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측 “승무사원 실수…징계할 것”
운전원들 “또다른 터미널…구조적 문제”

 고속버스터미널이 아닌 휴게소에서도 버스를 갈아탈 수 있는 ‘고속버스 환승제도’가 운전자들 업무를 가중시켜, 중간 정차후 승객을 놔둔 채 출발하는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 시 회사측은 과실을 운전자에게 돌려 문책하고 있는 상황. 현장 종사자들은 “환승은 실제 승하차장이 하나 추가된 개념”이라면서 “별도 인원을 두지 않고 승무사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는 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여행을 마치고 온 광주시민 나모 씨는 지난 9일 김해공항으로 입국,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광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고속버스는 섬진강휴게소에서 휴식을 위해 중간 정차했다. 나씨는 출출하던 차에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고속버스가 출발하고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나 씨가 버스로 복귀한데 걸린 시간은 17분. 당초 휴게시간으로 공지한 15분에서 2분이 지난 건데, 출발하는 버스는 어떠한 알림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나씨와 다른 승객 포함 2명이 이렇게 ‘휴게소 미아’가 됐다. 일행은 버스가 떠난 사실을 알고 곧바로 고객센터에 연락, 35분후 해당 휴게소에 들어온 다른 차를 타고 광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시간에 맞춰 잡혀있던 약속은 취소해야 했다.

 나 씨는 11일 본보와 통화에서 “휴게소에서 정확한 승객 숫자 파악도 안하고, 더욱이 방송도 안하고 출발한 처사는 승객을 무시한 것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승객 2명이나 안탔는데 그냥 떠나다니

 이와 관련 해당 버스업체인 금호고속측은 단순 ‘승무사원의 실수’로 정리했다. 민원 제기후 CCTV와 승무사원의 증언 등을 종합해 “당시 차를 잘못 승차한 승객이 있어 혼란한 가운데 인원 확인에 문제가 있었다고 확인했다”는 것.

 금호고속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승무사원은 인원을 파악 해야 하고 문제 발생 시 사후조치했어야 했는데 미흡했던 것 같다”며 “문제 확인 후 후속 차를 연계하고 선행 차량의 짐들을 찾아서 배웅하고 사과도 드렸다”고 밝혔다.

 통상 휴게소에서의 휴게시간인 15분 동안 승무사원은 인원을 파악하고, 미탑승 승객이 발생한 경우 방송을 통해 안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인원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치가 원활하지 않았다.

 금호고속 측은 사실 관계 파악 후 승무사원을 징계할 방침임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해당업체 다른 승무사원들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해당 휴게소는 지난해 12월부터 ‘대중교통 환승시설(ex-HUB)’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같은 시스템에선 버스 운전사의 업무가 늘어나 승객 관리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호소하는 것이다. 섬진강휴게소에선 올들어 고속버스 8개 노선, 시외버스 10개 노선, 시내버스 2개 노선의 환승이 이뤄져 광주, 목포, 부산, 창원 등으로 가는 이용자들이 버스를 갈아타고 있다.

 운전사들은 “이는 승하차 시설이 하나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속버스터미널과 같이 매표·승하차 등이 똑같이 이뤄지는 ‘또 하나의 터미널’이라는 것. 하지만 휴게소에 승하차를 돕는 승무원은 전무하다.

 휴게소에서 쉬는 15분은 운전사들에게도 용변이나 졸음 방지를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할 ‘휴식 시간’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시외ㆍ고속ㆍ전세버스의 경우 운행 중 2시간 연속 운전 시 휴게소 등에서 15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보장하고 있다.
 
▲“터미널처럼 승하차 담당 직원 배치해야”

 하지만 환승휴게소에선 운전자들이 휴식을 보장받기 어렵다. 승객들이 한 차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버스를 갈아타는 시스템이다보니, 인원 총수는 맞더라도 환승한 승객의 자리에 다른 승객이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휴게시간 내 승객들의 동선을 지켜봐야 정확한 인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운전사로선 휴식이 아니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채상영 금호고속 지회장은 “미탑승 승객이 택시를 타고 돌아올 경우, 승무사원이 사비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승하차 개념이 있는 환승휴게소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민원의 경우에도 승무사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승휴게소는 승차장소가 명확하지 않고 지역별 승차조건이 다르며, 환승대기장소 이용객 등 굉장히 혼잡한 것이 사실”이라며 “승하차시설의 경우, 터미널처럼 승하차를 담당하는 직원이 상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속도로 환승휴게소는 섬진강휴게소·정안휴게소·인삼휴게소·선산휴게소·횡성휴게소 등 모두 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섬진강휴게소는 고속버스는 물론 시외버스와 시내버스 노선을 함께 이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4곳은 고속버스만 환승이 가능하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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