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서구 금호지구대서 뻗대다
“신고할 때, 정확한 위치가 생명입니다”
 “‘라이브’ 지금껏 경찰 드라마중 현실 가장 흡사”
 인권 차원 유치장 없애·‘미란다 원칙’ 고지 필수

▲ 흉장을 가슴에 단 경찰관. 고유번호가 적혀 있는 이 흉장은 평생 한 경찰관의 상징으로 남는다.
 소시민적인 동네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드라마 ‘라이브’ 영향으로 일선 현장에서의 경찰관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케이블TV에서 방영돼 인기를 끈 드라마 라이브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지구대’에 근무하며 일상의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청소년신문은 드라마 종영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이달 중순 광주 서구 ‘금호지구대’로 향했다. 현장 경찰의 일상을 체험하고 기사로 전달하기 위한 뻗치기<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전통적인 취재 기법을 뜻하는 언론계의 은어>를 위해서다.

 금호지구대엔 하루 40~5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된다. 특히 금·토요일에는 신고가 2배로 늘어난다. 한 경찰관은 순찰은 원래 한 시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데, ‘순찰신문고’에 시민이 순찰을 원하는 시간대나 불안장소 순찰 요청을 하면 거기에 맞춰 움직인다고 했다. 흔히 경찰서, 지구대하면 떠오르는 유치장도 없었다. 인권문제로 인해 지구대에는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대신 소파에 달린 끈을 살짝 잡아당기면 수갑을 채울 수 있은 바를 설치해 놓았다. 조사도 주로 이 곳에서 이뤄진다.

 순찰차도 직접 탑승해봤다. 순찰차 내부는 운전하는 경찰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강화플라스틱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무전기도 두 개 이상이다. 하나는 같은 지구대원들끼리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광주지역 전 경찰과 송수신할 수 있는 장비다.

 네비게이션도 설치돼 있었다. 일반 네비게이션과 달리 신고접수 전용 네비게이션이다. 화면에는 먼저 출동해야할 신고순으로 표시된다. 순찰차 좌석에는 두껍고 투명한 아크릴 소재의 덮개가 덮어져 있다. 주취자들을 태울 일이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처럼 주취자들의 토사물을 닦는 일이 많아보였다.

 나름 일반 승용차와 크게 다르진 않았는데, 하나 특이한 점이 있었다. 순찰차 뒷좌석에는 문 손잡이가 없다. 창문도 당연히 열 수 없었다. 도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예 원천 봉쇄해 놓은 것이다. 경찰이 내려서 차문을 열어줘야지만 내릴 수 있다.

 부사수인 경사가 운전하고, 사수인 경위가 조수석에 앉아서 순찰을 지휘했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신고가 접수됐다. 교통사고 처리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었다. 지구대경찰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준다기 보다는 사건 개요를 조사한 후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오면 출두하셔서 자세히 말씀하시면 된다’는 설명하는 역할이었다.

신고자와 지인들은 교통사고를 낸 사람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았다. 경찰은 곤란해 하면서도 어느 정도 들어줬고 그렇게 일단락됐다. ‘그럴 때 곤란하지 않냐’는 기자 질문에 웃으며 말했다. “그게 저희 지역경찰들의 일이니까요.”

 지구대 안에서도 꽤 오랜 시간 취재하며 경찰들을 관찰했다.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해보이는 동네 아저씨, 언니, 누나의 모습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웃고 떠들고 하는 광경이 드라마 ‘라이브’를 직접 현장에서 보는 느낌이었다. 현장 경찰들의 정확한 실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금호지구대 정현진 경사와 문단비 순경을 인터뷰 했다.

인권 차원에서 유치장이 사라진 지구대에선 피의자 결박이 필요할 경우 소파에 수갑을 채우게 된다.
 
 ▲경찰 흉장 고유…퇴직할 때까지 간직
 
 -두 분의 업무를 설명해주세요.
 △ 정현진(이하 ‘정’) : 저는 경사입니다. 지역경찰이 근무하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는 계급에 따른 업무 분장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드라마 ‘라이브’에서는 경위와 경사가 사수로, 순경은 부사수의 업무를 수행하는 걸로 나오잖아요. 하지만 보통의 지구대와 파출소에는 경위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경사도 부사수의 역할을 합니다.

 - 문단비(이하 ‘문’) : 저는 순경이예요. 선배님 말씀처럼 지역경찰들은 각자 거의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순경이 따로 하는 일이라면 근무 교대할 때 쓰는 PDA(개인 휴대 정보 단말기)와 장비를 점검하고 충전이 되어있는지 꼭 체크하는 것입니다.

 -드라마 ‘라이브’에서는 계급과 상관없이 편하게 호칭하던데, 두 분도 그런가요?
 △ 정 : 반말하면서 편하게 대합니다. 드라마 ‘라이브’에서도 형님, 동생하면서 지내잖아요. 저희도 똑같아요. 계급의 차이는 있지만 엄격하게 구분해 대하진 않습니다.

 -왼쪽 가슴에 패용하고 계신 경찰흉장이 눈에 띠는데 계급에 따라 차이가 있는건가요?
 △ 정 : 아니요. 경찰흉장은 똑같습니다. 경찰청장까지 똑같이 패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옛날로 치면 마패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패를 상징하는 모양이고 무궁화와 태극문양이 있어서 대한민국 경찰이라는걸 확실히 보여주죠. 이 경찰흉장 뒤에는 고유번호가 있는데요. 보통 분실하지 않는 이상 순경으로 들어와서 퇴직할 때까지 이 흉장을 간직하죠. 만약에 이것을 분실할 경우 다시 찾더라도 폐기하고 재발급받게 돼요.

 - 지구대 인원은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 정 : 팀마다 달라요. 저희 팀은 순경 1명, 경장 2명, 경사 1명, 경위 5명, 경감(팀장) 1명 총 10명입니다. 각 파출소와 지구대마다 규모에 따라 인원은 달라요.

 - 경사님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정 :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웃음) 저희 누나와 매형이 경찰관을 하고 계셨어요. 적극 추천해주셨죠. 그래서 하게 됐어요. 다른 일을 하다가 좀 느지막이 31살에 순경 공채로 들어왔어요. 포장하지 않고 말한다면 처음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왔다기 보다는 공무원이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이라 괜찮은거 같아서 들어왔죠.

 - 신고가 들어오면 무엇을 가장 먼저하세요?
 △ 문 : 일단 출동 준비를 하구요. 강력사건이 접수되면 교통 불편으로 인한 신고는 다음 순위로 둡니다. 미리 늦을거 같다고 양해를 구한 뒤 나중에 가서 처리하죠.

 - 강력사건 중 성폭력 사건때는 특히 여성 경찰들이 많이 출동하시겠네요?
 △ 문 : 네. 맞아요.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있으면 대부분 그렇게 나가는 편이예요. 좀 예민한 부분이니까요. 누구한테나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먼저 이야기 해보려고 다가가죠.

서구 금호지구대 모습.
 
 ▲현장 경찰 초동조치 따라 향후 수사 좌우
 
 - 현장에 도착하셨을 때 가장 먼저 취해지는 조치는 무엇인가요?
 △ 문 :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요. 가해자는 다른 경찰분이 데려가고, 피해자는 다쳤으면 병원에 보내기도 하구요. 우선 피해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줘요. 그리고 예를 들어 아까 말씀하셨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해바라기 센터로 연계하는 편이예요. 법률·심리·의료상담을 다 같이 하고 있어서 거기로 안내해요. 성폭행을 당했다면 증거 채취도 중요하잖아요. 지구대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거기서 하죠. 지구대에서는 대략적인 개요만 듣습니다. 피해자에게 샤워하면 안된다는 주의사항도 반드시 설명해주고요.

 - 강력사건은 초동조치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 문 : 초동조치를 잘해주면 경찰서에서 수사하기에 아무래도 편하겠죠. 주의사항같은 것도 알려주지 않아서, 증거가 보존되지 못하면 범인을 발견하기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요. 중앙경찰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오면 초동조치에 대해 강조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 초동조치 매뉴얼이 따로 있나요?
 △ 문 : 사건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 가정폭력사건이 터졌을 때도 항상 가장 중요한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하는 거예요. 그후에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폭행여부를 확인한 뒤 처벌을 원할 경우 진술서 받아서 (경찰)서로 넘기죠. 피해자에게 유인물도 읽어줍니다.

 -드라마 ‘라이브’에서 보면 여성청소년과 안장미(배종옥)팀장이 가정폭력에 노출된 어린 학생들을 위해 가해자인 아버지한테 긴급임시조치(가정폭력발생시 행위자에게 재범의 우려가 있거나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피해자의 신청이나 경찰관의 직권으로 취할수 있는 조치)를 내리잖아요. 실제로 그런 조치를 내리진 않나요?

 △ 문 : 긴급임시조치를 내리기도 해요. 1호가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 퇴거 등 격리시키는 거고, 2호가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의 주거 및 직장으로부터 100m이내 접근금지시키는 거예요. 3호는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휴대전화와 E-mail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죠. 드라마에서는 아마 긴급임시조치 3호였던거 같아요.

 - 지금까지 경찰생활하시면서 위험한 적은 없으셨어요?
 △ 정 : 경찰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뻔한 적이 있었죠. 오토바이를 잘 몰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경찰관은 다 할 줄 알아야 하니까 그냥했어요. 경찰관은 임무에 따라 해야되는 거니까요. 예를 들면 군인도 마찬가지 잖아요. 전쟁이 무섭다고 총을 잡지 않을 순 없는 거니까요. 근데 저보다는 선배님들 이야기가 드라마죠. 선배님들 이야기를 합쳐서 만든게 ‘라이브’ 아닙니까?(웃음) 저는 경력이 좀 짧은 편이라서.

경찰 순찰차 내부. 조수석과 운전석이 완전히 격리돼 있다.
 
 ▲“흉기 난동” 출동…알고보니 숟가락 해프닝도
 
 - 만약에 흉기를 들고 있어서 제압하기 어렵고 위험한 상황일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 정 : 일단 흉기를 들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오면 지정실에서 무전이 옵니다. 흉기를 들고 있으니 방범장갑, 방범조끼를 착용하라는 거죠. 그렇게 착용하고 현장에 도착합니다. 흉기를 들고 있다고 오인해서 들어온 신고로 인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어요.(웃음)

 -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면 어떤 것이었나요?
 △ 정 : 신고내용은 ‘정신이상자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고 있다’였어요. 그래서 방범장갑·방범조끼를 착용하고 출동했는데, 가보니 흉기가 아니라 숟가락을 들고 있더라구요.(웃음) 황당했죠.
 △문 : (웃음)

 -방범장갑과 방범조끼는 우리 지역경찰들을 지키기에 튼튼한가요?
 △ 정 : 그래도 왠만한 칼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면 돼요. 나쁘지 않아요.

 -위험한 상황에서 테이저건이나 총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없나요?
 △ 정 : 드라마에서는 경찰이 테이저건, 총을 사용하는 장면이 꽤 자주 나오는데요. 실제로는 1년에 1~2번 있을까 말까해요. 총같은 경우는 사용하더라도 일단 경고사격을 한 뒤에 안전한 허벅지에 쏘게 됩니다.

 - 사격연습을 따로 하나요?
 △ 정 : 1년에 한두 번 정도 정기사격과 특별사격이 있어요. 드라마 ‘라이브’에서는 따로 사비를 들여서 사격연습을 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까지 하진 않습니다.

 - 현행범을 체포하실 때 어떻게 하세요?
 △ 정 : 우선 ‘미란다 원칙’을 고지입니다. 현행범 체포시 반드시 이뤄지는 절차입니다. 만약에 ‘미란다 원칙’을 즉시 고지하지 못했을 경우, 체포된 직후에라도 반드시 100% 고지하고 있습니다. 고지하지 않으면 석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써서 하고 있습니다.

 △ 문 : 그리고 체포할 때는 덩치가 크면 여러명이서 제압하고 있어요. 저항을 하면 누군가 손을 잡아줘야 수갑을 채울 수 있으니까요. 한 두사람이 하면 다칠 수 있으니 옆에서 잡아줘야 해요.

 정현진 경사가 언급한 ‘미란다 원칙’에서 미란다는 실제 인물로, 미국에서 1966년 강간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그는 체포 뒤 미국 수정헌법 제5조에 보장된 진술거부권과 제6조에 보장된 변호사 선임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석방됐다. 이후 수사기관이 피의자 체포시 그들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미란다 원칙이다. 예를 들어, 보통 절도범이라면 “당신은 절도에 의한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기회가 있습니다”라고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다. 현장이 매우 급박하기 때문에 가끔 저항하다가 본인들은 못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체포할 때 대부분 채증을 하기 때문에 기록이 남는다고 전했다.

 -드라마 ‘라이브’에서 보면 시보순경들이 주취자들을 상대하기 어려워하던데 실제 경찰관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세요?
 △ 정 : 그게 지역경찰들이 제일 어려워 하는 일이에요. 약간 행패를 부린다고 체포할 수도 없잖아요. 그런 경우가 선배님들이 잘 달래요. 주취자분들 중에 50~60대가 많기 때문이죠. 40대에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저같은 경우는 나이가 어려서(웃음) 연배가 비슷하신 선배님들께 맡기는 편입니다. 제가 가면 ‘젊은 놈이 어디서 건방지게’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게 제일 흔하고 힘들어요. 예를 들어 체포하기에 명확한 상황인 경우에는 바로 체포를 하면 되는데, 그런 분들까지 엄격하게 처리하기는 그렇잖아요.

경찰 순찰차 내부. 조수석 문은 안에서 열리지 않는 구조다.

 △ 문 : 대게 때리는 분이 별로 없는데 폭력적인 주취자가 만약에 공무중인데 때리면 그건 바로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해요. 욕을 하시면 경고를 하구요.
 
 ▲주취자 신고 다반사…무전취식 해결사? 자괴감도
 
 - 가장 최악이었던 사례가 있나요?
 △ 정 : 거의 매일 있죠. 술먹고 쓰러져있다는 신고는 태반이구요. 술집에서 술값을 계산을 하지 않고 나가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솔직히 그런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들이 마치 돈을 받아주는 사람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죠. 하지만 경찰관은 국민의 신체·생명·재산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달려갑니다. 그분들이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근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을 낸다고 할 때입니다. 돈을 내지 않는다면 무전취식으로 잡으면 되는데 ‘돈을 내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죠. 개입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니 어렵죠.

 △ 문 : 주취자분들이 정말 다루기가 힘들어요. 말이 안통하니까요. 저한테는 딱히 주먹을 휘두르신적이 없는데, 동료 경찰분들한테 주먹 휘두르고 배밀이라고 하나요? 그런게 되게 많았어요. (본인을)과시하는 느낌으로요.

 정현진 경사는 “정확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으나, 미국같은 경우는 술집에 혼자 와서 술을 먹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은 술집 주인이 지게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일을 하면서 느낀 소회가 혼자 술을 마시러 왔을 경우 술을 팔지 않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위와 같은 제도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미국에서는 Dramshop Act(술취한 고객에게 술을 계속해서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례)에 따라 술취한 고객에게 술을 계속 판매하는 경우 술집 주인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가장 신고를 가장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 정 : 경찰 치안 수요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경찰서비스가 높아짐에 따라 신고도 굉장히 많아졌구요. 그런 면에서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견해지만 불필요한 신고는 하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일반민원은 110번, 범죄신고는 112, 구급요청은 119, 경찰민원은 182로 나뉘어져 있어요. 하지만 단순민원도 112로 신고를 하시더라구요. 그런 부분을 자제해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다른 범죄신고를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사소한 게 분실물 신고”라고 두 경찰관은 입을 모았다. 그런 사소한 신고가 접수되면 절차를 충분히 설명드려도 경찰이 직접 와서 수취해가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자칫 경찰력 낭비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 “분실물 신고 자제해달라” 경찰력 낭비
 
 - 그런 사소한 신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친절로 인한 민원은 없었나요?

 △ 정 : 제 동료가 그런 신고를 받은 적이 있어요. 작년에 지구대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개가 목줄없이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았죠. 그런데 신고자가 위치를 잘못 알려준거예요. 도착했는데 없어서 다시 전화하니 그곳이 아니고 다른 곳이라는 것을 알게되서 바로 갔는데 너무 늦게 왔다며 민원을 넣으셨어요.

 - 드라마 ‘라이브’에서처럼 청문감사실에서 조사를 받으셨나요?
 △ 정 : 네 그렇죠. 사건의 경위와 원인을 물어봅니다. 솔직히 잘못한게 없어도 조사받는게 부담스러워요. 학생분들도 아무 잘못도 없는데 교무실에 불려가면 불안하지 않겠어요? 많이 불편하죠.

 - 청문감사실에 계신분들의 소속과 업무는 무엇인가요?
 △ 정 : 똑같아요. 같은 경찰소속이지만 내사과에서 감사하는 일을 할 뿐이죠. 대부분 순경으로 들어와서 적성에 맞게 지원을 해서 들어갑니다. 내사과도 그 중 하나구요.

경찰 순찰차 내비게이션 신고 출동용으로 일반 차량용과는 다르다.

 - 보통 드라마에서 보면 청문감사실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은 매우 엄격하고 까칠하게 그려집니다. 실제로도 그런가요?
 △ 정 : 실제로 그렇진 않아요. 같은 동료니까요. 드라마가 현실과 똑같으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죠.(웃음) 그래도 이번에 나온 ‘라이브’라는 드라마는 현실과 꽤나 흡사한 드라마였습니다.

 - 지구대가 가장 바쁘고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나마 편하다고 생각하는 부서가 있으신가요?(웃음)
 △ 정 : 편한 일은 없죠.(웃음) 적성이 맞고 안맞고가 중요한거 같아요. 어떤 경찰은 조폭들을 상대하는 것이 맞을 수 있고, 또 다른 경찰은 경찰이지만 조폭을 보기만 해도 무서울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화 하기 어렵습니다.

 - 선발기준이 따로 있나요?
 △ 정 : 일단 위원회가 열리구요. 모 드라마로 설명을 하자면 상무 후보를 뽑는데 두 사람이 경쟁을 하지 않습니까? 드라마에 나온 것과 비슷하게 진행이 됩니다. 위원회에는 일단 경력과 자질을 봅니다. 무엇보다 부서의 특성에 맞아야 겠죠.
 
 ▲“어린이·치매노인 가족 인계시 보람”
 
 - 본의 아니게 받은 징계는 없으셨나요?
 △ 정 : 초임때 새벽 한 시 정도에 대형화물차가 집앞에 있어서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았어요. 주차단속같은 경우는 구청에서 하기 때문에 충분히 절차를 설명드리고, 다른 신고가 들어와서 갔는데 민원이 들어온거예요. 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구요. 그래서 청문감사실에서 조사를 받았죠. 각하되긴 했지만 좀 억울했어요.

 동료경찰은 주취자에게 쌍시옷 섞인 쌍욕을 들어서 참다못해 반말을 했는데 민원이 들어온적도 있다고 한다. 그의 씁쓸한 웃음 뒤로 경찰의 고된 일상이 느껴졌다. 드라마 라이브 속 오양촌 경위가 맞았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현장의 욕받이’였다.

 -평소 지역경찰 업무를 수행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은 있으세요?
 △ 정 : 지역경찰 업무 자체가 시민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개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같은 경우는 특히 어린이, 치매노인분들을 찾아서 가족에게 인계해줄 때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 문 : 저도 아이들이나 치매노인을 찾아줬을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가족분들도 많이 고마워하시거든요.

 -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시나요?
 △ 정 : 네. 잘선택했다고 생각해요. 한 업무만 10년, 20년하는 것보다는 나은거 같아요. 처음에 상무지구대에서 시작해서 기동대, 내근부서, 그리고 지금 금호지구대까지 합쳐서 (이 일을 한지)10년됐거든요. 경찰 공무원이 박봉이긴 하지만 저는 만족해요.

 - 그럼 실례지만 월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정 : 부서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수준이예요. 사실 박봉이라고 하는 이유가 급여 자체가 적다기 보다는 위험한 일을 하는 것에 비해서 수당이 적어서예요. 위험수당이 월에 6만 원이거든요.(웃음) 그것도 원래 4만 원에서 오른거예요. 강도건 뭐건 내 목숨을 내놓고 가는건데 6만 원은 좀 적죠.(웃음)

 - 후배 경찰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경찰관으로써 사명감은 무엇인가요?
 △ 정 : ‘라이브’ 처음부터 보셨나요? 거기서도 “밥벌이 때문에 왔지” 이런말 하잖아요. 현재 직업사회에서 순전히 사명감 100%만 가지고 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순전히 월급때문에 일을 할 수도 없는 거구요. 기자님도 마찬가지일거구요. 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명감이 있지만, 그걸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도 있으니 하는 거죠. (후배 경찰관들이)경찰을 하다보면 회의를 느낄 거예요. 주취자들에게 시달리고, 민원에 시달리고…. 그래도 내 가족들을 지키고 우리 이웃들을 지킨다는 생각에 힘을 낸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 문 : 경찰은 청렴해야한다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사실 그건 당연한거구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요.

 - 기자들에게도 따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 정 : 이건 제 개인적인 견해인데 군중심리라고 하나요? 처음에 비난글을 쓰면 우루루 달려가서 비난을 해요. 근데 아니었다는 글은 잘 안나오거든요. 이번에 OO지구에서 발생한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쌍방폭행으로 사건을 정리해서 넘겼다는 게 공분을 많이 샀었죠. 하지만 지구대에서는 사건을 받고 인계하는 역할만 해요. 그게 저희 지역경찰들의 업무예요. 객관적인 판단은 힘들죠. 그분이 피해가 훨씬 크긴 하지만 서로 때렸다는 분명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사건을 정리해서 경찰서로 보낸 거예요. 정당방위 문제같은 경우는 나중에 경찰서나 검찰혹은 재판에서 결정되는데, 처음에 쌍방폭행으로 처리가 됐다는 부분만 부각이 되더라구요. 결론도 나지 않은 문제가 자극적으로 보도가 되는 일이 많죠. 임팩트가 중요하니까 기자님들도 그렇게 헤드라인을 달 수밖에 없다는거 알아요. 하지만 아니었다는 것도 조금은 관심을 가지고 후속기사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구 금호지구대 관할도.

 
 ▲ “정권과 유착? 99%의 경찰은 그런 것 모른다”
 
 특별하거나 거창할 것없는 사명감이었다. 그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견디며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우리네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마음 속에 간직한 작지만 큰 신념은 이들을 움직이고 시민들을 수호하고 있었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알고 있는 경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나 전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 정 : 시민들이 가끔보면 경찰들이 정권에 휘둘려서 움직인다고 하잖아요. 근데 지극히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정치인들을 알 리가 없습니다. 99%의 경찰들은 그런것과 상관이 없어요. 보통의 경찰들은 시민들 곁에서 시민들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례로 시민들은 판단을 할 거예요.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만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문 : 신고하실 때 마음이 급하시겠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신고한 전화번호가 있더라도 주변 기지국만 알 수 있어서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거든요. 그럴 때마다 답답하고 안타까웠어서 당부의 말씀 드립니다.

 올 여름에도 두꺼운 야광조끼를 입고 뜨거운 땀을 흘리며 묵묵히 맡은 바를 수행할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은 우리 옆에서 살아숨쉬는 ‘견찰’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취재에 응해주신 금호지구대원들과 정현진 경사, 문단비 순경께 감사를 드린다.

 ※취재 후기: 금호지구대를 마치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특별한 분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라이브’ 속 ‘늙은 사수’처럼 올해 퇴직하시고, 경력이 약 30년이 넘으신다는 그분께 여쭈었다.
 “다시 태어나도 경찰하실 건가요?”
 OOO 팀장(경감)의 답은 단호했다. “아니.”
 질문과 동시에 단호하게 대답하시고는 뒤돌아 가시며 슬며시 장난기어린 웃음을 지으셨다.
 서수빈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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