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불경하고, 처리해야 하는 더러움 편견”

▲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배포한 홍보물 표지.
 광주지역의 한 구의회 한 의원이 “듣기 거북한 ‘생리대’ 대신 ‘위생대’로 바꾸자”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국가기관에서도 ‘위생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게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통계청·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가기관에서 공식명칭을 위생대로 표기해 온 것은 여성의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생리대를 위생대로 표기하고 있는 게 밝혀졌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2015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실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생리대’라는 명칭은 등장하지 않는다.

 7일 통계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생리대를 위생대로 부르고 있다”면서 “새로운 용어나 기존 용어의 변경 요구가 있을 때 적정성을 검토해 반영하고 있는데, 그동안 위생대라는 표현에는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식약처 역시 위생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4월 행정예고한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 전무개정고시안’에는 생리대를 ‘생리혈의 위생처리용 위생대’로 표현하고 있다. 명칭에 대한 설명에서도 ‘이 의약외품은 월경을 흡수·처리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며 생리 대신 ‘월경’을 사용했다.

 식약처에서도 “(위생대는) 오래전부터 사용 중인 명칭”이라며 “제품 허가를 위해 생리대를 편의상 위생대와 탐폰으로 구분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식약처가 2015년 8월 개정 고시한 의약외품 범위 지정 규정에 따르면 생리대를 상위개념으로 두고 ‘생리혈의 위생처리용 위생대’와 ‘생리혈의 위생처리용 탐폰’을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의 규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배포한 생리대 사용 안내문 제목에도 ‘생리처리용위생대’라고 표기가 됐다.

 이에 국가기관에서 나서서 생리대 대신 위생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한 생리대 업체 관계자는 “위생대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말인데, 정부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고 놀랐다”며 “부정적인 것을 청결하게 처리하는 위생대라는 표현보다 생리대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백희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도 “위생대라는 표현이 더 거북하다”며 “생리대를 위생대로 대체하자는 발상은 생리를 불경한 것으로 보고 더러움을 처리해야 하는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15일 광주 광산구의 한 구의원은 생리대 지원 조례를 발의하는 정례회 자리에서 “생리대는 듣기 거북하다, 위생대로 바꾸자”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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