쓰비시의 주요 기업 사장단 회의가 금요일마다 열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금요행동은 올해로 벌써 13년째를 맞았다. 2010년 8월~2012년 7월 미쓰비시중공업과의 협상 기간 동안 금요행동이 중단된 것을 제외하더라도 만 10년이 넘는 세월이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가 일본 도쿄 외무성 앞에서 금요시위를 통해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리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는 모습.<

 장기간 투쟁을 이어오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일본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거리만 약 약 360km. 광주-서울 간 거리(297km)보다 더 먼 거리다.

 신칸센(고속열차) 1인당 왕복요금만 25만 원(약 2만1000엔)으로 이동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일부 회원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날부터 야간버스를 타고 6시간을 이동해 도쿄를 찾기도 한다.

 시위에서 배포하는 전단지 역시 나고야소송지원회 회원들이 사비를 들여 제작한다.

 이들의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일본도 똑같이 피해자들이 있다. 너희가 한국 사람이냐. 일본 사람이냐. 한국이 좋으면 한국에나 가서 살아라.”
 
▲시위 참가 연 3500명·배포 전단지 7만여장
 
 때론 호응과 지지가 아닌 차가운 냉대와 조롱, 손가락질이 그들을 향했다.

 특히, 2010년부터 2년간 진행된 미쓰비시 측과의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투쟁을 지속하는 데 있어 상당한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고야소송지원회는 멈추지 않았다.

 협상 결렬 이후에는 “원고 할머니들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하자”며 마음을 다잡고 ‘제2차 금요행동’ 결행을 선언했다.

 2009년 광주에서 시민모임이 결성돼 든든한 동지를 얻은 것도 큰 힘이 됐다.

 나고야소송지원회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근로정신대 투쟁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2018년 11월 역사적 대법원 승소라는 결실은 나고야소송지원회의 노력과 끈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민모임은 “비록 패소했지만 나고야소송지원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한 일본 소송 10년 간 방대한 피해 입증 자료들이 쌓였고 이게 국내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대법원 승소를 계기로 광주에서 진행된 2차 소송(원고 4명)과 3차 소송(원고 2명)도 2심까지 승소,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2012년 8월10일 재개한 도쿄 원정 금요시위는 2019년 12월27일 기준으로 353회째를 맞았다. 2007년 7월 금요행동을 시작한 것으로부터는 총 498회에 이르렀고, 17일에는 500회를 맞이한다.

 그동안 시위에 참가한 연인원은 3529명, 시위에서 배포한 전단지 수는 무려 7만6297매 이상이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가 일본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금요행동을 진행하고 있다.<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거부하고, 아베정권을 중심으로 일본 내 우경화 바람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 국가간 갈등도 첨예해 나고야소송지원회가 활동을 이어가기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모임 연대 방문, 미쓰비시에 협의 요청
 
 한때 1100여 명이던 회원 수도 세월의 흐름 속에 노령화와 사망 등으로 800명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여전히 포기를 모른다.

 “한국 사람들은 늘 우리한테 ‘일본인인데 왜 한국인의 일로 그렇게 열심히 하는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가해국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것이 우리의 대답입니다.”

 도쿄에서 ‘국가’와 ‘전범기업’이라는 거대한 벽을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나고야소송지원회에 있어 유일한 바람은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미소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한편, 시민모임은 17일 도쿄 ‘금요행동 500회’를 맞아 16일부터 도쿄를 방문, 연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는 시민모임 회원 20여 명을 비롯해 양금덕 할머니도 함께 한다.

 시민모임은 17일 나고야소송지원회의 금요행동에 함께 하면서 일본 외무성 및 미쓰비시중공업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서라는 요청서도 전달할 계획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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