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벽, 허무는 건 정치” 동구청장 출마 준비

▲ 강수훈 대표.
 “연봉은 높아지지만 그에 비례해 자녀에 대한 죄책감이 늘었어요.” 워킹맘이 등장해 운을 띄웠다. 경제활동에 구조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일명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자 객석에 모인 1000여 명의 시민들이 공감한다. 동시에 다양한 의견을 표출한다. “사회가 바뀌어야 해요. 야근같은 근무 행태의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여성은 물론,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눈치보이지 않는 사회를 다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문화기획자, 스토리박스 강수훈 대표가 진행하는 오프라인 스탠딩 토크쇼 ‘순쇼’의 객석에서 벌어진 토론이다. 3년만에 본인의 이름을 건 토크쇼로 다시 돌아온 강수훈 씨. 다시 돌아온 이유가 뭘까? 왜 사회적 문제를 토론 주제로 선택했을까? 광주 동구 동명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 

 지난 11일 KT광주타워 대강당에서 순쇼가 진행됐다. 일·가정 양립에서 고민하는 워킹맘, 고령화도시 안에서의 노인, 맘껏 뛰놀 곳이 없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놓고 ‘청년 문제’로 연결해보는 게 콘셉트. 어린이로서 경험했던 지난 기억, 함께 경험하고 있는 세대의 문제, 앞으로 경험할 노년의 문제를 이해해보자는 취지였다.

 순쇼가 진행되지 않은 3년 간 그는 광주MBC 프로그램 ‘청춘진담’을 진행했다. 유명인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토크쇼였다. 청춘진담 종방 뒤 돌아온 순쇼에서 진행자인 강수훈 대표는 더 이상 무대 위에 있지 않았다. 객석으로 내려온 진행자는 쇼의 성격을 토크쇼에서 ‘광장’으로 바꾸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2013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시작했던 것이 바로 순쇼였습니다. 저에게는 무엇보다 특별하죠.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로 평범한 이를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했었죠. 공백을 거치고 이번에 진행한 순쇼는 ‘함께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게스트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닌, 사회문제와 대안에 대해 직면하고 함께 모색하는 것이었죠. 이번에는 모두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청년 문제, 대한민국·광주 전체의 문제” 

 돌아온 순쇼의 관객은 젊었다.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것들은 결국 ‘청년 문제’로 연결됐다. 이들은 사회문제들에 대해 발언하고 생각을 나눴고, 여러 의견들은 동의와 대립을 통해 ‘공감’을 만들어갔다. 행사를 마친 뒤 강 대표는 청년 문제에 대해 토론을 종합해 이렇게 진단했다. “청년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과 광주의 문제다”.

 “청년들이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대한민국에선 첫 직장에 따라 자기의 인생이 다 보여버립니다. 두려운 거죠. 다른 영역에 갈 수도 있고, 인생은 긴데 첫발에 모든 미래가 보여버리기 때문이죠. 어떻게 도전하겠어요?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가 없어져버린 겁니다. 멀게는 강원랜드, 가깝게는 광주은행에도 있었던 채용비리, 그리고 빈부격차. 희망의 사다리는 없고 청년에게는 무력감만 주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과 광주의 현실입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한때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그다. 지금은 전혀 새로운 ‘문화기획’과 창업의 전도사가 돼 있다. 순쇼 진행자로 시작해 광주세계청년축제 단장, 광주창업지원네트워크 사무처장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청년활동의 중심에 자리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시 준비를 할땐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길로만 도전했어요. 실패하고 나니 저 또한 ‘공무원시험, 공공기관 입사, 대기업 노무 관련 취직’의 길 위에 놓이게 됐었죠. 그 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컸고, 결국 도전을 선택했죠. ‘도전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 ‘엉뚱한 상상을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 그때부터 가지게 된 저의 생각입니다”

 광주에서 활동했던 신나는 이야기를 마치고 ‘아쉬웠던 점’을 물었더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야기다. 건축비로만 7100억 원이 넘게 들어간 ‘역대급’ 문화기관. 하지만 문화기획자들에게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문턱으로 진입하기 힘든 ‘벽’이라는 설명이다. 수년을 기다리고 기대했지만 운영 방식이 걸림돌이라는 말이다.
 
▲청년 문화기획자의 ‘새로운 도전’

 인터뷰는 앞으로의 계획으로 흘러갔다. “광주 동구에서 태어나고 먹고 놀고 공부하고 떠나본 적도 없다”는 그는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광주 동구청장 도전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청년 문화기획자로서 느꼈던 행정의 ‘벽’, 세대의 ‘벽’을 허물고 싶어 정치를 선택했다는 것. 현재 35살, 청년정치인인 그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지금까지 ‘경험있는’ 사람들에게 정치행정을 맡긴 결과가 오늘입니다. 돌이켜보면 청년활동을 하면서 민관 협력을 많이 경험했거든요. 그런데 청년들 중에 ‘행정이 잘한다’고 박수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관은 저러니까 안돼’ 욕하기만 했죠. 더 이상 욕만 하지 말고 들어가서 바꿔보자 생각했어요. 선거는 바꿀 수 있는 ‘기회’이잖아요. 또 힘있고 경험있는 사람을 선택하고 손가락질만 할거냐고 묻는거죠”

 그는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과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동구는 광주의 중심이었던 과거의 영광과 달리 각종 행정기관이 빠져나간 뒤 ‘구도심’으로 변하고 말았다.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40~50대가 빠져나간 자리, 청년과 노인들이 있다. 미래도시의 전형인데, 강 대표는 이와같은 동구를 “광주의 보물”이라고 부른다.

 “어떤 도시건 고령화는 필연적입니다. 따라서 스몰시티, 콤팩트화 역시 필연적이죠. ‘미래비전’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치는 미래와 다음 세대를 고민해야죠. 지금까지 동구에는 ‘관리형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동구는 이것을 과감히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적 리더십’으로 주민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끊임없이 혁신과 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행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길, 그는 이제 청년이 아닌 ‘미래’를 이야기한다. “최근 무등산 자락에 새롭게 아파트가 건축됐습니다. 무슨 생각을 할까요? 다음 세대가 이 아파트로 인해 무등산을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미래 관점에서 고민하고 주민들과 논의해야 합니다. 청년이냐 아니냐 보다 ‘미래형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결정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 저는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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