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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장애인 고속버스 첫 탑승기
정부, 지난해 ‘휠체어 탑승 버스’ 시범도입
광주 장애인활동가들, 전주-서울 탑승 도전
“환영하지만 개선할 곳 많아” 이동권 보장 운동 재돌입
김현 hyu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20-01-15 06:05:02
▲ 고영진 활동가가 14일 전주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위이잉”하니 “스르륵” 휠체어가 올라간다. “찰칵, 찰칵” 벨트를 메니 드디어 고속버스 탑승 완료.

 6년여 동안 줄기차게 외쳐온 광주지역 장애인들의 시외이동권 보장 요구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난생 처음 시외 대중교통 버스에 몸을 싣는 순간이다.

 하지만 탑승 위치가 광주 유스퀘어터미널이 아닌 전주터미널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턱없이 적은 배차시간, 좁은 좌석, 부족한 휴게시간 등 과제도 산적하다.

 장애인들은 광주에서도, 전남 곳곳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꿈을 꾼다. 그것은 친구나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 고향에 가는 것이고, 여행을 하는 것이다. 세상을 누비는 꿈이다.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와 이동권이다.

 광주 장애인운동 활동가모임 ‘고함’은 14일 장애인활동가 세 명과 함께 “고속버스 타고 서울로 향하기” 활동을 진행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28일부터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이하 휠체어 버스)’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최초로 휠체어 이용자들이 고속버스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6년 투쟁 성과…설렘 반 우려 반

 광주지역 장애인단체들은 2014년부터 명절 때마다 유스퀘어터미널로 나가 “우리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고 요구해왔다. 때론 퀴즈를 내며 시민들에게 공감을 호소하기도 했고, 언젠가는 막무가내로 차량 탑승을 시도하는 격렬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이어진 장애인들의 요구로 인해 휠체어 버스 시범운영으로 이동권 보장의 첫 발을 내딛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번 활동은 광주지역 장애인들이 처음으로 버스에 올라 실제로 이용해보고, 자리는 편한지, 탑승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체크해 공유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참여 장애인 활동가들은 오전 7시 쯤, 아침 일찍부터 자택에서 나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집결지인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모였다. 휠체어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선 기나긴 여정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휠체어 버스 시범운영에 들어갔다지만, 광주에서는 이용할 방법이 없다. 전국적으로 4개 노선에만 운행하는데, 광주전남지역은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려면, 가장 가까운 전주-서울 노선을 이용해야 한다. 오전11시2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이유다.

 특장차를 타고 전주로 향한다. 활동가들은 설렘 반 우려 반이다. 시설 좋은 기차(KTX·ITX) 외 다른 대중교통으로 시외 이동을 하는 건 처음이다. 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데, 비교적 크기가 큰 전동휠체어를 수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권 요구행동에 참여해온 이들이기에 “2014년부터 진행한 투쟁한 결과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기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건 장애인들에 대한 홀대를 경험한 탓이 크다. 광주시내 대중교통 이용 시 느꼈던 아쉬움이다. “고장나고 못탄다고 할까봐 그게 두려워요.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도 저상버스가 와도 항상 리프트가 고장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맞춰 나가도 못타거든요. 이번에도 고장났다고 하면 어떡해요?”
좌석이 비워진 자리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해 있는 모습.
 
▲성공적 탑승에도 ‘어려움 산적’

 전주터미널이다. “휠체어 탑승버스 대기장소입니다 -주차금지-” 큰 현수막 앞에 파란 장애인마크와 주차금지 구역. 장애인들이 탑승할 수 있도록 비워둔 승차홈 자리다.

 앞으로 리프트를 장착한 버스가 서있다. “위이잉” 소리와 함께 스르륵 휠체어가 올라간다. 비워진 좌석에 큰 무리없이 전동휠체어가 안착된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고정하면 탑승 완료. 탑승하는 데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1인당 10여 분. 그래서 장애인들은 적어도 출발 20분 전에는 전용 버스승차장에 도착해야 한다.

 모바일 티켓을 이용하니, 승차권도 필요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OK. 다만, 휠체어석의 경우는 출발일 3일 전에 먼저 예약을 해야 한다. 평소에는 일반 버스로 운행하다가 3일전 자정에 휠체어석 예약이 확인되면 운행차량 및 운전자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터미널은 시범운행에 맞춰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했다. 계단이나 턱 없이 자동문을 통해 승차홈까지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휠체어 버스 전용 승차홈을 만들고, 주차금지 구역을 만들어 차량 뒤편 리프트를 통해 휠체어 탑승에 무리가 없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첫 탑승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불편함도 컸다. 일단 좌석이 좁다. 시범운행하는 버스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2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돼있다. 1인이 탑승하기 위해 일반 좌석에서 좌석 한 줄을 해체해 자리를 확보하고, 또 한 줄을 더 비워놓는 식이다. 그런데도 “좁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명진 활동가는 “벨트가 너무 타이트하고 각도가 잘 안맞아서 결박벨트 같았다”고 말했다.

 운행에는 불안감을 남겼다. 전주터미널 관계자에 따르면, 시범운행 기간 동안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버스 이용은 한 달에 1~2번에 불과했다. “처음이라 잘 모르겠네요” 이날 광주 장애인 활동가들이 탑승하자, 터미널 정비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리프트를 접는 과정에선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휴게소에선 시간이 문제였다. 비장애인 이용 고속버스의 휴게소 정차시간은 15분. 탑승하는 데만도 1인당 10여 분이 걸리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에게는 화장실을 가거나 허기를 달래기는커녕, 타고 내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장애인들은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고, 비장애인 승객은 불편한 시간이며, 승하차를 도와야 하는 운전자에게도 곤욕의 시간이다.
좁은 공간 탓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객도 있다.
 
▲시범사업 후 개선 필요…지역 활동 계속

 오전 8~9시 출발한 이들은 오후 2시쯤이 돼서야 서울 강남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장애인들이 광주 터미널에서 탑승해 3시간30분쯤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명진 활동가는 “강남터미널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버스를 타고 와본다”고 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대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됐다” 시범운행 시작하면서, 정부는 이같이 밝혔다. 수많은 아쉬움에도, 장애인들의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큰 한발을 내딛었다는 것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된다.

 특히 정부가 시범운행을 통해 나온 문제점에 대해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광주를 포함, 기차가 다니지 않는 전남 곳곳에도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가 운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함의 도연 활동가는 “광주지역에서 처음으로 탑승해보는 데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경험을 다른 활동가와 장애인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본사업에서는 휴게소 정차시간이 지금보다 두배 이상 늘어나야겠고, 좌석도 많이 불편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시외버스에 있어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영리사업인데도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것만 봐도 공공서비스로 봐야 한다”며 “이윤만으로 노약자와 도서산간 국민들을 위한 노선이 제외되면서 이동권이 박탈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와 같은 논리로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권도 사회가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참여 장애인 활동가들은 이용 가능한 고속버스를 타곤 ‘꿈’을 이야기했다. 장지호 활동가는 “아버지 고향인 완도에 버스를 타고 가고 싶다”고 했다. 명절이면 수동휠체어로 일반 자동차를 타고 가던 곳이다. 여행도 계획한다. 서지혜 활동가는 “에버랜드에 가고 싶다”. 고명진 활동가는 “목포에 가고 싶다”고 했다. 맛집투어… 전주 한옥마을… 차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들은 2020년 설 명절을 앞두고 다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외친다. 광주지역 장애인단체들은 23일 오후2시 유스퀘어터미널 광장에서 기자회견과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리프트 장착 고속버스 타기 활동도 이어간다.

 장지호 활동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고 했다. “원하는대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 전국적으로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비하다. 더 접근성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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