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자전거로 충분” VS “차 안 탈 수 없어”
대중교통 주차걱정 없고·‘멀티’ 가능 좋지만
긴급 이동·무거운 짐·궂은 날씨 “너무 불편”

▲ `자가용 없이 한 달 살기’ 참여자인 박혜진 씨와 임오순 씨(왼쪽부터)가 대중교통 이용을 다짐하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박혜진·임오순 씨 제공>
 ‘승용차 도시’라는 광주에서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한 달을 살아본다면 어떨까? 과연 이후로도 그 ‘실천’이 이어지고 있을까?

 직접 참여해 본 시민들의 솔직한 ‘후기’를 들어봤다.

 주차 걱정과 운전대로부터 해방돼 이동 중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대중교통만의 매력, 장점을 알게 된 시간이었지만, “그냥 차를 탈까”하는 충동이 들 때도 적지 않았다고.

 광주에 펼처진 도로에선 “대중교통보단 자가용이 우선한다”는 쓴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광주사회혁신플랫폼의 혁신의제로 시도된 ‘자가용 없이 한 달 살기’는 지난해 11월21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한 달간 진행됐다. 여기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한 달 간 도전이 끝나고 또 한 달 가량이 지났다. 해도 바뀌었다.

 
▲박혜진씨 “주차 걱정이 없다”

 지난 23일 만난 박혜진 씨는 아직까지 ‘자가용을 타지 않는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광주 서구청소년문화의집 시소센터에서 청소년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월산동에 거주하고 있다.

 이전엔 대중교통보단 자가용을 타고 다닐 때가 많았는데, ‘캠페인’ 후로는 완전히 삶의 패턴이 달라졌다.

 “사실 처음에 차를 샀을 때도 필요한 때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타야지 했는데 (자가용이)너무 편하다보니 잘 안지켜지더라구요. 춥고, 비오니까 등등 자꾸 차를 탈 이유를 만들게 됐는데, 그러다 캠페인을 한다는 소식에 바로 도전했죠.” 출퇴근 시간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그 속에서 “굳이 나까지 차를 타야 하나”라는 고민과 최근 대두된 기후 위기 문제도 참여 동기였다.

 도전 결과 그의 개인적인 만족도는 ‘매우 높음’이다.

 “한 달간 절대 자가용을 안 탈 거라고 했던 목표를 지켰다는 점, 또 대중교통을 타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매일 아침 집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해 버스를 기다리고 이동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승강장 의자가 넘어져 있거나 망가진 채 방치된 것을 비롯해 정류장 바로 앞 생긴 물 웅덩이로 인한 물 세례 등 민원 사항도 발견해 관계 기간에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가 꼽은 ‘대중교통의 가장 좋은 점’은 주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전엔 항상 어디를 가나 주차를 어디에 하지 걱정했는데 이게 사라지니까 여유가 생겼어요. 장거리 이동할 땐 핸드폰으로 SNS도 보고, 책도 보고, 피곤하면 잠시 눈도 붙일 수 있어서 좋구요.”

 박 씨는 참여 기간 동안 대중교통을 타면서 느끼거나 본 것 등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록, 최우수참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혜진 씨는 최우수참가자로 선정돼 자전거를 선물 받아 캠페인 이후엔 시내버스보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그 상으로 자전거를 선물 받아 요즘은 시내버스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할 때가 더 많아졌다.

 그는 “이제 광주권 내에선 자가용을 거의 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오순 씨 “광주선 차를 탈 수밖에 없더라”

 또 다른 참여자 임오순 씨는 조금 다르다. 임 씨는 캠페인 종료 이후엔 다시 자가용을 쓰고 있다. 그 역시 ‘자가용 없이 한 달 살기’를 통해 ‘차에서 해방된 즐거움’을 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광주에선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구나”라는 현실도 확인했다.

 임 씨 역시‘자가용 운전자’였다. 2000년부터 차를 몰기 시작했는데,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캠페인’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도전’을 결정했다.

 ‘교통카드’ 충전, 사용방법은 물론, 존재 자체도 ‘캠페인’을 통해 알았을 정도로 이전엔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본 경험이 거의 없이 임 씨에겐 모든 게 “신기” 그 자체였다.

 본격 시작을 앞두고 집이 동구 용산지구로 이사를 하게 됐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한약방이 있는 남구 방림동까지 차로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시내버스로 오고 가는 건 좀 달랐다.

 한 번에 가는 시내버스 노선은 많았지만 버스 정류장이 좀 먼 곳에 있다보니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타는 재미’를 알아가면서 충동을 이겨냈다.

 “의외로 재밌었던 게 버스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거였어요. 정류장까지 걸어다니면서도 사람들을 만나고, 버스에서도 만나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도 보고 하는 게 너무 좋더라구요.”

 시내버스를 좀더 ‘잘’ 이용하기 위해 딸에게 시내버스 안내 어플 사용법도 배웠다. “정류장이나 버스 안에서 언제, 어디에 도착한다는 안내 시스템이 잘 돼 있구나라는 것도 알게 됐네요.”

 좀 돌아가더라도 변화된 동네 모습도 보고, 갑자기 개인적인 일이 생각날 때도 주차 걱정 없이 근처에 내려 일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으로 꼽았다.

 각종 행사마다 공연·부스 운영 등 자원봉사도 하고 있는데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행사가 있을 땐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하고, 일이 여유가 있을 땐 직접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임오순 씨는 `자가용 없이 한 달 살기’ 참여를 계기로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는 현실”도 확인했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하지만 막판엔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었다.

 행사 참여를 위해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할 때가 있었는데 이건 시내버스나 지하철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자가용 대신 택시를 타기도 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 어쩔 수 없이 행사 일정이 있을 땐 동료들이나 짐을 나르기 위해 차를 이용했다.

 무엇보다 ‘바쁜 시간’엔 대중교통은 ‘믿을 게’ 못 됐다.

 버스로 가는데 40~50분이 걸릴 것이라 보고 이에 맞춰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동 중 하필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에서 차가 막혀, 약속 시간에 늦을까 도중에 내려 택시를 탄 일도 있었다.
 
▲“차로 25분, 버스론 1시간”

 박 씨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월산동에서 첨단 쌍암공원까지 이동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차로는 25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로는 거의 한 시간이 걸린 것. 그것도 바로 가는 노선이 없어 환승을 해야 해 ‘이동 시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 이는 사실 광주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불편함’이기도 하다.

 ‘버스 이용 환경’ 차이에 따른 불편함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박 씨의 경우 버스 정류장이 바로 집 근처에 있고, 출근 시간도 ‘러시아워’를 피한 시간대여서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임 씨는 정류장도 다소 먼 거리에 있고, 주로 이용하는 버스 노선이 출퇴근 시간 ‘만원 버스’가 될 때가 많았다.
시내버스에 탑승하는 시민들의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여유가 있을 때는 버스를 타는 게 좋지만 바삐 살다보니 자가용 없이 산다는 것도 힘든 것 같더라구요.” 임 씨의 솔직한 의견이다.

 대중교통과 자가용, 두 선택지에서 ‘편리함’만 놓고 보면 여전히 대중교통보단 자가용이란 게 두 참여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박 씨는 “이전에 자가용을 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보행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 신호체계가 ‘자가용 운전자’ 위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씨는 “도시철도 2호선 공사를 하면서 백운동, 조선대 쪽은 차가 막히는 곳인데 버스 전용차료까지 해제해 너무 밀린다”며 “이런 상황에선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더 편리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참여자는 다시 한 번 ‘자가용 없이 한 달 살기’의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씨는 “다음 캠페인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소개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서 “‘문화가 있는 날’처럼 광주시 차원에서 모든 시민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타는 ‘대중교통 이용하는 날’ 이벤트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비 오는 날 시내버스에 탑승하는 시민들의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한편,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는 이번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교통비 절감, 이용 후기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대중교통 활성화 취지로 자가용 없이 한 달 살기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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