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훈 변호사
대한변협 법률지원단 500여 명 지원
광주변협 지원단 공판 모니터링
검찰 “사고후 30분내 전원 구조 가능했다”
“`세월호 백서’ 발간…사회 변혁 지렛대로”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공익법률지원단 구성=위키디피아 백과(2014년10월29일 현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검색하면,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경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의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한 사고이다. 2014년 4월 18일에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하였다. 이 사고로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었다’란 무미건조한 진술로 시작된다.

 급히 조직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약 1달여만에 내놓은 중간 발표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무리한 증개축, 과적과 그로 인한 평형수 부족, 고박(固縛) 불량, 급격한 변침(變針) 등이 겹쳐 선박복원성을 잃은 탓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어 관련자를 분류해 ① 2015년 5월 15일 선장 및 선원 15명을 기소하고(2014고합180) ② 5월26일 청해진해운 임직원 5명(2014고합197), ③ 6월5일 추가로 청해진해운 임직원 2명(2014고합209), ④ 6월5일 고박업체인 우련통운 직원 및 해운조합 직원 등 4명(2014고합211)을 기소했다.

 이어 ⑤ 6월11일 선박안전설비 점검업체 한국해양안전설비 임직원 4명(2014고합224), ⑥ 같은 달 16일 한국선급 직원 1명(2014고합218)을 각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중 ③·④ 사건이 ② 사건에 병합심리됨으로써, 결국 광주지방법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4건<표참조>이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공익법률지원단을 전국적으로 모집, 500여 명이 참여했다. 사고 발생지와 재판지인 광주지방 변호사 활동이 긴요하다는 판단 아래 5월16일부터 광주지방변호사회 차원에서 별도로 20여 명의 법률지원단을 꾸렸다. 법률지원단의 초기 활동은 진도 팽목항(인양 작업지)과 진도실내체육관(피해자 가족의 임시 거소지)에 당번제 파견을 통해 유가족 및 피해자에 대한 법률상담과 심리적 안정을 기하는 것이었다. 이어 형사재판이 본격화함에 따라 12명의 정예 멤버가 순번제로 공판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세월호 재판의 백서(白書) 발행을 목표로 삼기로 하였다.



선원·청해진 임직원 등 재판 총 4건

청해진 재판 이달 중순 결심

 ▲ 세월호재판 범위·경과, 공판 모니터링=앞서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4건의 형사재판 개요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⑥(2014고합218) 사건은 한국선급 복원성 계산 검사원 전모씨에 관한 것이다. 세월호가 증·개축하기에 앞서 한국선급은 증·개축 이후 선박복원성을 검증하게 되는데, 피고인은 한국선급 규칙에 위배, 검증을 소홀히 하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둘째로 ⑤(2014고합224호) 사건은 세월호 구명벌(구명뗏목) 안전검검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해양안전설비란 회사 임직원 4명에 관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구명뗏목 44개 중 제대로 작동한 것은 1개에 불과한 데서 비롯됐다. 이들은 세월호 구명장비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주요 항목에 모두 `양호’로 허위 판정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셋째로 ②(2014고합197)·③(209·병합)·④(211·병합) 사건(이하 청해진임직원재판)은 사건번호의 숫자가 알려 주듯 여러 소속 관련자들 재판이 병합돼 진행되고 있다. 피고인들은 청해진해운의 대표이사·상무이사·해무팀장·물류팀장 등 및 세월호 원래 선장, 고박업체 우련통운의 현장 관계자,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실 관계자들이다. 이들 혐의는 규정에 어긋난 과적 지시, 고박 불량 및 이를 감독해야 할 업무 위반 등이다. 죄명은 직접 담당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업무상과실선박매몰·선박안전법위반이고, 이를 감독해야 할 자들은 업무방해이다. 청해진임직원 재판은 6월20일 첫기일이 진행된 후 10월29일 현재 총 26회 기일이 진행됐고, 앞으로 몇 차례 기일을 더 진행한 후 11월 중순쯤 공판을 종결하고 선고될 예정이다.

 끝으로 ①(2014고합180·이하 선원재판)사건 피고인은 침몰 당시 세월호에 승선했던 선원 15명이다. 선원 15명을 크게 분류하자면, 세유형으로 묶음화할 수 있다. ① 선원법 제11조에 따라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선박 등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선장 이 모씨(피고인 1), ② 세월호 5층 조타실에서 운항 실무를 담당하는 항해사와 조타수(피고인 2 내지 8), ③ 세월호 3층 기관실에서 운항 기술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장·기관사·조기장·조기수(피고인 9 내지 15) 등이다. 사망 피해자들에 관한 죄책에 국한해 보면, 이 중 각 업무영역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선장, 1·2등 항해사, 기관장 4명에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의율(擬律·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법을 적용함)됐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유기치사 혹은 특가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의 가중처벌) 등이 의율돼 있다. 선원재판은 6월10일 첫기일부터 총 34회 기일을 마치고, 10월27일 공판종결됐다. 검찰은 선장에게 사형, 1·2등 항해사 및 기관장에게는 무기징역형,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중형의 유기징역형을 각 구형했다. 선고기일은 11월11일로 예정돼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법률지원단은 대한변호사협회 공익법률지원단과 보조를 맞춰, 초기엔 위 청해진 임직원 재판과 선원재판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법원에 피해자대리인으로 신고한 지원단 12명은 각 공판의 시작과 끝에 피해자 가족의 의견을 종합·정리해 개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필자는 위 지원단의 간사로서 대한변협 공익법률지원단과의 공조, 우리 지원단 내부의 역할 분담을 조정했다. 특히 필자로서는 6월30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열린 세월호와 쌍둥이배로 알려진 오하마나호에 대한 현장검증에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 세월호 구조 이해와 세월호 재판에 대한 책임감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9월 이후 지원단의 모티터링 대상은 피해자의 관심에 따라, 또 우리 지원단의 역량에 맞춰, 청해진 임직원보다는 선원재판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선원재판을 제외하고, 다른 재판은 아직 공판이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에 있기도 하다. 선원재판의 피고인들도 앞서 본 역할에 따라 검찰의 기소 내용이 제각각이고, 피고인들의 방어 논리도 다양하다. 이 글은 이같이 필자의 참여 범위, 4건 세월호 재판의 진행 정도, 선원재판 내부의 공격방어의 다양성 등 때문에, 종합적이고 최종적일 수 없고, 오히려 부분적이고 잠정적이며 메모적 성격을 피할 수 없다.

 아래에서는 공판 종결된 선원재판에 집중하되, 각 피고인과 검찰의 대응을 일대일로 분석할 수는 없고, 다만 피해자들 사망과 관련된 죄책에 집중하여 검찰의 개요적 논리와 피고인들의 변소를 거칠게 정리하는 수준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개별 피고인별 체계적이고 종합분석적 탐구는 세월호재판의 백서 등 작업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증개측·구명벌 소홀 등 업무상과실

직접 운항 선원들은 무거운 죄 물어 

▲검찰의 기소 및 공소유지 논리=검찰이 의율한 적용법조는 크게 두 유형이다. ① 첫째는 망인(亡人) 295명의 생명 침해에 관한 적용 법조와 ② 둘째는 선박 운항 안전성을 담보하거나 선박의 침몰 자체를 탓하는 것 등으로, 구성요건에서 생명침해를 직접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 유형으로, 형이 중한 순서에 따라 내림차순으로 거시하면 살인(형법 제250조), 특가법위반(특가법 제5조의12), 유기치사상(형법 제275조), 업무상과실치상(형법 제268조)이다. 이같은 승객 생명 침해와 관련된 피고인으로는, 선원재판 피고인 15명 전부, 청해진해운 임직원 7명 및 우련통운 직원 2명이다.

 둘째 유형으로, 선박 침몰 자체를 탓하는 것은 업무상과실선박매몰(형법 제189조), 선박 운항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수난구호법 위반(수난구호법 제43조), 선원법 위반(선원법 제161조), 선박안전법 위반(선박안전법 제86조)을 들 수 있다. 선박 매몰 결과를 처벌하는 과실선박매몰이나, 조난사고에서 선장·선원의 구호의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수난구호법 위반, 선박 복원성을 갖추지 못한 선박의 항해 사용을 강행한 자를 벌하는 선박안전법 위반 등은 `그 자체’만으로는 다툼의 실익이 적지만, 위와 같은 죄책이 인정됨으로써 살인(피고인 1, 2, 3, 9), 특가도주(피고인 4, 5), 유기치사상(나머지 선원 피고인들)의 이론적 전제와 처벌의 디딤돌이 된다는 점에 다툼의 위치가 도드라지고 검토의 필요가 발생한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검찰은 4건의 피고인 31명을 공범으로 묶거나, 최소한 개개 범법행위 또는 주의의무 위반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범죄에너지가 세월호 침몰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생명침해를 결과하였다는 전제에서, 각 단계별로 피고인과 생명(법익) 침해와의 거리에 따라 각 죄책을 검토하여 포섭하고 있다. 그 결과 ① 증개축시 복원성 검사에 소홀한 한국선급 직원(2014고합218), 구명벌 검사에 소홀한 한국해양안전설비 직원(2014고합224), 해운조합 직원 등은 대부분 업무방해로만 의율하고 ② 무리한 증개축·고박 불량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청해진 선사 임직원, 이를 직접 실시한 우련통운 직원은 법정형 5년 이하의 업무상과실로만 의율하였지만, 이들의 지시를 받고 운행한 선원들에게는 비교적 높은 형량의 죄책을 물었다. 즉 ③ 선원 중 직책이 낮거나 변침 과실과는 무관한 자들에게는 법정형 7년 이하의 유기치시상으로, ④ 직책이 높거나 변침 과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선장 및 선원들에게는 법정형 5년 이상에서 사형까지 가능한 살인 또는 특가법위반으로 의율한 것이다.

 아무튼 선원재판, 그 중에서도 살인 또는 특가법위반에 의율된 피고인(1, 2, 3, 4, 5, 9)에 집중할 때, 검찰의 이들에 대한 기본 전제와 시각은 세월호는 출항시부터 선박복원성(船舶復原性)에 큰 문제가 있었고, 위 피고인들은 위 선박복원성에 관한 충분하고 깊은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운항상 과실에 기한 급격한 변침으로 복원성 상실의 위험이 현존하였음에도,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또는 변침 과실이란 선행행위를 야기했고, 이어 보증인 지위(구호의무)를 저버리고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서 더 나아가 승객의 안전을 포기하고 홀로 탈출하였다는 것이다.

 검찰이 들고 있는 선박복원성의 약화 및 상실 요인은 ① 증개축 과정에 선미 4·5층에 객실 및 전시실을 증설하고, 선수의 40톤 상당 카램프를 철거함으로써, 좌우불균형에 더하여 선수가 가벼운 전후불균형이 발생하고 ② 화물운송으로 이윤을 남겨야 했으므로, 화물 및 차량을 과적하고, 경하중량을 맞추기 위하여 평형수·적재유·청수를 모두 덜 채우는 방식으로 만재흘수를 맞춰 출항했으며 ③ 컨테이너 고박은 콘과 트위스트 락과 함께 ×자형으로 라싱하여야 하고, 차량은 앞뒤 라싱밴드 4가닥을 연결하여 고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컨테이너 2단 상단을 로프로 둘러 묶거나 차량은 앞뒤 2가닥만 연결하는 방식으로 허술하게 고박했다.

 위와 같이 출항시부터 취약한 복원성 하에서 맹골수도를 지나던 중 선장 이 씨는 자리를 비우고 당직 3등 항해사 지시로 우현 변힘을 시도하다, 원하는 대로 변침이 이뤄지지 않자 당황하여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측으로 대각도로 돌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바람에 선수가 우회전하면서 외방경사의 영향으로 선체가 좌현 측으로 급속이 기울어졌다. 허술한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아예 복원력을 상실하고 8시52분쯤 정지하고, 09시34분03초 52.2도로 기울기 시작하여 10시17분06에 108.1도로 전복되고 말았다.



해경 출동 뒤 구호 의무 사라졌다?

구호 포기 등 부작위 입증 검찰 몫

 ▲ 피고인들의 변소 논리=선원재판에서 피고인마다 변소와 다툼의 질과 폭이 상당히 다르겠지만, 결국 그 다툼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검찰이 들고 있는 사실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고, 둘째는 검찰의 사실관계를 수긍하더라도 그 법률적 의미와 법리 타당성을 다투는 것이다. 전자는 입증의 문제이고, 후자는 법리의 문제이다.

 운항상 과실을 부인하는 주장, 예컨대 조타 방향의 착오 또는 급변침의 과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당시 상황 하에서는 최선의 구호조치를 이행하였다는 주장, 예컨대 퇴선방송을 하였다는 주장 등이 사실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유형이다. 형사소송의 거증책임은 검찰에게 있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서 보증인 지위에 있는 자의 비난가능한 부작위(고의적 방기)·유기 등에서 구호조치의 포기 등은 구성요건이므로 이는 검찰이 입증할 사항이다. 만약 검찰의 이 부분 입증이 부족하다면, 살인 또는 유기의 점은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피신 과정에서의 구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증거능력 있는 자신들의 진술기재(자백 등)을 지적하여 그 번복 주장을 탄핵한 바 있다.

 부작위범의 성립구조는 부작위를 처벌하는 것이고, (모든 이의 부작위를 처벌할 수는 없고) 작위범과 동가치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작위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자의 부작위만을 처벌할 수 있다. 살인죄에서 보증인지위를 부인하는 취지에서, 특가법위반의 점에서는 구성요건해당성 자체를 다투는 입장에서, 여러 피고인들이 자신들은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가 정한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 해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 조난사고는 선박충돌 등과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세월호 사건과 같이 자체 복원력 상실로 전복된 경우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난구호법 제2조 제4호 조난사고의 정의를 보면, 선박 충돌 등에 국한하지 않고, `침몰·전복·충돌·화재·기관 고장 및 추락 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및 선박 등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그 설득력은 의문스럽다. 더구나 수난구호법 제43조 제1호는 조난사고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선원이 조난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때 처벌하고 있는데, 피고인들의 변소는 위와 같은 수난구호법의 규정 체계에도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지적대로 피고인들의 보증인지위·구호조치의 불이행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의무해태와 피해자 295명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즉 피고인들이 제 아무리 구호조치에 나아갔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시 상황이 급박하여 어차피 295명을 모두 구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바 없다면,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의 의무해태와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최소한) 전부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고 후 30분 이내 골든타임에 구호조치가 있었다면, 승객 전원을 구호할 수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시뮬레이션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피고인들에게 선원법 등 업무와 의무를 인정하더라도, 복원력이 상실된 세월호에서 인명 구호조치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선원들의 생명을 포기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피고인들로서 긴급피난 상황으로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책임이 조각된다는 주장도 있다. 또 피고인들도 해경이 도착한 이후부터는, 최소한 구호의 대상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같은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우련통운·해운조합·한국해양안전설비·한국선급을 포함)의 증개축·과적·고박 불량에 의한 복원력 저하 상황을 인식하였던 피고인들에게 조타과실로 인한 전복 상황까지 부인할 수 없다면, 오직 해경의 출동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모든 죄책이 순식간에 사라지고(무효화되고) 오직 구호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논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피고인들의 주장은, 피고인들 과실과 전혀 매개 없는 조난사고, 예컨대 포격을 당했거나 해적을 만났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서라면 그 설득력을 경청해 볼 수 있다고 본다.



맨 말단에만 엄격한 책임 묻는 꼴

부정 축재·권력층 대비 `진실 왜곡’

 ▲ 예상과 과제= 세월호 선원재판의 핵심은 피고인 1·2·3·9에 대한 살인죄의 인정 여부일 것이다. 필자로서는 앞서 든 피고인들의 변소 논리가 법적 타당성은 별론하고, 사리적으로 안타깝고 측은한 면도 커 보인다. 청해진해운이란 거대 조직의 하이어라키(Hierarchy)로 보자면, 맨 하단에 있는 자들에게 엄격하고 혹독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과 달리, 사실상 이들을 이용하여 축재하고 권력층을 맴돌던 자들의 상황을 대비해 보면, 어딘지 불편한 왜곡을 느끼게 된다. 세월호 사건의 중대함과 그 피해 유족의 노여움을 잘 아는 재판부도, 또 이와 같은 불고불리(不告不理)라는 사법의 소극성에서 오는 한계와 문제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세월호재판의 내포와 외연에는, 이 글에서 거론된 31명 외에 해양경찰의 초동대응, VTS관제에서의 태만 또는 공문서 변조, 해양운송과 관련된 각 감독기관의 뇌물 등을 포함한 비리, 청해진해운의 수뇌부의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이 포괄된다. 아마 청해진해운의 오너 유병언 회장이 생존해 있었다면, 그 재판의 목록은 더욱 풍부했을 것이고 그 파급력 또한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리와 범죄의 사슬이 오직 세월호 라인에서만 있었고, 세월호 사태를 비난하는 (필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의 일상 영역에서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 이르면, 필자로서는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기억하라, 버큰 헤이드호를!’이라고 자신있게 주문하기 어렵다.

 기회주의적이고 소심한 필자로서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의 원칙과 절차를 담은 세월호 특별법,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유병언법, 해양경찰의 체계와 조직을 새롭게 규정할 정부조직법 개정안, 이른바 세월호 3법이 조속히 타결되어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세월호재판은 표면적으로는 피해 유족의 억울함을 달래는 것이겠지만, 더욱 궁극적으로는 우리 법공동체에서 이번 세월호사태와 같은 총체적 난맥상을 퇴출시키는데 기여되어야 할 것이다.

김상훈 변호사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공익법률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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