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14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모금과정에서 횡령 의혹이 생겨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모금 주도 민간단체 대표, 4200만 원 중 일부 사적 유용"
- 회장 "큰 돈이 갑자기 들어오니 일부 사용" 사실상 인정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8월 기부금으로 광주시청 앞에 ‘광주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민간단체가 성금 중 일부를 사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제 강점기 일제가 저지른 위안부 징용 등 만행에 항의하고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제작된 동상으로, 2011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건립한 뒤 전국에서 세워지고 있다.

광주에선 올해 광복절 하루 전인 지난 8월14일 광주시청 앞 시민의 숲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이 소녀상 제작비는 인터넷 기반 봉사단체인 ‘착하게 사는 사람들’(착사모)이 크라우딩 펀드와 개인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했다.

그런데 최근 착사모 회장인 전모(24) 씨가 모금액 중 일부를 사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착사모가 주로 활동하는 유머사이트 ‘웃긴대학’에 게시판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온 게 발단이다.

“착사모 회장이 기부금액을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정황이 발견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는 '작년부터 회장 전 씨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류 모씨.

그는 “소녀상 건립 모금 활동으로 약 4200만 원이 모였고, 이 중 2700만원이 사용됐지만 자세한 내역이 나와 있지 않다”면서 “뿐만 아니라 광주 소녀상을 제작하고 남은 돈 1400여만 원의 행방도 묘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녀상 후원 기부 내역과 사용처를 알 수 없다”며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영수증과 함께 해명해 달라”고 덧붙였다.

또 "서울에서 만들어진 소녀상을 광주로 운반할 경우 평균 40만 정도가 들지만 이를 700만 원으로 과다 책정했다"는 것과 "1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금하려면 등록관청에 등록해야 함에도 미등록한 것도 의문"이라고 제기했다.

이에 회장 전씨는 지난 6일 해당 사이트에 사용 내역 영수증과 해명글을 올렸다.

전 씨는 “큰 돈이 갑자기 들어오니 어린 마음에 친구한테 술도 한 잔 사고 싶고 커피 한 잔도 비싸서 고민고민하며 마시던 제가 어느 순간 이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써버렸다”라며 “나중에 이 돈 채워 넣어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던것 같다”고 횡령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어 “또 기부금 통장을 개인 통장과 분리하지 못한 채 사용한 것은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죄한다”고 말했다.

전씨가 모금액 유용을 시인하고, 증빙 서류가 대부분 간이영수증이어서 사용 내역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기부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이같이 의혹이 커지자 경찰도 첩보를 수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기부자들이 횡령 의혹을 제기하거나 수사의뢰나 고소가 있진 않았지만,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수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해명글을 올린 후 SNS 등을 탈퇴하며 잠적했다.

본보는 횡령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전씨에게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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