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알갱이·각집 제거제 등 ‘마이크로 비즈’ 포함
하수처리장서 걸러지지 않아 바다로…해양생물 축적
환경단체들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 법안 마련해야”

▲ 치약 속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 비즈’.<사진출처=그린피스>
 어제 저녁 쓴 스크럽제, 오늘 아침 사용한 치약… 우리가 무심코 사용한 화장품, 생활용품이 해양 생태를 위협한다면? 그리고 그 여파가 식탁을 통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면?

 치석 제거 효과를 내세우는 치약이나 각질 제거용 스크럽제 속 작은 알갱이가 환경을 위협하는 오염물질로 지목되고 있다. 이 작은 알갱이의 정체는 ‘마이크로 비즈’라는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 이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치약·세안제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들어가는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는 심각한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기여하는 물질로, 반드시 규제되어야 한다”며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왜 문제인가?

 미세 플라스틱이란 0.001mm~5mm 크기의 깨알같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한다.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양식장 스티로폼 부자 같은 큰 플라스틱 덩어리가 잘게 부서지거나, 치약과 화장품에 사용된 성분이 하수도를 통과할 때 발생한다. 폴리에칠렌, 폴리프로필렌 등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는 피부 각질이나 치석 제거를 위한 세정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제품 하나당 많게는 무려 36만 개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이 마이크로 비즈가 상하수도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을 만큼 크기가 작다는 데 있다. 생활용품·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은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 세면대로 흘러가고 상하수도를 통과한 마이크로비즈는 강·하천을 지나, 바다로 직행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갑각류나 물고기 등 해양 생물위협이 된다. 해양생물의 먹이 사슬에 유입돼 해양동물의 체내에 상처를 내거나 바닷속 잔류하는 유해 화학물질을 표면으로 흡수해 다시 해수나 해양동물 체내로 방출할 수 있다. 섭취된 플라스틱 입자는 바다생물의 성장과 번식에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내에 활성산소가 급증하거나 식도나 장이 막혀 굶어기도 한다.

 

 ▶돌고 돌아 우리 식탁에

 환경단체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바다로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위치한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1차 소비자인 작은 물고기를 거쳐 먹이사슬의 최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되는 생선 10마리 중 2.5마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독성 물질과 결합한 미세 플라스틱이 해산물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은 유해 화학물질을 빨아들이고 또 배출한다. 유해 물질이 플라스틱 입자에 붙어 물고기의 체내에 축적돼 있다가 결국 우리 식탁에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비즈 사용중단해야

 환경단체들은 마이크로 비즈의 사용 중단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로 비즈는 꼭 필요한 성분은 아니라 대체 가능한 친환경 물질들이 있으며 치아를 닦거나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마이크로비즈로 인한 해양오염을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면서 생활 용품에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의 개별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기업마다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정의 자체가 제각각이고 적합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때때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한계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를 제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The Microbead-Free Waters Act of 2015라는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17년 7월1일부터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첨가한 세정제품 생산을 금지하고 2018년 7월1일부터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네덜란드·캐나다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규제하는 법이 통과됐다. 이들 국가는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뿐 아니라 관리, 감독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고 대체 원료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생활 용품에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마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동아시아 바다 공동체 오션, 시민환경연구소,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환경정의재단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14일 공동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 법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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