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원청사에 대한 하청노동자
조정신청 모조리 각하
“대기업을 위해 노동권 보호
포기한 중노위의 근시안” 반발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을 상대로 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정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대기업 원청의 사내하청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노위는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파단한 것. 사실상 대기업 원청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앞서 지난 10일 금속노조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대표해 사내하청 등 다수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한국GM,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중공업, 아사히글라스,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등 원청 9개사가 교섭에 응할 수 있도록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금속조노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볼 수 있듯 대법원은 실질적 지배력 및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에게 사용자의 의무를 부여하여 부당노동행위의 공동 당사자로 인정했다는 점 △국가인권위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원청에게 사용자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난 2008년에 권고했으며, 최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기한 차별시정 진정사건에서는 원청회사에 차별시정의 책임이 있다고 권고한 점 △이번에 대상이 된 원청회사 대부분이 이미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사업장으로 오랜 기간 소송과정에서 축적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은 원청이 사용자라는 걸 입증하고 있는 점 △원청사의 교섭의무를 확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익과 미래노동에 대한 중대한 사안으로 날로 증가하는 인터넷 매개 플랫폼노동의 불명확한 근로계약 관계에서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 △ILO 권고 등 세계적 흐름과도 일치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원청사가 직접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노위는 19일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금속노조의 조정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중노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금속노조는 “원청사가 정말 교섭대상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원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에 구멍을 만든 것임에도 같은 논리가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날 중노위의 결정 덕분에 금속노조가 조정대상으로 삼은 9개 원청사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차별적 처우 금지; 차별시정위원회 설치 △단체행동권 보장;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금지 △불법파견 확인 시 정규직 전환이라는 금속노조와 사내하청 노동자의 요구와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중노위의 이러한 결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청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며 사내하청 노동자의 행동 모두를 통제하면서도 필요한 노동자를 직접근로계약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간접고용하는 이유는 ‘비정규직법(기간제법, 파견제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산안법’ 등 모든 노동관계법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용자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서다”라며 “이런 악의적인 행위는 법원의 연이은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범죄행위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행정명령이라는 이름으로 원청자본의 편법과 불법을 옹호하고, 나아가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국회토론회 등을 열고 중노위 결정이 가진 문제가 무엇이고 왜 이런 결정이 우리 사회 이익에 반하는지 알리고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법제도개선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건에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 현대중공업도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되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에도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노조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판결들이 잇따르고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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