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놓고 민주당 ‘집안 싸움’ 개원식 등 취소
의장단 선거 미뤄질수도, 장연주 의원 “부끄럽다”

▲ 제8대 광주시의회가 공식 개원하는 9일. 원구성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간 갈등으로 파행이 빚어지면서 본회의장이 텅텅 비어있다.
광주시의회가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첫 본회의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첫 본회의를 열자 마자 정회가 선언된 이후 5시간이 넘도록 대치 상황이 지속되며 개원식 등 공식 행사도 모조리 취소됐다. 의장단 선거도 다음 날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8대 광주시의회는 9일 오전 제270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고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2명) 선출, 각 상임위원 선임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정회’가 선언됐고, 오후 3시30분을 넘어가는 현재까지 본회의장은 텅 빈 상태다.

이날 의사 진행은 임시의장 직무대행인 반재신 광주시의원이 맡았다.

반 의원은 당초 의장 후보로 등록했다가 이날 오전 후보에서 사퇴했다. 김용집 광주시의원도 곧 후보를 사퇴했으나 의장 후보인 김동찬 의원을 빼고 최다선, 최고 연장자를 기준으로 해서 반 의원이 의사 진행을 맡게 됐다.

돌발상황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정민곤 광주시의회 사무처장의 집회경위 보고 후 의장석에 오른 반 의원이 “장연주 시의원에 죄송합니다만 일부 의원들의 의원총회 소집 요구가 있었다”며 정회를 선포한 것.

반 의원은 곧장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시의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석호 광주시의원은 “이런 식의 회의 진행이 어디있나”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고, 다른 의원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주당 의원총회 장소로 움직이는 의원들도 많지 않았다.

이후 시의원들은 본회의장 밖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시의원들 회의 장소와 본회의장을 왔다 갔다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고, 의회사무처 직원들은 이날 오후에 예정된 공식 개원행사에 차질이 생길까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의원들에 “속개 여부를 서둘러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다.
제8대 광주시의회 첫 임시회 1차 본회의 의사 진행을 맡은 반재신 광주시의원이 정회를 선포하고 자리를 떠난 이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모여 무슨 상황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오전 10시50분쯤에야 민주당 전체 의원들이 모여 ‘담판’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의회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파행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원구성에 대한 내부 이견차다.

광주시의회는 총 23명의 시의원 중 민주당 소속이 22명이다. 절대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민주당 내의 ‘자리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개원 첫날 갈등을 표출한 것이다.

단독 의장 후보로 나선 김동찬 의원 쪽에 과반 이상이 몰리면서 의장, 부의장에 이어 각 상임위원장 등을 ‘싹쓸이’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그러자 반 의원은 의장 후보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다시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일단 부의장에 대한 논의에서 모든 것이 막히면서 이날 중 회의 속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의회 사무처는 결국 이날 예정된 개원식을 취소했고, 행사에 초청된 역대 시의회 의장단, 의원들도 헛걸음을 했다.

앞서 “반 의원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원들 만으로 의회를 속개하자”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절차상으론 문제는 없지만 시의회 사무처는 ‘반쪽 개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민주당 의원들간 조속한 논의를 통해 전체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자는 뜻을 밝혔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는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도 당초 이날 개원식에 맞춰 시의원들에 당선 축하 꽃을 전달하고, 도시철 2호선 공론화와 관련한 자료집을 전달하려 했으나 시의회가 피행을 겪으면서 의원들과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야 했다.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 정의당 장연주 광주시의원에게 전달한 당선 축하꽃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관련 자료들. 시민모임은 당초 이날 광주시의회 개원식에 맞춰 모든 시의원들에 축하꽃과 자료집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의회 파행으로 시의원들과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민주당의 ‘집안 싸움’을 지켜보는 정의당 장연주 광주시의원은 “민주당의 자리 나누기가 뜻대로 되지 않아 벌어지는 이 사태를 시민들께 뭐라 설명하기도 낮 부끄럽다”며 민주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개인적으로도 정말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이 원구성 방식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의장단 선거는 10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규칙상 이날 자정까지 회의를 속개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산회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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