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녹색당 전북도당 운영위원장 강연
녹색당 주최 `동물복지와 지방자치’ 주제로

▲ 박정희 녹색당 전북도당 운영위원장이 지난 12일 광주 금남로 YMCA 어비슨 룸에서 `동물복지와 지방자치’를 주제로 강연했다.
 대한민국에서 ‘동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한민국은 ‘동물’을 택배로 받는 것이 합법적인 나라다. 183만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사라지고, 유기동물 10마리 중에 1마리만 집에 돌아간다.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축들까지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은 동물한테 정말 잔인한 나라다.”

 지난 2010년 겨울 구제역으로 살처분(도살)당한 가축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시 구제역 사태를 보며 동물권 활동가가 된 박정희 녹색당 전북도당 운영위원장이 지난 12일 광주 금남로 YMCA 어비슨 룸에서 ‘동물복지와 지방자치’를 주제로 강연했다. 녹색당이 마련한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책강연회’의 일환이었다.

 박 위원장은 전북 순창에서 소를 아사시킨 한 농가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한국서 자연사할 수 있는 소는 없다”

 

 “한 농장주가 정부의 한우 정책에 항의해 정부가 제공하는 사료 급여를 거부하며 소를 집단으로 굶겨 죽였다. 50여 마리 중 9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죽였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농장의 나머지 살아있는 소들을 구하기 위해 과천으로 끌고 올라왔다. 그런데 장소가 마땅하지 않아 분양을 시도했다. 결국 분양은 못했다. ‘먹을 수 있냐’며 접근했기 때문이다. 소는 식재료 이상도 이하도 안됐다. 대한민국에서 자연사할 수 있는 소는 이미 없다.”

 동물들이 잔인하게 학대당하는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라쿤털을 요즘 많이 입는다. 그런데 라쿤은 손을 쓸 줄 아는 섬세한 동물이다. 라쿤털을 어떻게 벗기는지 아는가. 질 좋은 털을 얻는다면서 살아있는 상태로 벗긴다. 얼마나 잔인한가. 최근 서울 압구정 H아파트 고양이 학대 사건도 있다. 고양이들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고양이들이 지내는 지하실 공간을 막아 고양이들을 굶어죽게 만들었다.”

 박 위원장은 ‘우치동물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치동물원 폐사는 환경 탓”

 

 “우치동물원에서 연간 30여 마리, 그러니까 3년 간 100여 마리가 죽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있는 동물의 환경을 개선하기 보다 원래 없는 동물들을 수집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가 대표적이다. 너도 나도 사막여우를 데려다 놨었다. 코끼리는 1년에 평균 3000만 평에서 1억 평을 왔다 갔다 하는 동물이다. 그런 동물을 좁은 곳에 갇혀 사는 거다. 흙바닥도 아니다. 청소하기 편하게 다 시멘트 바닥이다.”

 공장식 축산 문제도 ‘동물복지’와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벼농사에서 축산농가구로 바뀌어 가고 있다. 또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한우를 홍보한다. 소는 자연상태에서 절대로 마블링이 나올 수 없다. 마블링이 있다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소라는 이야기다. 돼지는 지능이 높아 비참함을 크게 느끼는 동물이다.돼지는 흙도 좋아하고 장난도 좋아하는 동물이다. 돼지는 원래 지저분한 동물이 아니다. 인간이 그런 환경에서 키우고 있는 것일뿐이다. 닭은 10년 사는 동물이지만 태어난 지 60일이 되면 잡아먹는다. 동물학대의 가장 잔인한 시스템은 공장식 축산이다. 최소한 이런 학대시스템에서는 벗어나야 된다고 본다. 우리는 동물의 행복할 권리를 박탈하는 산업구조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이걸 강화하는 시스템은 막아야하지 않겠나?”

 

“채식을 진지하게 고민해봅시다”

 

 이런 반성들은 필연적으로 ‘육식’과 만나게 된다. 박 위원장은 “채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시라” 권했다.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희생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페스코 채식(고기는 먹지 안되 해물류는 먹는)을 하고 있다. 영양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나는 보디 빌더이다. 대회준비를 하면서도 채식을 했다. 건강을 이유로 하든, 철학적인 이유든 진지하게 채식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한다.”

 박 위원장은 “동물을 사랑해서”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앴다. 동물권은 다만 ‘평등’의 가치에 대한 고민의 결론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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