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가입 후 각종 징계 시달려…현재 대기발령·무급휴직

▲ 공공운수노조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조합원들.
아이쿱생협이 구례에 생산기지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구례군민과 마찬가지로 이금주 씨도 반가웠다. 일자리가 많지 않은 구례에 활력이 생기길 기대했다. 아이쿱 생협 역시 ‘청년이 돌아오는 구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구례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구례를 떠나본 적 없다는 이씨는 지난 2015년 여름, 구례자연드림파크 내 레스토랑인 비어락 하우스에 입사했다. 구례에서 계속 살고자 했지만 일자리가 많이 없어서 힘들어했던 그에게 일터가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사측으로부터 삶의 터전인 구례를 떠나 충북 괴산으로 옮기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일하면서 노동 강도도 세고, 또 권리가 침해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연차를 쓰고 싶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어요. 다치거나 아팠을 때도 강제로 나와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그래서 노조에 가입했어요.”
 2017년 7월 정식으로 노조가 출범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면담을 했어요. 갑자기 식자재를 횡령했다, 출퇴근 일지를 잘못썼다 등 이유로 소명서를 제출하라고 하고, 각종 문서에 사인을 강요했어요. 그리고 대기발령,정직, 전환배치 등 징계가 이어졌어요.”
 
 ▲“일하면서 권리 침해…노조를 세웠다”
 
공공운수노조 자연드림파크지회 이금주 교선부장.

 주방 조리사였던 그는 노조에 가입한 이후 편한 날이 없었다. 정직을 받기도 하고 전환배치 되기도 했다. 어느 땐 단지 내 청소 업무에 배치되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거나 화장실 청소를 해야했다. 모멸감과 억울함을 느꼈다. 사측이 그에게 행했던 정직 1개월 징계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경영진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성격이 다른 사업을 운영하면서 전문성 부족과 서비스질 저하가 발생해 사업을 전문을 갖춘 업체에 넘기겠다”고 결정했다. 시네마나 식당·카페, 맥주공방, 미화업무 등을 쪼개 몇 개 업체들에게 넘겼다. 노동조합은 “노조 무력화·고립화를 위한 아웃소싱”으로 판단, 반발했지만 사측은 “아웃소싱과는 다른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라면서 외부 기업에 위탁을 추진했다. 노조 조합원들은 위탁이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반발했다. 사측은 이 씨를 비롯한 노동조합원들에게 업무 수탁기업으로의 고용 이전을 요구했다. 이 씨는 거부했고, 그 이후 현재까지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대기발령 상태다. 게다가 이 씨를 고용했던 법인은 최근 법인명을 바꾸고 주사무소도 충북 괴산으로 옮겨버렸다. 사측은 5명의 대기발령자들에게 괴산 냉동창고로 발령을 내렸다.
 
공공운수노조 자연드림파크지회 문석호 지회장.

문석호 씨 역시 노조 결성 이후 삶이 달라졌다. 그는 2017년 1월 문화서비스 담당 팀장으로 입사했다. 관리자였다. 지난해 4월 중순 즈음 팀원 중 한 명이 문 씨를 찾아와 노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자신이 관리자라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갑자기 사측이 문 씨에게 팀장 해지를 통보하고 연봉 1400만 원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계약서에 서명하라는 사측의 요구를 문 씨는 거부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런 통보였기 때문이다. 문 씨의 거부에도 징계는 현실화됐다. 팀장직을 박탈당했다. 사측은 그에게 서빙과 청소 업무를 지시하고 3일 동안 오전 8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연장근무하게 했다. 괴롭힘이 시작됐다. 그는 개인으로 대항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마음을 바꿔 노조 설립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노조 설립이 추진되는 동안에도 징계는 계속됐다. 6월9일에는 무기한 감봉이라는 징계가 내려졌고 6월13일에는 청소 파트로 보직이 변경됐다. 이유를 물었다. 사측은 팀장으로서 팀 관리 소홀, 업무 소홀 등 팀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했다.
 6월30일 오후 2시라는 시각을 문 씨는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문 씨가 하수구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사측이 해고를 통보했다. 황당했다. 해고 사유를 물었다. 쉬는 날 식당 청소를 요청했는데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나는 요청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노무 담당자는 “법적으로 알아서 하세요”라고 문 씨에게 답했다. 그날 오후 6시 쯤 사측 대표를 찾아가 항의했다. 해고 사유가 거짓이라고. 대표는 다른 직원이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답했다. 문 씨는 해고 당사자는 난데 왜 다른 직원의 말만 듣고 이런 결정을 내리느냐 물었다. 혹시 노조 때문에 그러느냐고 다시 되물었다. “여러가지다. 꼭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들었다.
 
 ▲“청소 거부했다고? 요청 받은 적 없다”
 
 “그때서야 깨달았어요. 노조 설립 문제로 팀원과 제가 이야기를 나눈 걸 사측이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제서야 모든 게 이해가 됐어요.”
 그렇게 해고된 그는 7월9일 노조 설립총회에서 지회장으로 선출됐다. 문 씨에 대한 징계와 해고가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의 판결이 내려지기 한 달 전, 사측은 그에 대한 해고를 철회하고 다시 청소 업무로 복귀시켰다. 하지만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라도 편한 날이 없었다. 사측은 그에게 노조 유인물을 문제삼아 명예훼손으로, 커피 2잔과 8000원 짜리 식사 등을 이유로 사기로, 점심 시간 노조 사무장과 이야기 하기 위해 기숙사 휴게실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건조물 침입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각종 소명서를 작성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9월 지방노동위원회가 그에 대한 원직복직 판결을 내리자 사측은 그를 다시 팀장으로 복귀시켰지만 그는 빈 책상에서 대기해야 했다. 각종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팀장 직책이 다시 해제됐다. 사측은 식자재 비리 등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국감에서 노동 탄압 등을 증언한 자료를 이유로 또 다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각종 고소 고발로 문 씨는 경찰과 검찰을 수도 없이 들락거려야했으며 각종 이유로 그에 대한 사측의 인사위원회가 끊임없이 열렸다. 사측의 그에 대한 고소고발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고 노동위는 그에 대한 사측의 징계들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문 씨는 “그 과정이 악몽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역시 괴산 냉동센터로 발령을 받은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자연드림파크지회 이은정 총무.

 2015년 8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비어락하우스 서비스 파트에 입사한 이은정 씨는 아이쿱이 구례자연드림파크를 통해 이루겠다던 ‘청년이 돌아오는 구례’로 돌아온 청년이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은 이 씨에게 생애 첫 노동조합 가입은 설레는 일이었다. 더 나은 일터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노동조합 총무라는 직책을 맡았다. 그러나 이 씨는 노조 가입하고 한달이 채 안돼 대기발령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식자재 사취 및 출퇴근 기록부 허위작성, 절도 등의 이유였다.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 갑자기 제가 범죄자가 돼 있더라구요. 이런 게 갑질인가. 황당했죠.”
 이 씨에게도 징계가 이어졌다. 비어락하우스에서 일했던 그에게 사측은 청소나 설거지를 시켰다. 정직 처분도 내려졌다. 노동위는 그에게 내려진 각종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역시 구례를 떠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원래 했던 일 하게 해달라”
 
공공운수노조 자연드림파크지회 이순규 사무장.

제일 처음 노조 설립을 제안한 이순규 씨 역시 각종 징계에 시달려 왔다. 2014년 1월 구례자연드림파크 식당 매니져로 입사한 그는 구례자연드림파크 초창기부터 함께 했다. 그가 노조를 생각하게 된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 정책을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아이쿱이 점간이동 정책이라는 걸 시행했는데 이게 문제가 많은 정책이었어요. 자연드림 매장에서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을 자연드림파크 식당에서 받게 되는 건데 식당에서 주문하지도 않은 많은 물량이 들어오는 거예요. 5배 이상 물량이 들어오는데 남은 식자재들은 어쩔 수 없이 폐기해야 했어요. 직원들의 일도 늘어나 힘들었구요. 이에 문제제기를 했더니 폐기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물었어요. 식자재 폐기로 인한 손해가 5200만 원 이라는 거예요.”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을 보고 그는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느꼈다. 팀장에게 찾아가 노조 설립을 제안했다.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 상급자가 그에게 사직서를 가지고 와 서명하라고 했다. 서명을 거부했다. 그 때부터 그 역시 징계가 시작됐다. 정직이 내려졌고. 정직 후 복휘했을 땐 청소업무로 보직이 변경됐다. 또 다시 정직이 내려졌다. 노동위는 사측에 그에 대한 원직복직을 주문했지만 그는 여전히 원직으로 복직되지 않았다. 원직복직 대신 괴산으로 발령을 받은 상태다.
 현재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2명의 노조원을 포함 7명의 노동자들이 각각 무급휴직과 대기발령 중이다. 무급휴직 중인 청소노동자들은 생계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노동자들은 “원래 했던 일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노조를 만든 지 10개월 여,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는 조합원들은 노조 인정·원직복귀·성실교섭·민주적 운영 등을 요구하며 길 위에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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