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획전 ‘삽질공화국’ 작품
민미협 “작품철거해라” 요청 받아

▲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 설치된 김병택 씨의 `삽질공화국’ 작품(사진)이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MB시대 표현의 자유가 비틀거린다. 풍자와 비판의 자유영역인 예술작품에까지 보이지 않는 손(?)이 뻗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전시 중인 한 작가의 예술작품이 퇴출 위기에 놓인 것. 동시에 전시회 전체가 현재의 전시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광주시와 5·18기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3일부터 오는 12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2009환경기획전 ‘강강수원래’ 전시 작품 중 김병택 씨의 ‘삽질공화국’이 그 중심이다.

 광주민중미술협의회와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전시 오픈일인 3일 오후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측 관계자들이 전시장을 찾아와 ‘삽질 공화국’ 작품을 철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 작품은 대형 설치 작품으로 삽모양의 조형물에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과 보수적인 언론사들의 제호로 꾸며진 작품이다. 이들은 오후 5시쯤 “작품을 철거하지 않으면 전시회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최후 입장을 민미협에 전달했다.

 일단 민미협은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대부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미묘한 것은 정부와 아무 상관없는 5·18기념재단이 그 중간에 끼어 있는 모양새 때문. 민미협 관계자는 “국정원이 광주시에 철거 요구를 하고, 광주시가 후원단체인 5·18기념재단 쪽에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조금을 받는 재단의 입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단체도 아니고 5·18기념재단이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지 참담하다”며 “더욱 더 화가나는 것은 보조금을 이용해 미묘하게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라고 분개했다.

 일단 3일 오후 6시까지 작품은 설치돼 있는 상태.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광주 지역을 방문하는 4일(오늘) 작품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3일 민미협 회원들의 결정 여부에 따라 작품과 전시회의 안위가 달라진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 작가는 “작품을 철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만약 철거를 시도한다면 몸으로 막아내야 된다”고 말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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