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사범대 벽화 27년만에 단장
1990년 새긴 ‘광주정신’ 흐릿해져
시민 800명 2400만 원 모금 ‘동력’

▲ 전남대 사범대 외벽에 그려진 광주민중항쟁도 복원을 시작한 16일,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이 발디딤용으로 설치한 철제 구조물 위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광주민중항쟁도복원추진위 제공>
 “1990년대 당시 작업할 때는 대학교 2학년이었어요. 다시 벽화 앞에 서니 가슴이 벅찹니다.”

 5·18민중항쟁을 담은 ‘광주민중항쟁도’ 복원 작업 이틀 째를 맞은 화가 김화순(전남대 89학번) 씨는 27년 전을 떠올렸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화 곳곳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훼손됐지만, 민주화의 열기는 뜨거웠던 그 때. 다시 마주하게 된 벽화 앞에서 그 열기는 선명한 색채를 더해갈 것이다.

 광주민중항쟁도는 1990년 전남대 학생들이 5·18민중항쟁 10년째를 맞아 전남대 사범대 1호관 외벽에 그린 벽화다. 광주의 정신으로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자는 뜻을 담아 제작한 벽화는 그동안 그 의미가 왜곡되거나 철거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5·18민중항쟁 역사의 기록들을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남대 민주동우회 등이 나서 광주민중항쟁도 복원을 추진했다.
 
 ▲당시 참여 작가 중심, 시민들 직접 참여 가능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 닻을 올린 광주민중항쟁도 복원이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8일까지 세척작업을 진행하고 붓을 드는 19일엔 작업자들의 안전을 바라는 기원제를 오후 4시부터 진행한다.

 앞으로 열흘 간 복원에 참여할 작가들은 10~20명이다. 김화순 작가처럼 1990년대 당시 벽화 작업에 참여한 작가 6명과 미술학도들을 중심으로 복원이 진행된다.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당시 작가 중 몇 명도 복원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벽화 작업에 참여한 소감을 공유했다.

 “바람 한줄기만 불어도 기분 좋은 벽화복원작업, 오늘로 이틀째입니다. 높은 가설재 위에서 당시 집회했던 중앙도서관 앞 광장을 내려다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시민들에게도 민중항쟁도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모금은 목표 금액인 2400만 원을 채웠고 졸업생·재학생 등 광주시민 800여 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민중항쟁도 복원 모금운동을 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느낄 수 있었어요. 여고생 두 명은 지나가다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는데요. 금액을 떠나서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자신의 것 내준 공동체 정신 모여 복원 성사”
 
 민중항쟁도 추진위원인 윤영일 전남대 민주동우회 사무국장은 “민중항쟁도를 복원하는 과정이 곧 5·18정신을 복원하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벽화가 5·18의 정신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복원의 뜻에 동참한 많은 시민들에게서 당시 5·18을 있게 한 공동체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주먹밥을 나눴던 5·18정신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한편 가로 10m, 세로 16m 크기의 벽화는 총을 들고 왼손을 힘차게 뻗은 청년과 군용 지프를 탄 시민군의 모습을 통해 1980년 5·18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에는 가마솥 밥을 짓는 시민의 모습을 그려 광주민주화운동의 공동체 정신을 담고 있다.

 오는 9월2일 제막식이 예정돼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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