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라마’ 형식 행불자 사연에 참석자들 눈물바다
“5·18 위상에도 진실규명은 제자리, 이제 제대로”

▲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열린 5·18 38주년 기념식에서 한 참가자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영광스럽다고 해야 할지. 옛날과 댈 바가 아니에요. 예전엔 이렇게 국회의원이고 장이고 이렇게까지 많이 오질 않았어요. 오늘은 전남, 전북서도 오시고 서울에서 시장님까지 오시고.”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열린 5·18 38주년 기념식은 “달라진 5·18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많은 정치인들의 참석뿐 아니라 영화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의 영상에 가슴 아픈 실제 사연을 더한 ‘씨네라마’ 형식으로 진행된 기념식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전 정권에서 채 15분도 되지 않아 끝나버린 기념식을 보며 허망했고, 정치인들에 밀려 유가족들이 앉을 곳도 부족했던 과거가 더욱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해 5·18 진상규명 의지를 천명한 이래 특별법 제정 등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면서 올해 기념식장을 찾은 이들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특히 5·18 유가족들은 “대통령이 이번 기념식에 오지 않았어도 큰 아쉬움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켠이 놓이는 날”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은 아직 끝나지 않은 항쟁이다.

“지난 4월 전두환 재판 때도 가서 보믄 지만원이라는 사람이 아즉 폭도라고 주장하더만요. 아직도 멀었당께요. 그리고 이 날도 공휴일로 됐으면 쓰겄어. 기념일이 아니니까 다 오덜 못하잖아요.”

5·18민주묘지 66번에 묻혀 있는 아들 고 백두선 씨의 어머니 박순금 씨는 “5·18 당시 행방불명자와 고문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제대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비로소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5월 어머니들과의 인연으로 매년 광주를 찾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기념식을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열린 5·18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매번 40년 가까이 버티신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러셨을까 싶을 만큼 존경스럽다”며 “총, 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자식들을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또 유가족까지 못살게 했던 세상을 견뎌 오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어머니들이 포기 안 하니까 지금이라도 이렇게 밝혀지잖아요.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는 건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끈질긴 싸움일 거예요. 이렇게 어머니들께 위로받고 다짐해요. 우리도 포기하지 않겠다고요.”

일반 시민 참가자들에게 기념식은 “매년 새롭게 5·18을 기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자전거 동호회 회원 30여 명과 팀을 이뤄 기념식장을 찾은 이용신 씨는 “동호회에 기념식 참석을 제안하니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줘 처음으로 단체로 참석하게 됐다”면서 “아직도 5·18을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분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참석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기념식장을 찾은 서울지역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

그는 “이전에는 5·18을 떠올리면 무겁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이라면서 “앞으로는 5·18을 더 제대로 알고, 또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기념식을 찾고 있는 서울 시민 김명섭 씨는 “행사 자체가 이전보다 기획력 있게 추진된 점은 격상된 5·18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 같다”면서도 “기념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들, 유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념식에 출연한 행방불명자 가족과 고문 피해자의 사례처럼 5·18의 더 많은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며 “매년 이벤트성 단발 행사로 조명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더 5·18에 대해 세심한 접근과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대우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야 지도부, 5·18 유공자와 유족, 시민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열린 5·18 38주년 기념식에서 한 참가자가 슬픈 표정으로 기념식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국민이 입장 가능하도록 ‘국민 개방형’으로 치러졌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행사는 초청자와 사전 신청자만 출입이 가능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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