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공약 분석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 중요한 이슈다. 한국사회 불평등의 핵심인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각 대선 후보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해법을 내놓고 있을까? 최근 노동운동 단체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이하 비없세)가 대선 후보 5인의 일자리-비정규직 공약을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 틀은 크게 5가지. △(심각성 인식)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가? △(원인 분석)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법제도 판단) 비정규직 관련 현행 법률 및 과거 정권의 추진 방향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실현 가능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이 추상적인가, 구체적인가? △(실현 신뢰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공약이 신뢰할 만한가?를 두고 따졌다.

 한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비정규직을 양산했던 박근혜 씨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은 △상시 지속적인 업무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2015년까지 정규직 전환 △대기업 정규직 전환 유도 △불법파견 판결 특별근로감독 실시, 직접고용 등이었다.

 

 ▶“문재인, 박근혜때와 별 차이 없다”

 문재인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저성장의 위기,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 국가위기의 근본원인은 바로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라고 분석했다.

 문 후보는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를 포함한 81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고, 52시간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해 민간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 50만 개가 창출되도록 유도한다는 공약이다. 문 후보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상시업무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동일노동 동일임금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공정임금제’ △대한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노동회의소 설치 △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노동자 추천 이사제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비없세’는 문재인 후보가 발표한 공약은 박근혜 후보의 공약과 별 차이가 없다. 박근혜 후보도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고, 고용률 70%를 공약했다. 비정규직 규모는 정부 공식 통계인 33%를 인용했다. 비정규직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한 인식도 확인되지 않고 있고, 왜 비정규직이 이렇게 늘어난 것인지에 대한 분석도 없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나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고 대법원에서 불법이라고 판결한 사내하청에 대한 입장도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비없세는 “무엇보다 본인이 책임자였던 참여정부에서 만든 ‘기간제법’이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양산법이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나 대안 마련도 전혀 나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안철수, 나쁜 일자리 해결책 없다”

 안철수 후보는 “‘일자리 절벽’, 그리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격차 문제’”라고 분석했다.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대기업-공기업과 중소기업-민간기업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현실 인식이다. ‘비없세’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이라는 나쁜 일자리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고, 비정규직 양산을 억제하기 위해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짝퉁 정규직’ 또는 ‘중규직’이라고 비판받는 무기계약직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정규직-직무형 정규직-무기계약직-계약직-파견용역직 등 카스트제도보다 더 많은 계급으로 구분할 위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5년 한시적인 고용보장 계획을 실시하고 취업한 청년에게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 보장하겠다는 공약은 실현 방안이 없으며, 고용상황평가제 도입 공약은 구체성, 실효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전, 복지, 고용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추가 채용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는 인식은 안전업무가 아닌 상시-지속적인 업무의 정규직화는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인식이 담겨있다는 평가다.

 비없세는 “공약 내용만으로 보면 안철수 후보의 일자리, 비정규직 공약은 박근혜 후보보다 못한 내용일뿐더러 나쁜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해결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유승민, 선지불후청구 공약 의미있다”

 유승민 후보는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정부 통계와 함께 “노동계가 주장하는 혹은 우리가 체감하는 비정규직의 비중은 1/2이고, 또 받는 임금도 정규직의 1/2”이라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OECD 국가 중 임시취업자 비중 2위, 저임금근로자 비중과 임금불평등 2위, 장시간 근로 2위 등 주요 노동성적표가 최하위권”이라며 한국의 노동현실이 어떤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법)이 “2년 이상 필요한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규제했더니, 2년마다 해고하고 다른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으로 규제를 우회하고 있고(일명 회전문 효과)규제가 없는 사내도급, 특수직 등의 간접고용이 늘어난다(일명 풍선효과)”며 현실을 분석, 이러한 현실인식에 따라 공약 역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가장 중요한 공약을 1순위로 제시했다. 유승민 후보는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금융권 등 비교적 경제적 여력이 있는 기업에서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금지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처음부터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유승민 후보는 △비정규직(간접고용 포함) 사용 총량제 도입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 4대 사회보험료 국가 지원 △동일노동 범주 폭 넓게 해석, 징벌적 배상 △간접고용시 원청사업주를 ‘공동사용자’로 인정 등을 공약했다. 비없세는 “비정규직 양산을 막는 의미있는 조치들이며 통계청의 비정규직 조사에 간접고용을 하청업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간주하고, 체불임금을 국가가 ‘선지불 후청구’한다는 공약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승민 후보는 최저임금을 매년 15%씩 올려 3년 안에 1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닌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내용들이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229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공약도 비어있다.

 

 ▶“심상정, 자본의 탐욕 규제 의미”

 심상정 후보는 “지난 10년 우리 경제는 연평균 3.5% 성장했지만,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연평균 1.3% 밖에 안 올랐다”며 “월급 200만 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2000만 노동자 중 절반이나 되는데 2014년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의 보수는 일반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무려 180배”라고 밝혔다. 빈부격차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었고, “국민월급 올리는 국민의 노동조합, 일하는 사람들의 촛불이 되겠다”는 선언도 의미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고, 5인 이상 상용직 평균급여 60%를 최저임금 하한선으로 법제화하며, 고위 임직원들의 과도한 임금이 공공부문은 최저임금의 10배, 민간기업은 3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법(최고임금법)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비없세는 “다른 후보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자본의 탐욕을 규제하는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심 후보는 △하청노동자 임금 원청 정규직의 80%로 인상(사업장 내 근로자 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특별법 제정) △대기업과 하청협력업체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기본급 높이고 복잡한 수당을 줄이는 임금체계 개편 △비정규직 사회보험 지원 확대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을 공약했다.

 심상정 후보는 유럽을 비롯해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내하청 문제나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에 대한 특별한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고 특히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불법파견으로 판결난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사내하청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홍준표, 공약 없어 분석 불가”

 홍준표 후보는 노동공약을 발표하지 않아 분석할 내용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언론을 통해 발표한 내용은 “동종·유사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비교하는 현행 차별시정제도를 재검토하겠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정 대화채널을 구축하겠다”는 수준이 전부다.

 

 ▶“김선동, 심각성 인식 불구 분석은 얕아”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는 “무분별한 비정규직 양산으로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최악의 청년실업을 넘어 내수 침체, 저출산 인구절벽이 구조화하는 등 나라의 경제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후보는 “이번 기회에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야 한다. 파견법,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별법을 제정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선동 후보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특별법 제정(공공부문 2018년, 1만명 이상 민간대기업은 2020년까지 전환) △비정규직 사용제한 초과시 법인세 과세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명문화 △파견제법·기간제법 폐지 및 사용사유 제한 △간접고용 규제 및 불법파견 금지 △정리해고제 폐지 △임금삭감 없는 주 4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실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및 산별교섭 제도화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금지 등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공약으로 약속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비정규직 규모가 얼마인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확대되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공약이 국회에서 법을 재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하는데 집권했을 경우 원내 의석이 없는 정당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제도화할 수 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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