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불법파견 재벌은 영빈 대접
노동자는 구속” 정부 규탄

불법파견 사업주 처벌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구속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반인권 반노동 행보에 따른 것”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하 대표단)은 21일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와 검찰을 규탄했다.

“김 지회장은 10초간 구호를 외친 게 전부”라며 “박근혜 정부 때도 없었던 불법적인 체포”라는 것.

대표단 등에 따르면 김 지회장은 지난 19일 오후 5시30분께 청와대 신무문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소속 노동자 5명과 함께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다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김 지회장은 구호를 외친지 10초 만에 물리력으로 제압됐고 15분 후에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위반으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 중 김 지회장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대표단은 “경찰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지 10초 만에 단 한 차례의 해산명령 없이 강제로 제압했고, 체포과정에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도 않았다”면서 “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저지)와 집시법 제20조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불법파견 범죄행위와 노조파괴 범죄의 수사대상인 삼성전자 이재용과 현대기아차그룹의 정의선을 비롯한 재벌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대했고 바로 다음날 규제완화와 산업지원 등을 지시했다”면서 “박근혜 씨가 대기업 총수를 불러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한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벌이 수십 년간 저지른 범죄행위는 눈감으면서 비정규직노동자는 고작 집회시위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대표단은 “김수억 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부의 반인권 반노동 행보에 따른 것”이라면서 “경찰과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 반인권 행보에 코드를 맞추더라도 적어도 사법부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검찰이 작성한 영장청구서에는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로 표현돼 있다.

검찰은 또 “대통령과 정부 및 정치권에서도 ①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②당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의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 ③민노총이기 때문에 손을 못 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⑤민주노총의 불법행위에 대해 앞으로 엄단하도록 검찰에 지시하는 등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지시 당부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노조혐오’적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월6일 울산지방법원은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에게 검찰의 집행유예 구형과 달리 실형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금속노조는 산업재해 불승인 결정이 부당하다고 항의하며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지사 측은 이를 거부하고 퇴거명령을 내렸다. 이후 지사 측의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법원은 실형에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금속노조는 울산지법의 1심판결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최근 노동자들에게 불법, 폭력집단의 이미지를 씌우며 강경·엄정 대처하겠다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족쇄를 채우는 것과 맥락을 같이 했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 고용노동부 지청 대응 투쟁을 진행한 노동자들에게도 고소고발과 소환조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를 비롯해 대구지역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범죄자 퇴출을 요구하며 노동청장실 농성 투쟁을 진행했다.

최근 경찰은 당시 농성투쟁을 진행했던 노동자 14명에게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소환조사를 통보했으며 현대기아차 자본과 한국지엠 자본의 불법파견 범죄에 대한 처벌과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 농성 투쟁을 진행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대대적인 소환통보와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한국잡월드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경기본부 소속 노동자들 또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투쟁을 이유로 ‘불법건조물 침입’ 혐의에 대한 경찰 소환조사를 통보받은 상태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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